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엄마의 이중생활
단상이 짧은 생각(短想)이 아니라 끊어진 생각(斷想)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출산휴가 3개월만 사용하고 복직했다.
출산 전에 2주를 사용했던 터라, 실질적으로는 2개월 반 만에 돌아온 것이다.
출산휴가에 들어가면서 훌훌 털어버리고 간...줄 알았던 사건들 대부분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민사 사건의 경우 일반적으로 1년 이상 진행되니 놀랄 일은 아니다.
복직 후 낮에는 송무변호사의 역할을, 밤에는 초보엄마의 역할을 하다 보니
요즘은 인격이 2개인 듯하다.
신생아 때부터 동요를 자주 들려주고 있다(유튜브 지니키즈, 튤립사운드북 사랑합니다).
특히 요즘은 아기가 웃음 인심이 넉넉해지고 옹알이가 폭발하고 있어서, 퇴근하고 집에 가면 더욱 열성적으로 동요를 불러주고 아기 앞에서 율동도 해준다.
그러다 보니 낮에 법정에서 구두변론을 한 날에는, 저녁에 동요를 부르면서 약간의 현타가 오는 것이다.
가끔 형사사건의 최후변론까지 하게 되는 날은 두 인격의 간극이 더 크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은 수사단계부터 이 사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생각보다 매달 기저귀와 분유에 들어가는 금액이 크다.
기저귀는 시터이모님께서 부지런히 갈아주시는 덕분이고, 분유는 우리 집 아기가 신생아 때부터 거의 매일 1000ml 내외를 먹는 먹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쓰거나 관심 있는 육아용품 브랜드 이름을 맘카페에서 키워드 알림 설정해 두는 편이다.
나는 간단한 신청서나 의견서 같은 자잘한 것까지 포함하면 서면을 거의 하루에 하나씩 쓰는데,
서면 납품(!) 후 예전 같으면 웹서핑을 하거나 SNS를 했을 시간에
일하는 동안 뜬 핫딜 알림을 확인하고 주문하거나 그날 쇼핑정보할인방에 뭐가 올라왔는지 구경한다(장당 400원이 넘는데 핫딜이라고? 광고네).
업무와 육아 둘 모두 잘 해내기가 쉽지 않다.
진부한 그 말이 유난히 실감나서 지치는 날에는, 내가 업무와 육아 두 분야 모두에서 조금씩 부족한 이유는 그 둘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리화하면서 살고 있다.
"그럼 내가 출산 전에는 탑티어 무패 변호사였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일을 쉬면 만점엄마가 될 수 있는가?"라고 자문하고 "그건 아니지."라고 자답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