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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를일별진 Oct 13. 2019

연애를 못 하는 이유

7년의 공백기에 대하여



누군가와 연애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마지막 연애가 언제냐는 질문이 나와서, 나는 별생각 없이 내 연애 공백기인 7년을 언급했다. 그 사람은 놀란 듯했다. 뭐, 7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니 충분히 놀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뒤따라온 그의 멘트가 나를 당황하게 했다.     


“눈이 높으신가? 아니면 다른 문제가…”     


그 사람은 끊임없이 내 연애 공백기의 이유를 찾으려 했다. 처음에는 나도 진지하게 그의 물음에 답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살짝 짜증이 났다. 무슨 말만 해도 “아, 이래서 연애를 못 하시는 구나!”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불필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그 사람을 보면서, 갑자기 또 모든 게 귀찮아졌다.



내가 연애를 못 하는 이유. 혹은 안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피곤한 게 싫어서>

완전히 다른 환경, 다른 삶 속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건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물론 즐거운 마음으로 노력을 하고 서로에게 맞춰가면서, 시너지가 있는 관계가 될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관계의 베이스가 되는 ‘신뢰’는 때때로 상대를 향한 억압과 집착으로 드러나고, 어떤 이는 연애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나는 그런 연애가 싫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사랑받기 위해서, 마음껏 사랑을 주기 위해서 시작하는 연애인데, 남녀 관계라는 건 일어날 수 있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나 자신을 잃게 되거나, 나를 억눌러야 하는 연애를 할 바엔 차라리 혼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나는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고, 언젠가의 수필에서 썼듯 혼자 있으면서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내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니 당연히 공백기가 길 수밖에 없었다. 사랑에 간절함이 없었으니까.     



서른셋의 나이에 7년의 연애 공백이 문제가 될 줄이야. 솔직히 연애를 꾸준히 하는 게 정상이고, 연애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이해되진 않는다.


오히려 진짜 의아한건, 나를 힘들게 하는 연애를 지속하는 사람이다. ‘정’이 원인인 걸까? ‘만난 기간에 따른 익숙함’이 원인인 걸까?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기본적으로 행복을 위한 게 아니었던가. 행복하지 않은 연애를 왜 하는 걸까. 인생은 짧고 내 마음은 소중한데.

연애의 횟수가 중요한가, 그 연애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됐는지에 대한 질이 중요하지.



(...)

어쩌면 지금 나는, 내 연애의 공백에 대해서 스스로 변명을 나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멀쩡합니다. 저는 정상입니다.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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