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거리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침을 뱉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속상합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택시 기사님이 저와 남편에게 건넨 말입니다. 밤이 깊게 내려앉았지만 아직 간판 등이 허옇게 거리를 채우고 국적이 다양한 관광객들이 쉴 새 없이 걸어 다니는 교토의 번화가 거리였어요.
실재로도 일본인들이 생활하는 주택가에는 휴지 조각 하나 보기 힘들었고 많은 강줄기에선 플라스틱 페트병 하나 떠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많은 쇼핑 거리, 음식점 골목에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렇게 버려진 쓰레기를 종종 찾을 수 있고 일부 관광객들은 거리에서 담배를 핀 후 담배꽁초를 망설임 없이 길바닥에 내던져버리더군요. 중국인, 프랑스인, 미국인, 한국인 등등... 생김새도 행동도 다르지만 교토인들의 눈에는 '사랑으로 가꾼 거리에' 불쑥 끼어든 이방인들일 겁니다. 저 역시도 이방인이기에 그의 말이 마음을 찔렀습니다.
이번 여행까지 포함하여 제가 일본에 방문한 횟수는 4회입니다. 도교,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나가노, 마쓰모토 등 거의 다른 지역을 매번 다녔고 여행 시기도 여름, 봄, 겨울 등 다양했지만 갈 때마다 신기할 만큼 동일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깨끗한 거리, 깨끗한 강, 깨끗한 산과 정원. 이번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무질서함과 질서가 공존하는 이 도시가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음에 감동받았고 그 비밀을 '택시 기사님과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도 1960년 대에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동시에 경제 재건을 진행하면서 세계에서 대기오염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이후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공해대책 기본법'을 제정하고 수질오염방지법, 대기오염방지법 등을 재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1970년도부터 75년도 까지 일본 기업들의 공해방지 지출은 40%로 증가하였고 1993년도에는 '환경 기본법'이 시행되기도 했습니다. 내용으로는 '인간의 건강이나 문화에 필수 불가결한 환경은 인류 존속의 기반이며 장래까지 유지되도록 보전해야'(제3조)하며 '국가는 사업자로 하여금 사전에 사업 추진으로 인한 환경영향에 대해 조사, 예측, 평가를 시행해야'(제20조) 한다는 등을 담고 있습니다.
환경단체, 시민, 국가의 촘촘한 감시망이 있어서 일까요. 2006년, 일본은 플라스틱 배출량의 210만 톤을 재활용했고 2010년도에는 전체 페트병의 72%를 재활용했다고 합니다. 동일 연도에 유럽은 48%, 미국은 29%만 이룬 성과라고 보면 엄청난 비율입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도 비율이지만 OECD가 발표한 1인당 쓰레기 배출양도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걸 보면 일본은 확실히 쓰레기를 '적게' 버리고 '잘' 버리는 국가임을 확인할 수 있어요.
'적게' 버리고 '잘' 버리는 일본
몇 백 년 전만 해도 조선 땅에는 '남향집'과 '대청마루'가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문명화가 된 후에는 '보일러'와 '에어컨'이 발명되었으니 남향집과 대청마루가 없어도 살 수 있게 되었어요. 안타깝게도 가스비와 누진세라는 엄청난 굴레와 압박이 생겨버렸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국가의 법과 정책 방향으로 사고방식, 생활 습관에 영향을 받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일본인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앞에 언급한 일본 정부의 환경 정책의 영향일까요. 국가에서 음료 제조 업체의 라벨 규칙을 법으로 만들었기에 플라스틱 음료수 병에는 쉽게 뜯어낼 수 있는 비닐 라벨지를 둘렀을테고 지자체가 플라스틱 분리수거 통을 곳곳에 비치해두었기에 길거리 자판기에서 뽑아 마신 음료도 쉽게 버릴 수 있는 거죠.
이 덕분인지 일본인들은 일상 속에서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행동을 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광지에는 개인 편의점 앞에 거대한 쓰레기 통을 비치해두었습니다. 우리 가게에서 산 물건의 쓰레기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의미겠죠. 카페에서는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것인지 다회용 컵을 사용할 것인지를 물어보거나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주더군요. 화장실에는 '후손들을 위해 자연을 보호합시다.'라고 종이 프린트되어 있는 얇은 재활용 휴지가 비치되어 있고 길거리에 분리수거를 기다리는 파지는 플라스틱 비닐 테이프가 완벽하게 제거된 채 깨끗하여 모아져 있었습니다.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우리나라도 분리수거 비율이 높고 1인당 쓰레기 배출양이 적은 편에 속하는 국가이지만 일상에서 보던 이웃들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라벨지와 뚜껑을 분리하지 않은 페트병,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택배 박스,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1회용 플라스틱 컵, 길러리에 뒹구르는 담배꽁초, 해변가에서 뒹구는 막걸리 병을 여전히 시선이 향하는 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요.
사실,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과 우리나라의 쓰레기 배출양은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쓰레기를 다루는 일상적인 모습에서 보이는 차이는 저로 하여금 다른 해석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국가차원에서 쓰레기 분리를 위해 금전적, 시간적, 인적 비용을 일본에 비해 많이 사용한다는 의미로 말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노트북 옆에는 끈끈한 접착제로 붙여진 생수 페트병이 있습니다. 가위를 별도로 사용하지 않는 한 뜯기 너무 불편하죠. 효과적인 정책에 일반 시민들의 사고가 얼만큼 달라질 수 있는지 느끼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