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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무한성 18회 차 관람으로 본 영화계 후기

아놔, 재미있으면 다 간다니까요.

by 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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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인증부터 하고 시작한다. CGV만 이 정도고, 초기에 봤을 때랑 메박이랑 롯시까지 합치면 오늘로 18회 차이고, 결국 16주 차 주말 특전이 나와서 한번 더 보러 갈 예정이다.

(사실 특전 안 나와도 한번 더 보러 갈 예정이었다고 함.)


사실 나는 <귀멸의 칼날> 작품이 흥행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정확하게는 유포터블이라는 회사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매번 챙겨 봤다. 페이트 시리즈로 쭉 보다가 유포터블이 만드는 애니면 아 믿고 보지. 하면서 꾸준히 따라갔다.


이렇게 좋아할 생각은 없었지만 ㅎㅎ

심지어 귀칼 무한성을 본 것도 보러 작정하고 간 게 아니라, 친하게 지내는 작가님이 나왔으니 한번 보러 가실? 이래서 가볍게 보러 간 거였다.

근데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뭐, 예상하지 못하는 것에 치이는 맛이 있으니까 덕질인 거지만.

아무튼 귀칼만으로 CGV VIP를 찍어 버리고 말았다... (__) 가장 후회되는 게 N회차 늦게 시작해서 아이맥스 한 번밖에 못 본 거다.


끝물이긴 한데 N회차를 하면서 관련 뉴스 기사도 많이 올라오고, 뉴스도 종종 보고, 참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글을 적어 본다.


지극히 독자적인 감상이며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런 생각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1. 나 살기도 힘들다, 영화에서 피곤한 이야기 그만 보고 싶다.


일단 나도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10 후반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영화관 4-5년간 계속 VIP였고, 옛날엔 영화 포스터 몇백 장씩 집에 모아 놨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내가 딱 영화관에서 2번 본 영화는 설국열차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무튼 간에 내가 한참 무한성 N회차를 달리고 있을 때, 박찬욱 감독님의 <어쩔 수가 없다.>가 개봉을 했다.

예전의 나였으면 그냥 (박찬욱 감독님 영화 다 봤다.) 보러 갔다.

근데 보기 싫더라. 친구가 봤다고 하길래,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봤다. 적당히 스포일러를 듣고 나서 드는 감상은 딱 하나였다. '아, 절대 보러 가지 말아야지.'


영화의 스포를 하려는 생각은 없고, 그냥 줄거리만 들어도 PTSD가 오는 이야기였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한국 영화에서 그런 내용들을 너무나 많이 소비했다. 문제는 최근 살기가 점점 팍팍해지고, 취업도 잘 안되고, 여러 가지로 힘든 것들 투성이인게 요즘 세상이다.


말 그대로 여유가 없다. 비싼 영화값 때문이라고 하는데, 영화값은 솔직히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영화값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돈 내고 가서 피곤한 내용을 굳이 봐야 해?'가 가장 크다. 그러니까 지친다.


시원시원한 영화라고는 범죄도시가 있긴 하나, 범죄도시도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불편한 구석들을 건드리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른 영화들 보다는 낫지.)

아무튼 나는 이런 요인들 때문에 한국 영화를 점점 더 멀리하는 것 같다.


2. 원작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1도 없는 한국의 2차계


여러 유명 웹소설 작품들이 드라마 화 되고, 영화화되면서 망가지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봤다. 그중 대표 작품을 뽑으라고 한다면 <재벌집 막내아들>과 <전지적 독자 시점>이다.

두 개 다 웹소설에서는 메가히트급 소설이고, 나 역시 2차에 상당한 기대를 했던 작품이라 실망도 컸던 작품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국밥집 막내아들을 만들어 놨고, 전지적 독자시점은 'ㅎㅎ' 감독이 원작을 안 읽고 하는 말이 '이거 망하면 한국영화계 망한다.'이다. 응. 망했어.

나는 전독시도 영화관에서 봤다. 전독시는 소설로서는 최고의 소설이었고, 영화로서는 내가 최근 몇 년 동안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최악의 삼류 영화였다.

더 충격적인 건 전독시 영화랑 무한성이랑 제작비가 같다. 도대체 전독시 얘넨 어떤 걸 만든 거니?

오죽하면 작가가 가장 잘 만든 부분이 '오프닝'이라고 했겠는가. 왜 오프닝인줄 아는가? 오프닝은 그래도 원작이랑 똑같다. 오프닝만.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영화 욕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감독은 다시는 이런 IP를 가지고 와서 작품을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귀멸의 칼날 만화책과 애니, 극장판을 비교해 보면 알겠지만 원작에 굉장히 충실하다. 또 각색된 부분들도 어떻게든 원작의 캐릭터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인다.

잘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원작에 대한 존중'이 있다.


원작의 IP를 사 왔으면 원작에 충실해라. 원작의 팬들은 원작을 구현한 영화를 보고 싶은 거지, 감독/시나리오 작가의 자아가 구현된 작품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원작 팬들이랑 기싸움을 하면서, 작품이 망한 게 원작 팬들이 까다로워서 어쩌고 취급을 한다. 아니, 그럴 거면 본인 작품을 만들어! IP를 사 오지 말고!


그래서 잘된 게 <나 혼자만 레벨업>이지 않나. 개인적으로 나 혼자만 레벨업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그냥 애니메이션을 '한국에서 안 만들어서'이다.

IP를 사 왔으면 IP에 충실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본인도 창작을 하려고 숟가락을 얹는다.


그에 비해 귀칼은 정말 조금만 찾아보면 제작진들이 원작에 얼마나 충실하려고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3. N회차가 가능한 이유


예를 들어 <서울의 봄> 같은 걸 두 번 보라고 하면 두 번 못 본다. 정확하게는 보기 싫다. 불편해서. 잘 만든 영화인 것도 맞고, 재밌게 본 것도 맞지만, 두 번 보라고 그러면 안 본다.

하지만 귀멸의 칼날이나 체인소맨 같은 건 N회차를 해도 부담이 없다.


(1) 그냥 잘 만듦


말해 뭐 해... 그냥 잘 만들었다.

진짜로. 하도 많이 보다 보니까 엑스트라나 배경 같은 것도 구경하는데 예를 들어서 떨어지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 배경을 복사 붙여 넣기로 쓸 만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배경을 자세히 보면 떨어지는 2분 내내 같은 배경이 하나도 없다.

그뿐만이 아니라, 엑스트라도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들었다. <주 훈련> 편에서 나온 엑스트라가 다시 등장을 한다거나, 엑스트라 하나하나 캐릭터 자체는 수수하지만 절대 그냥 만들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적어도 1N회차까지는 아니더라도 2-3회 차 볼만한 애니메이션인 건 분명하다. 왜냐하면 첫 번째 볼 때랑, 두 번째 볼 때랑 보이는 게 확실히 다르다. (특히 첫 번째 볼 때는 자막 때문에 못 보는 것들이 많았는데 두 번째 보면 정말 다른 것들이 많이 보인다.)


(2) 예측 가능한 전개


첫 번째는 그냥 뭐, 그렇다고 치고. 두 번째 이유가 훨씬 더 크다고 본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다.


일단 귀칼이 됐든 체인소맨이 됐든(체인소맨도 몇 번 봤다.) N회차를 해도 전혀 부담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PC주의니, 사회고발이니, 불편한 내용이니 이런 거 없이 그냥 편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단 고구마가 없고 결국은 주인공이 이긴다.


귀칼 파트 1에서 시노부가 죽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걸 보고 답답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만화책의 뒷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노스케, 카나오 VS도우마 2부를 더 기대하는 요소로 작용할 뿐이다.

파트 2에서 젠이츠도 이길 거라는 걸 알고, 탄지로&기유 VS아카자도 결국 탄지로&기유가 이길 거라는 걸 안다. 전투신을 잘 만들고 뭘 잘하고 다 좋은데 일단 스트레스받을 요소가 1도 없다.

주인공이 이길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팝콘 먹으면서 관람하면 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현실에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있는데, 내 돈 내고 스트레스를 받는 영화를 소비하고 싶지 않다. 실제로 한참 N회차할 때는 스트레스받으니까 그냥 '아, 귀칼이나 한번 더 보러 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국 영화계 망해요 뭐 어쩌고 이러기 전에 감독주의부터 탈피하고, 관객/대중들이 뭘 좋아하는지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3) 기가 막힌 BGM, 뮤지컬을 보는 듯한 전투씬


이건 그냥 지극히 영화적인 부분인데, 유포터블의 귀칼 연출 스타일 자체가 BMG을 좀 다른 애니에 비해서 원래 빵빵하게 트는 스타일이다. 귀칼은 캐릭터 별로, 악역 별로 각자 BMG이 다 있다. 그래서 그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혹은 전투를 할 때마다 그 BMG을 틀어주는 연출을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오프닝 부분이 끝나고 주들과 주연 캐릭터들이 무한성에서 싸우는 장면들을 짧게 보여주는데, 그 장면 장면들마다 각 캐릭터들의 테마곡과 하이라이트 포인트의 일부가 삽입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메인 전투 장면도 보면 거의 BMG 하나가 통으로 활용이 되어 나온다. 이게 또 BMG를 다 알고 들으면 정말 한 편의 뮤지컬 같기도 하다.


여러번 보다 보면 음악에 맞춰서 나오는 전투씬과 전개, 구성들을 정말 지루하지 않게 잘 만들었다.


4. 예술을 하고 싶은 건지 상업을 하고 싶은건지 하나만 해라.


예술을 할 거면 망했다 소리 하지말고 자기들끼리 잔치하시고, 상업을 하고 싶으면 그냥 철저하게 상업을 했으면 좋겠다.


간혹 뉴스 기사를 보면 '우익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본 애니에 어쩌고 이런 긁히는 제목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가 있는데, 일단 우익 논란 얘기하는 것도 좀 웃긴다.


귀칼에서 말 하는 우익은 모든 일본 만화에 다 붙이면 해당이 되는 억지인 부분도 적잖게 있고, 가장 큰 탄지로 귀걸이도 (작가가 생각 없이 사용한 부분은 잘못한 건 맞긴 하지만 한국판에서는 수정이 되어 나오고 있고) 그 귀걸이와 관련된 떡밥의 내용 자체가 우익이냐고 하면 글쎄, 내용을 보면 그런것과 전혀 관련이 없다.


아마 근데 나도 귀칼 내려가고 애니메이션 끝나면 한 동안은 다시 영화들은 딱히 안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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