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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작쿄 Sep 19. 2016

삶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

[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아치스 국립공원 편


프롤로그


삶을 살아오면서 그런 순간이 있다.

"이건 말도 안 된다"라고

"현실일 수 없다"라고

느껴지는 순간...


그날 그랬다.


 내 두 눈으로 자연의 풍경을 보고

몸으로 느껴지는 자연 속에 온도를 느끼고

들려오는 고요한 소리에 집중하고

내가 서있는 장소에서 맡는 자연의 냄새를 한숨 들이마시고 


그리고 나서야..

내 모든 감각을 통해 전달받고 나서야..

그때의 순간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 인정할 수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장소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 순간.

감동을 넘어 감명을 받는 순간.

짜인 계획에 반항할 마음이 드는 순간.

삶에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만난 순간.

떠오르는 태양이 온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던 순간.

내 마음에 그늘졌던 공간에 빛이 들어오던 순간.


그 날의 순간.


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미국 유타 주에 들어가면서 만난 들소들

첫 번째 이야기

아치스에 들어가는 순간


미국 유타 주

아치스 국립공원이 위치해 있다.


나 홀로 50일의 자연 여행을 시작한 지 11일.. 

사막과 동굴, 

유적지와 절벽, 

그리고 눈 덥힌 산맥을 지나 오늘 내가 찾아간 자연은 

유타주 안에 위치한 아치스 국립공원이다.

콜로라도 주에서 유타주 안으로 들어오면서 자연은 180도 달라졌다.

많은 산맥과 나무 그리고 눈으로 뒤덮여있던 콜로라도의 자연과는 다르게

유타의 자연은 넓고 붉은 대지와 크고 작은 언덕이 즐비한 땅이었다.


유타 안으로 들어와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내 심장을 그 어느 때보다 두근거리게 하고 있었다.

아치스 국립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충격을 먹었다.


아름다웠다.

놀라웠다.

위엄 있었다.


감히 위에 내가 말한 감탄사로 내가 마주한 아치스의 자연을 바르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이 짧은 감탄사 만이 지금 내가 설명할 수 있는 답이었다.


50일의 여행을 준비할 당시 

유타주 안에 있는 자연에 큰 기대감은 없었다.


유타는 황량하고, 뜨겁고,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장소라고 틈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행을 준비하면서 유타 땅의 자연은 

스쳐가는 자연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타 안으로 들어와 

아치스 국립공원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내 생각이 틀렸었단 걸 알게 되었다.


입구 쪽에서만 2시간을 넉 놓고 시간을 보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처음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안내소가 나오는데 

안내소 주변으로 거대한 암벽이 보였다.

마치 암벽이 안내소를 감싸고 있는 듯 보였고

암벽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 느껴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안내소를 나와 입구 주변을 서성이며 

언덕에 올라 보이는 모습은 언덕 아래에서 바라보는 모습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장소였다.


그렇게 2시간...

공원 중심부가 아닌..

공원 입구에서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치스의 자연과 인사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아치스의 중심부로 향하기 시작하면서 

몇 번 차를 세운다.


아니 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냥 스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놀라운 아치스의 자연들이 내 발길을 세우게 만들었다.


어디에 멈췄는지도 모른다.

길 옆 비포장 땅으로 무작정 차를 세우고 사진을 담고 있자

내 뒤로 다른 차 한 대가 섰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중년 남성과 여성이었다.

딱 봐도 여행 중인 부부로 보였다. 

부부는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너무 멋진 거 같군요 아치스는”

“그죠? 저도 이곳 입구에서만 2시간가량 돌들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중년 부부와의 대화는 어디서 왔는지? 

어디를 갈 건지? 왜 왔는지? 

등등 많은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지며 짧은 시간 동안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하며 친해질 수 있었다. 


두 부부는 아일랜드에서 여행 온 부부라고 하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두 사람은 같이 여행을 한다고 말하며 미국 여행은 이번이 2번째라고 말해주었다. 

속으로 나도 나이 들면 이렇게 살아야지 라는 감명을 받았다. 

멋져 보였다. 


두 부부의 이야기 중 신기했던 이야기는 자신의 옆집에 

영화배우 리암 니슨의 부모님이 산다고 하면서 자주 리암 니슨을 본 다고내 게 말해주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부부는 나의 여행기에도 큰 관심을 보여주었고 우리는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다.

부부는 아일랜드에 여행을 올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또 잠잘 곳은 걱정 말라고 말하며 언제가 될지 모르는 재회를 기약하며 차에 올라타 그들의 길을 떠났다. 


언젠간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곳에 오고 싶단 생각을 품고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타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아치스 자연 중심으로 향한다.


두 번째 이야기

계획에 반항하는 순간


큰일이다...

여행 일정상 내가 오늘 계획한 아치스에서 보내는 시간은 오늘 저녁까지 였다.

하지만 입구에서만 벌써 2시간을 보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서둘러야겠단 생각이 들면서도

내 눈앞 아치스 자연의 모습에 내 정신과 마음은 온통 아치스에 푹 빠져 버렸다.


내가 도착한 아치스 공원 안에 코트 하우스 타워스에 걸어 들어가면서 

나는 더욱더 계획한 여행 일정을 무시한 체 아치스 자연의 매력.. 아니 마력 속에 빠지게 되었다.

거대한 미술 작품 같은 암벽과 돌 탑들에 둘러싸인 장소는 마치 고대 경기장 안에 서있는 기분을 들게 했다

한 가지 생각 외에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는다.


엄청나다?.. 아니

아름답다?.. 아니

위엄 있다?.. 아니

이런 생각을 뛰어넘는다..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드는데 그 생각을 표현 못할 생각..


아치스에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보이는 자연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뛰어 너머 심히 고귀했다

내 두 눈과 피부로 보고 느낀 자연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 100% 전달할 방법이 없다.. 

방법은 이곳에 직접 와느끼는 방법만이 내가 보고 느끼는 엄청난 감정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도로가 아닌 두 다리로 아치스의 모래를 밟으며 

좁은 암벽 사이들을 파고들었다


아슬아슬하면서도 정교하게 서있는 돌탑과 바위들이 

암벽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에게 이렇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자연은 아치스가 처음이었다. 


돌들 사이에서 한참 동안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고 

암벽 사이를 빠져나오니 이미 해는 저물었단 걸 알게 되었다. 


계획대로라면 해가 저물기 전 다음 자연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나의 마음은 아치스에 푹 빠져 있었다


아치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어떡해야 할지.. 

오늘 하루가 끝나기 전 이곳을 마음껏 느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계획과 질서라는 녀석에게 반항을 하기 마음먹었다.


돌들 사이에서 한참 동안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고 

암벽 사이를 빠져나오니 이미 해는 저물었단 걸 알게 되었다


세워놓은 계획은 이미 꼬여버렸기에 다음 계획은 없었다. 

단지 아치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결국 나는 아치스 안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세 번째 이야기

행운이 함께한 순간


아치스 국립공원에 밤이 찾아왔다.

캠핑을 결심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3월 성수기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이었지만 아치스를 찾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렇기에 분명 캠핑장에 사람들이 가득 찼을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라이트에 의지해 길을 찾아가면서 아치스 캠핑장의 싸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싸인과 가까워지면서 싸인 아래 희미하게 보이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꽉 찼음”


 역시나.. 지금 이 시기에 아치스의 캠핑장은 꽉 차 있었다. 

싸인을 보고 뒤돌아갈까 하다가 돌아가는 통로를 지나버려 캠핑장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캠핑장 관리소가 보였고 관리소에서 나오는 삐쩍 마른 채형에 

연세가 있어 보이는 수염이 수드륵한 남성한 분이 보였다. 

나는 관리소 앞에 차를 잠시 정차하고 

그분에게 말을 걸었고 그분은 알고 보니 캠핑장 관리인이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캠핑장에 남은 공간이 있나요?”


관리 아저씨는 흘깃 나를 잠시 쳐다보시고는 대답을 하셨다.


“캠핑장 필요하세요?”

“네”

“얼마나 있게?”

“오늘 하룻밤만 묵을 수 있을까요?”

“몇 명이 왔는데?”

“저 혼자예요”


관리 아저씨의 왼쪽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가면서 뭔가 대책이 있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오늘 예약한 여행객 중 한 팀이 예약을 취소한 거 같은데 아직은 100% 확정 지을 수 없는데…. 내 예감상 안 올 거 같고.... 어떻게 그거라도 괜찮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나의 고개는 끄떡이고 있었고 수염이 수드륵한 관리인 아저씨는 마치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성자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근데 원래 이러면 안 되는 거라 기본요금보다 조금 더 받아야 할거 같은데? 한 20불?”


보통 캠핑장의 캠핑 비용은 8-15불 사이였지만 아치스에서 멋진 밤을 보낼 수 있다면 20불 이상도 아깝지 않았기에 나는 20불을 꺼내 들고 관리인 아저씨에게 좋다고 말했다.


관리인 아저씨가 건넨 캠핑장 이용 동의서를 완성하고 20불과 함께 관리인 아저씨에게 건네고 나서야 관리인 아저씨는 나에게 캠프 사이트 번호를 알려주면서 나에게 속삭였다. 


“오늘 운 엄청 좋은 거요. 지금 당신이 캠핑하는 장소가 아주 명당이거든.” 



실제로 나의 캠핑 장소는 명당 중에 명당이었다. 


날이 어두워져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두운 밤하늘 아래 

달빛에 그늘져 보이는 아치스의 미세한 풍경과 말도 안 될 정도로 

하늘에 빛나는 많은 별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관리인 아저씨는 나에게 이 장소는 아치스 캠핑장 중에 

아침 해 뜨는 장면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라고 말해주시면서 나에게 윙크를 해줬다. 


그 윙크에 내일 아침 이 곳에서 뜨는 해가 

정말 멋질 것이란 걸 확신했다. 



네 번째 이야기

황금빛 아침, 삶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



이른 아침, 아치스 캠핑장에서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한 사람 겨우 우울수 있는 1인용 텐트 안으로 

차지만 상괘 한 아침 공기가 스멀스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나의 두 눈은 떠졌다. 


침낭 속에 누운 상태로 팔을 뻗어 텐트 지퍼 문을 여는 순간 

나의두 눈에는 전날 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던 아치스의 풍경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뜨기 직전인지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 위로 노릇 불긋한 색이 조금씩 진해지고 있었다. 

경이로웠다. 


캠핑 관리 아저씨의 말이 맞았다.

이 장소는 명당 중에 명당이었다.


해가 곧 뜰걸 예감한 나는 

조금 더 태양의 모습을 잘 보기 위해 텐트 앞으로 걸어 나갔다.


거대한 돌 언덕을 오르고 나서야 나의 걸음은 멈추게 되었다. 


드디어 해가 뜬다

아치스의 붉은 땅 위 조각 같은 암벽 너머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온 세상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세상 그 어떤 고급 호텔에서 맞이하는 아침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내 인생을 통틀어 최고로 멋진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경이롭고도 신비로웠고 내 육체와 정신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의 아침은 늘 해가 뜬 후였는데..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하루 이틀 날이 지나갈 때마다 

나의 아침은 뜨는 태양과 같이하게 된다. 



오늘 아침 내가 태양과 마주했을 때 내 몸 전체를 비추는 태양빛은 

내 마음 깊은 곳에 그늘진 장소까지 전달이 되는 느낌이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

지금 이곳, 아치스에서만 느껴지는 강열한 느낌..

앞으로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느낌..

그런 느낌이었다.



마지막 이야기

감사함의 순간



뜨거운 아침을 맞이하고 나서 나는 다시 짐을 챙겨 아치스의 땅을 걷기 시작했다.


두 발로 걷고 또 걸으면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내가 걸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한다는 생각을 이렇게 진정성 있게 느낀 건 처음이었다.



거대한 아치스 자연을 걸으며 마주한 돌탑들과 

돌다리들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신의 존재였다.


내 눈 앞에 보이는 아치스의 자연은 우연적으로 

몇 천몇 만전 전부터 만들어져 왔다고 하기에는 이해가 안 될 만큼 

너무나 정교한 조각 작품처럼 느껴졌다.. 


인간이 모방할 수 조차 없는 규모와 크기의 작품 말이다.. 

마치 신이 빚어 만든 듯한 하나의 작품 같았다. 


아니..

오직 신만이 조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두 다리와 두 눈 그리고 손과 귀, 입, 코 등등..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태어났기에 자라오면서 

마치 내가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단 게 당연한 듯 생각해왔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을 다 가지지 못한 채 태어나는 사람들도 많고 

살다가 불의한 사고로 가진 것을 잃는 사람들도 많다. 

전에는 내가 가진 것들이 축복이라는 생각하기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가지게 되는 게 축복이라 생각했다.

 

, 명예, 성공, 인지도, 등등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로 인해 내가 가진 것들의 중요함은 잊고 살게 된다

하지만 여행을 시작하고 자연으로 들어와 보고 느끼는 자연을 통해 

나는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축복과 감사함을 느낀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지금 걷고 보고 느끼고 있는 

이 자연 안에서의 모든 것은 어린 시절 

내가 가지고 싶던 수많은 것들보다 가치 있다는 것이다.


아치스의 자연은 나에게 많은 감정과 놀라운 순간들을 경험하게 해 준 장소였다.


언젠가는 다시 아치스를 찾을 것을 확신하며..

다음 자연을 향해 나는 달려간다.



[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아치스 국립공원 편

-끝-

다음 편에서 계속..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은

그림이 아닌 자연

케년랜드 국립공원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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