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나팍 Dec 05. 2022

워킹맘 둘이 밥 먹다가 눈물 흘린 사연

주기적으로 동료 워킹맘들과 점심을 먹는다. 이 때는 회사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오로지 육아 이야기를 한다. 집, 가정, 육아, 아이 이야기만 나눠도 1시간이 부족해 늘 아쉬워하며 헤어진다. 명절에 어린이집 선물은 뭘 준비했는지, 아이 생일 때는 답례품으로 뭘 준비하는지, 주말엔 어디 가서 뭐하고 놀았는지 등 아이 키우는데 유용한 정보들을 공유하기도 하고 기쁜 일, 힘든 일, 발달과정 등 육아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하며 서로 공감하고 힘을 받아간다.


이번 주제는 워킹맘이자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어떻게 어린이집을 보내며 키워내고 있는지였다. 직장인은 9시 출근 6시 퇴근이 기본인데, 이 기준이라면 아이는 출퇴근 소요시간을 포함해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보육기관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2~7이가 루 11시간 바깥에 있어야 한다는 현실과 마주한다면 누구라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제3자의 손을 빌려 도움을 받거나 아이를 낳지 않거나! 이런 녹록지 않은 현실이 역대,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과도 맞물려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 부분이 최근 화두이기에 동료의 출근, 등원, 퇴근, 저녁 담당, 퇴근 후 일상 등 보고서 보고 받듯이 면밀히 확인했다. 벌이 부부에게 이를 낳고 키울 때 가장 중요한 부분 둘 다 출근하는데 과연 아이를 누가 어떻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등 하원 시키는지 여부다. 주변 친구, 동료들의 등 하원 법을 사례조사했는데, 각자 저마다의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키워내고 있었다.


동료 케이스 1(3~4명)

- 아빠 9시 출근, 엄마 10시 출근

- 엄마가 9시에 아이를 등원시

- 할머니가 4시 하원 시켜서 저녁을 먹임

- 남편 6시 퇴근, 엄마 7시 퇴근하고 7시 반 집 도착, 육아 시작

* 할머니 집 근처로 이사


친구 케이스 2

- 엄마 8시 출근

- 사업하는 아빠가 9시 등원, 등교시키고 10시 이후 출근

- 아이들은 학원 갔다가 인근 할머니 집으로 하원

- 6시 이후 엄마가 픽업(할머니 상황이 안되면 아빠가 4시 픽업)

* 할머니 집 근처로 이사


동료 케이스 3

- 엄마 8시 출근, 아빠 10시 출근

- 아빠가 9시 등원시킴

- 엄마 5시 퇴근, 6시 하원, 육아 시작

- 7시 아빠 퇴근

* 안정화까지 등원 도우미 이용


주말부부 케이스 4

- 8시 아이들 등원

- 엄마 9시 출근

- 엄마 6시 퇴근

- 6시 반 아이들 하원

* 단축근로제도가 직장에 도입되면 바로 쓸 예정


교직원 친구 케이스 5

- 직장 어린이집 이용

- 엄마가 출, 퇴근 시 아이들과 함께 이동


내 케이스 6

- 아빠 10시 출근, 엄마 8시 출근

- 아빠가 9시에 등원시킴

- 할머니가 4시 하원 시킴

- 엄마 5시 퇴근이나 6시 반 집 도착, 육아 시작

- 아빠 8시 집 도착


초등학생 자녀 케이스 7

- 친정부모님과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으로 이사

- 출근하며 아이를 아래층 부모님 댁에 맡김

- 학원 갔다가 할머니 댁으로 귀가

- 퇴근하며 아이를 찾음


단축근로 케이스 8

- 8시 반까지 엄마 출근 및 등원

- 4시 엄마 퇴근, 4시 반 하원

* 단축근로 이용(급여 삭감)




출퇴근 시간, 등 하원 담당 등 각자의 사례는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등 하원에 도움을 주는 제3자가 누구냐의 차이만 있었다.


친정 / 시댁 / 아이돌보미


그래도 위 케이스는 대부분 좋은 사례에 속한다. 가족 중 어느 한쪽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시차 출퇴근이나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통점을 살펴보면, 부부 둘 다 9시 출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교대로 출퇴근을 한다. 혼자 등 하원을 전담할 경우엔 직장인이 회사에서 있는 최소 9시간+@로 아이는 외부기관에서 지내야 한다. 야근을 하는 경우는 완전히 번외로 한다. 야근을 했을 경우는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야근엔 추가 1명의 희생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내 집에서 누군가는 내 야근 때문에 또 다른 야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도적 뒷받침과 제3자의 손길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의 일상은 녹록지 않다. 동트기 전 새벽녘에 출근해 아이가 잠드는 늦은 밤까지 쉴 틈 없이 달리지만 아이와 눈 맞춤할 여력이 부족한 건 언제나 아쉽다. 특히 내년엔 남편이 유연근무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등원시킬 사람이 부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라 주변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내고 있는지 더욱 눈여겨본 것이다. 우리도 시스템을 변동해 우리만의 해결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더 오래, 더 많이 머물게 되는 걸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온 힘을 다 해 아이를 키워내야 한다. 부모는 부모대로 회사에서 손해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아이와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일가정 양립>이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타고 있다. 나 자신을 너무 소진시키지 않으면서, 체력과 에너지 안배에 주의하며 서로 손발을 맞춰 우리는 여러 제약 속에서도 꿋꿋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조력자가 필요하다. 바로 아이다. 아이가 보육, 교육기관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등원 거부가 생기는 등 하루를 온전히 잘 보내주지 못하면 아무리 정교하게 등 하원 설계를 해도 유지할 수 없다. 엄마 아빠가 일하는 동안 우리 아이도 최선으로 바깥 생활을 해주기 때문에 우리가 온전히 직장에 나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가 아프거나,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유치원에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엄마 아빠의 직장생활 밸런스도 깨지고 만다. 그러니 이 모든 걸 받아주고 씩씩하게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 덕분에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맞다.


최근 아이가 감기로 컨디션 난항을 겪으면서 평소에 없던 등원 거부가 생겼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엄마를 찾으며 울기 시작하고 온갖 투정에 등원 거부를 시작했다. 등원을 거부하면, 아빠가 윽박을 지르고 애원을 해봐도 소용없다. 아빠도 지각을 하거나 외출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험난한 과정 속에 아빠는 할 수 없이 영상전화로 내게 SOS를 요청했다. 1주일 내내 우리는 아침마다 영상통화를 했다.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영상전화를 켜 놓고 대화 없이 사무실에 앉아 내 일을 이어갔다.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그렇게 고요하고 독특한 우리만의 영상전화를 지속했다.


등원 거부하는 아이에게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똑같은 인형 열쇠고리를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에 달고, 하나는 내 핸드백에 달았다. 고리를 단 다음엔 이렇게 얘기했다.


- 총명이랑 엄마가 가방에 똑같은 인형을 달았네~ 총명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이 가방에 인형이 달렸으니까 엄마도 총명이랑 함께 있는 거야~ 그리고 엄마도 회사에서 가방을 보며 총명이 생각을 할게~ 그럼 우리가 하루 종일 떨어져 있지만 서로 함께 있는 거야~


아이는 인형을 보고 환하게 웃어 보이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에도 등원 거부가 해소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조금은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리고 위 대화 내용을 식사하며 동료에게 얘기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버렸다. 눈물샘이 터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하루 종일 밖에서 잘 적응해 준 아이에게 고마워서였을까

내년부터 더 오랜 시간 맡겨야 하는 미안함이었을까

하루의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나의 아쉬움일까

워킹맘의 고단한 하루 일과 때문일까



마음만은 아이와 늘 함께하고 싶은 나는 워킹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4살 아이와 일상 속 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