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뒤에 숨겨진 전략들

흥행은 운에 달린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설계되는 겁니다

by 기묘한

아래 글은 2026년 03월 11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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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흥행은 단순히 작품의 완성도만으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2. 설 연휴를 겨냥해 관람 문턱을 낮추고, 경쟁작보다 먼저 개봉해 입소문을 선점하는 등 흥행이 일어나도록 전략적으로 설계된 영화였기 때문인데요.

3. 여기에 영화 밖으로 이야기를 확장한 마케팅까지 더해지며, 침체된 한국 영화 시장에서도 드물게 천만 관객이라는 기록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CG가 어색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무려 2년 만에 천만 관객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개봉 전만 해도 이 영화가 이런 흥행을 기록하리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랐던 걸까요?


물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영화가 재미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한국 영화 위기론 속에서 나온 이 반전은 단순히 작품의 완성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들여다보니, 이 <왕과 사는 남자>의 성공은 콘텐츠 자체뿐 아니라 흥행이 일어나도록 설계된 전략이 함께 작동한 결과에 가까웠습니다.


그 단서는 영화 초반 등장했던 호랑이 CG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다소 어색했던 장면을 기억하실 텐데요. 전반적인 호평 속에서도 이 CG는 옥에 티로 자주 언급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CG팀의 실수라기보다는, 배급사 쇼박스가 개봉 시기를 앞당기면서 감수한 선택에 가까웠습니다. 완성도를 일부 희생하면서까지 개봉을 서둘렀던 ‘무리수’가 결과적으로는 흥행의 ‘신의 한 수’가 되었던 셈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왕과 사는 남자>를 천만 영화로 만든 세 가지 포인트를 살펴보려 합니다.




1. 관람 문턱이 낮췄습니다


최근 3년간 천만 관객을 넘긴 한국 영화들을 떠올려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 — 강렬한 액션

<파묘> — 오컬트라는 낯선 장르

<서울의 봄> — 현대사라는 강력한 소재


모두 뚜렷한 강점과 특징을 가진 영화들이었습니다. 덕분에 “지금 영화관에서 봐야 할 이유”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었지만요. 다만 동시에 가족 단위 관람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작품들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왕과 사는 남자>는 전혀 다른 방향을 택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무해한 영화’에 가까웠습니다.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었죠. 또한 장항준 감독과 주연 배우인 유해진, 박지훈 역시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들은 아니지만,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인물들이라는 점도 한몫했을 겁니다.


결국 이 차이는 관람 방식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왕과 사는 남자>의 동반 관람 인원은 평균 2.25명으로, 연평균 1.8명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즉 이 영화는 관람 단위를 키우는 방식으로 흥행을 설계했던 겁니다.


그리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했던 시기가 바로 설 연휴였습니다. 그래서 완성도가 일부 떨어지더라도 개봉 시기를 앞당길 수밖에 없었던 거죠.




2. 입소문이 나도록 설계했습니다


설 연휴를 노린 전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작으로 예상됐던 영화 <휴민트>는 설 연휴인 2월 둘째 주 개봉을 선택했습니다. 조인성, 박정민, 신세경 등 스타 배우들과 천만 영화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참여한 대작이었죠.


<왕과 사는 남자>는 여기서 다른 선택을 합니다. 오히려 일주일 먼저 개봉한 것입니다. 경쟁작과 체급으로 정면 승부를 하기보다는 입소문을 먼저 확보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이 전략은 개봉 전부터 실행됐습니다. 공식 개봉일은 2월 4일이었지만 대규모 사전 시사가 진행됐고, 배우들의 무대 인사 역시 1월 24일부터 시작됐습니다. 덕분에 개봉 전에 이미 경쟁 영화보다 두 배에 가까운 약 3만 명의 관람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을 통해 입소문을 먼저 만들고, 경쟁작 개봉 전에 분위기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큰 리스크도 있었습니다. 영화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입소문이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를 택한 건 그만큼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크랭크인 이후 개봉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제작되었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작 일정까지 조절하며 전략적으로 개봉 시기를 설계한 셈입니다.




3. 영화 밖으로 이야기를 확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흥행이 특별한 이유는 이야기가 스크린 밖으로 확장됐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단종의 유배지였던 영월 청령포와 단종이 묻힌 장릉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영월군 방문객은 두 달 만에 1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작년 연간 방문객 기록을 두 달 만에 경신한 거였다고 하죠. 반대로 세조와 한명회의 묘에는 별점 테러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참여형 반응에 가깝습니다. 높은 몰입감이 팬덤으로 이어졌고, 덕분에 영화는 장기 흥행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배급사의 마케팅 전략도 작용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촬영실록’ 프로젝트입니다. 배급사 쇼박스는 노션을 활용해 영화 제작 과정과 현장 기록을 담은 페이지를 운영했습니다. 미공개 스틸컷, 제작진 인터뷰, 무대 인사 기록 등이 공개됐죠. 덕분에 영화는 단순히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계속 회자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감독과 배우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장항준 감독은 4월 예정된 단종문화제 참여를 예고했고, 박지훈 배우는 축제 홍보에 나섰습니다. 유해진과 유지태 배우 역시 일정 참여를 조율 중이라고 합니다. 팬들의 과몰입을 이끌어 낼 수밖에 없는 행보들이었는데요. 이처럼 영화의 이야기가 스크린 밖으로 확장되면서 팬들의 열기도 함께 커졌습니다.




좋은 선례로 남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공식이 그대로 복제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콘텐츠 흥행은 그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배급사와 감독이라도 매번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위기에 처한 한국 영화 시장에 하나의 중요한 힌트를 남긴 듯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재밌는 걸 넘어서, 개봉 시기부터 마케팅까지 입소문이 나도록 설계된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관람 문턱을 낮추고, 입소문을 먼저 만들고, 이야기를 영화 밖으로 확장했습니다. 이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한국 영화 침체기 속에서도 오랜만에 천만 관객이라는 기록이 만들어진 건데요. 그래서 더더욱 <왕과 사는 남자>는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영화 마케팅 전략의 좋은 사례로 오래 참고될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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