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주택을 지으려는 건축주들을 위한 건축가의 조언
어느덧 설계 사무소에 입사한 지가 16년이 지났습니다.
돌이켜 보면 16년 동안 단독주택, 빌라, 아파트, 오피스텔 그리고 주상복합건물까지 제 설계 경험은 주택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설계를 시작하는 것은 마치 하얀 백지로 비유할 수 있는 땅에서 무언가를 그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때로는 무언가를 그리기에 경치가 좋거나 널찍한 땅을 만나기도 하고 반대로 주변 환경도 열악하고 협소한 땅에서 설계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주어진 땅의 상황에 맞도록 벽을 세우고 마당을 만들어가면서 이 집에 살게 될 사람들의 삶을 불편함 없이 담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스케치로 모형으로 검증해 나가면서 제 모양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주택은 가족들의 삶을 온전하게 담을 수 있으며 제 몸에 맞게 옷감을 재단하면서 옷을 만들듯이 가족에게 딱 맞는 집으로 지어지게 됩니다.
이 과정은 주택 설계에서 설계자 그리고 건축주가 가볍게 여기거나 생략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설계를 하면서 주택을 건축하고자 하시는 건축주나 시공을 하시는 시공자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땅에 대한 이해와 설계의 과정이 쉽게 여기는 것을 꽤 자주 보게 됩니다.
땅에 대한 이해는 일조가 좋은 남쪽으로 거실과 방을 두는 것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고, 설계하는 과정은 방의 개수와 집을 몇 평으로 지을 것인가 그리고 하자가 없고 튼튼하고 네모 반듯한 집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원하는 조건에 대충 맞아떨어지는 이미 그려진 설계도면을 어딘가에서 구해오셔서 설계하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
아내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아름다운 집을 지으려는 건축주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우리가 생활의 3요소라고 부르는 의식주 중에서도 집은 가장 비싸고 가장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지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음식과 옷을 고를 때 무엇을 먹고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집을 지으시려는 건축주는 건축가와 함께 많은 고민을 통해서 내게 꼭 맞는 집을 지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건축가 혼자 설계하게 내버려 두지 말고 설계에 참여해달라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여기에 소개하는 주택 설계 이야기는 아름다운 집을 지으려는 건축주들과 함께 집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글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생략되고 남는 것은 그림이나 도면 그리고 짧은 글과 같은 결과물만 남은 것 같아 아쉬움과 고민이 큽니다. 앞으로도 원고는 이해하기 쉽도록 계속 다듬어 나가려고 합니다.
이 매거진을 통해 많은 건축주들이 아름다운 집을 짓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