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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작가 Dec 03. 2020

안달하지 않아도 어른이 돼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새 책이 나올 때면 한 권씩 소중히 사다 모으던 『꼬마 니콜라』란 책이 있다. 얼마 전 서점에 들렀다가 특별 에디션으로 나온 제법 두꺼운 빨간 양장본 책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펼 쳐보았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어느 날 갑 자기 안경을 끼고 나타난 클로테르 때문에 온 학교가 떠들썩하게 난리가 난다는 내용인데, 어렸을 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한 살 더 나이를 먹어간다는 단순한 사실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도 오롯이 본인 몫이라는 것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술, 담배와 마찬가지로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비로소 온전히 허락되는, 제법 멋진 행위일지 모르지만 동시에 굉장히 힘들고 괴로운 순간이 되기도 한다. 선택되지 못하고 남겨진 다른 것에 대한 미련과 후회를 홀로 감당하면서 뚜렷한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흔들려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나에게도 매번 선택의 순간은 항상 거대한 고민의 연속이었다. 한번은 이런 상상을 했던 적도 있다. 어딘가에 모든 걸 꿰뚫고 있는 전지전능한 시스템이 다양한 선택의 예상 결과들을 뽑아서 완벽하게 분석한 후 선택은 바로 이거라고 말해준다면 어쩌면 삶은 한결 쉽고 편해질 것 같은데, 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


수년간 다녔던 회사를 관두고 스페인으로 가겠다고 부모님에게 선언할 때, 뜬금없이 독일로 가게 됐을 때, 그 리고 최근까지 한국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독일에 남아 있을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할 때, 내 머릿속은 복잡하 고 어지러운 시나리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상하게 ‘만약 내가…’로 시작되는 이런 부류의 생각은 끝도 없이 물고 늘어지며 결국에는 한껏 우울하고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무한대로 펼쳐지는 상상 속 미래의 나는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되려 ‘내가 어떻게 이걸 할 수 있겠어’ ‘그래, 나한테 이건 좀 무리지’ 하 며 고개를 내젓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무게의 정도는 다르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선택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런 데 돌이켜보면 아무리 머리를 붙잡고 고민해본들 어차피 완벽한 선택이란 애초에 없다. 그렇게 혼자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앉아 있을 시간에 뭔가 작은 것 하나라도 일단 저질러보는 게, 직접 몸으 로 부딪혀보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가장 쉽고 빠른 길이었다. 막상 하고 보면 두렵고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것이 실제로 그 정도까지 힘든 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지금도 만약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밤마다 침대에 누워 어떻게 할지 고민만 계속하고 있다면, 일단 정말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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