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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is Mar 04. 2018

출산 후 처음, 나홀로 여행을 계획하다

스무살 이후 몇 년간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로 늘 바삐 지냈고...

입사를 하고 난 후로는 그래도 종종 주어진 휴가를 사용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다른 직장인들처럼 연휴를 붙여 휴가를 쓰기도 했고, 

갑자기 문득 떠나고 싶어질 땐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곳이라도 떠나야 후련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른 많은 엄마들처럼 나도 아이가 갓 태어나서는 밤 잠 설치며 늘 잠이 고팠고

100일의 기적을 기다리며 점점 나아질 거란 기대를 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잠을 깊게 자지 않아 아이가 잠든 틈을 타 뭔가를 해 볼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었다.


남편도 아이를 돌보느라 그 전에는 밥 먹듯 하던 야근도 거의 하지 않고 무진장 노력을 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우린 출산 전까지 몇 년을 주말 부부로 살았고, 그 생활에 너무 익숙했던 사람들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와 남편과 가족답게 살아보겠다며 남편의 직장이 있는 낯선 곳에서 1년을 보내야 했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다 일을 전혀 하지 않고, 회사 소식에 귀를 닫고 지내던 때라 하루종일 아이만 바라보며 거의 낮에는 입 한 번 떼지 않는 날이 많다 보니 우울감도 점점 커져갔다. 아이는 당연히 예쁘지만 힘든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아이가 300일이 다 되어갈 무렵, 남편은 남은 휴가를 본가에서 아이랑 같이 가서 보낼테니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다. 처음엔 당연히 속으로 환호를 했지만 막상 아이랑 한 번도 떨어져서 자 본 적이 없는데 괜찮을 지가 더 걱정이었다.


사실, 남편도 휴가가 있다면 아이와 남편과 다 떠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아직 돌도 안 된 아기를 데리고 가자니 일단 짐도 많고 고생여행이 될 게 뻔했고.. 나나 남편이나 그 고생을 흔쾌히 감내할 스타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각자 자유시간을 갖고 재충전하는 편이 낫다는 주의였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아이와 여행하시는 많은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바이다.

 

어쩄거나... 예전에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여행을 잘 가던 내가 막상 아이를 떼어 놓아야 한다는 이유로 망설이자, 남편은 과감하게 응원을 해 줬다. 

"저번에 내가 거의 3주 해외 출장 갔을 때... 미안하긴 해도 얼마만에 잠도 푹 자고 뭔가 리프레시 되는 기분이더라고... 엄마한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오래 끌었네..."


그렇게 고민의 무게를 많이 덜어준 남편 덕분에 급작스럽게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결정한 장소는 '도쿄'였다.

도쿄는 사실 학생 때 운 좋게 잠깐 산 적도 있고, 여러번 간 곳이지만 갈 때마다 새로워서 또 가고 싶은 곳이었다. 도쿄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서 '관광'이라는 키워드 보다는 '자유'를 느끼고 싶은 내 상황에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된 후, 처음으로 이렇게 도쿄행을 결정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활기가 생겼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자유'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기대도 엄청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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