딱 1달 전의 일이다.
그날 왜 그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누군가의 계획 안에 이미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처럼 그 생각이 내 머릿속으로 걸어 들어왔다고 하는 게 맞겠다.
강릉 원주대 근처에 <인생서가>라는 아주 독특한 북카페가 있다.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있어서 찾기 쉽지 않은 곳에.
이곳은 삶과 죽음의 큐레이션이라는 소개에 맞게 죽음에 관한 책들이 책장을 꽉 채우고 있다.
작년 이맘때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그곳을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세상과는 동떨어진 느낌의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책방지기 사장님도 서울에서 오셨고 나와 비슷한 동네에서 자라난 분이셨다. 반가움에 대화를 나누고 온 후 1년이 흘렀다.
사실 강릉으로 이주해서 살면서부터 독서모임을 하고 싶었다. 10년 넘게 해온 심리상담은 기존 내담자들 위주로 최소한으로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한량 같은 삶을 꿈꿨다. 그러니 강릉에 적응하자마자 독서모임을 시작하려 했던 게 당연하겠지. 하지만 여기저기검색해 봐도 대부분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듯했고 나처럼 중년들이 들어갈만한 곳은 없었다.
어쩌면 결이 맞는 독서모임이 생기길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주최가 돼서 한번 만들어볼까? 란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린 것이 1년이란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그날 아침 운동을 마친 후 아침에 계획한 대로 바로 <인생서가>로 향했다. 약간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작년보다 조명은 더 많아진 듯했고 앞면에 벽면 전체에 새로운 책장이 들어왔다.
책방지기 사장님은 약간은 놀란 듯하시며 1년 전 한 번 방문했던 날 기억해 내셨다.
"작년 봄비 오는 오후에 남편 분하고 오셨던 분이죠?" 너무 반가웠다. 40대 중반의 사장님은 작년보다 더 차분해지신 느낌이었다. 사장님도 2년 전 서울에서 내려오셨는데, 나처럼 용산구 출신이셨기 때문에 인상적이셨나 보다.
인스타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있었어서 1년의 시간이 흐른 느낌이 아니긴 했다. 그동안 지낸 얘기를 하다가 "그런데 사장님 오전에 하는 독서모임은 없나요?"라고 물었다.
" 예전에 있긴 있었는데 오전 시간에 참여하시기가 다들 힘드신지 흐지부지 없어졌었어요."라고 하셨다.
때를 놓치지 않고 "그럼 다시 만들어 보시지 않으실래요?" 간절함을 담아 제안했다. "제가 한번 참여할 사람 모아볼게요. 대학 동문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아는 분들 많거든요."
나중에 이 호언장담 때문에 얼마나 부담을 느꼈던지...
사장님도 웃으시며 "안 그래도 제 아내도 독서모임을 하고 싶어 하는데, 그럼 한번 만들어볼까요?" 하시는 거다.
"네 좋아요." 라며 활짝 웃었다.
며칠 후 사장님이 독서모임 이름을 [아침산책]이라고 정하셨고 매주 화요일 10시 반에 모이기로 하셨다는 연락이 왔다. '사장님은 역시 이름 짓는 것에 달란트가 있으시구나..'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아침산책]이라는 책모임이 탄생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2번의 책모임이 진행되었는데 이제부터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책과 함께 책 사이를 산책하며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