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왕초보 9개월만에 DSH-2 따기/투자 비용

by 봄봄


독일어를 배우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한국에서 독일어를 공부하시는 대부분의 분은 유학준비생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만한 독일어 능력쌓기와 더불어 DSH 혹은 TestDaF와 같은 자격시험 점수이다. 대학입학을 위해 어학능력을 증명해야하기 때문이다.

정말 독알못이었던 내가 9개월 만에 대학입학이 가능한 DSH-2를 딴 경험이 지금 준비중이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올린다.

나는 독일 현지의 어학원에 다니며 독일어를 배웠고, 한국에서는 어떤식으로 배우는지 모르지만 역시나 현지 수업이 정말 intensiv하고 유학온 어린 친구들이 많아 면학 분위기가 매우 좋기 때문에, 되도록 현지에서 바짝 공부하는 것이 효과도 좋고 시간도 절약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독일에서 장기간 머무르기 상황이 여의치 않으신 분들은 매달 방학에 와서 2~3달씩 들어 2년 안에 코스를 끝내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같은반에 17살 정도 된 사우디 아라비아 친구가 있었는데, 매년 여름방학마다 와서 독일어를 배우고 있었고, 최종적으로 사우디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독일로 유학을 올 계획이었다.

부득이 한국에서 독일어를 배워야하는 분들도 하루 1시간이나 주말 1시간으로는 오히려 시간만 오래걸리고 시험 점수따기는 어렵다고 본다. 온전히 시간을 최소 9개월은 투자해야 빠른 결과가 나오기에, 대학생이고 대학원을 오고 싶은 경우라면 언급한대로 여름/겨울방학을 활용하거나, 아예 독일에 교환학생 한번 와서 체류기간동안 독일어를 하는 것도 추천한다.

나의 경우, 결혼 후 독일에 오기 전 정말 독일어라고는 1도 모르는 상태였기에 그냥 오기에는 너무 겁이 나서 강남의 독어학원에서 1개월간 문법 수업만 듣고 독일로 들어왔다.

그리고 현지에 와서는 빵집에서 빵하나 자신있게 주문할 수 없는 상태로 일상생활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바로 어학원에 Intensiv Kurs를 등록했다.


9개월 간의 Intensiv Kurs 독일어 어학과정을 수강하다


어학원에 등록해 A1부터 시작했고, 하루 4시간의 스파르타 어학공부를 했다.

원래 독일인과 결혼한 외국인은 Intergrationskurs를 통해 B1 과정까지 나라의 지원으로 무료 수강이 가능하다. 하지만 터키, 아랍, 유럽 내 여러나라의 이민자가 넘쳐나는 이 곳에서 그 Waiting list 에 있는 순서를 기다리다간 1년 아니 2년은 기다릴 수도 있다. 물론 주거지역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있던 Aachen에서는 최소 6개월 이상 기다려야 이 코스의 자리를 받을 수 있었고, 그 마저도 자리를 보장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미 독일에서의 하루하루가 언어로 인해 지옥 같았던 나는 돈 몇 푼 아끼려고 이 코스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Intensiv Kurs어학과정 중 가장 빨리 시작할 수 있는 코스에 등록했고, 이 때부터 총 9개월간 하루 4시간의 스파르타식 수업을 듣게 된다.

A1에서 웃겼던 건, 같이 Hallo, 내 이름은 oo이야 하고있는데 쉬는 시간에 어떤 아랍 친구가 전화로 독일어로 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보고 난 '쟤는 왜 A1에 있는거지...'했는데 그 친구 말로는 문법이 약하단다. 근데 말하기는 잘되는...


9개월 내내 느낀 것은 아랍이나 그리스 친구들은 대부분 말은 정말 잘하는데 읽기와 문법 시험보면 점수가 매우 안나온다. 한국인은 역시 문법과 읽기에 강해서 이 부분에서는 점수가 잘 나오는데 말하기와 쓰기를 힘들어했다. 이건 공부하는 스타일의 차이인 것 같은데, 우리는 어차피 단어, 문법, 읽기는 잘하니까 말하기와 쓰기에 더 집중하면 최종 점수가 잘 나오는 것 같다.


하루 4시간이라 해서 나머지 시간은 여유가 있을 줄 알았지만, 생전 처음 접하는 독일어 수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코스 자체가 독일 내 대학교를 들어가기 위한 예비 학생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고급 단어도 많이 외워야 했고 수업은 타이트하게 진행되었으며 숙제가 매일 많았다. 이 숙제를 제대로 하려면 집에 와서도 4시간 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즉 하루 8시간 이상을 온전히 독일어에 쏟아부어야만 이 과정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었고, 재수강을 면할 수 있었다. 재수강을 하게 되면 한달치 수업료를 고스란히 또 내는 격이었기에, 시간도 비용도 낭비되어 나는 숙제에 목숨 걸었던 것 같다. 그만큼 당시에는 절박했다.


영어는 내가 좋아해서 배운 외국어였지만, 독일어는 생존을 위해서만 배우다 보니 재미도 없었고, 16개의 관사를 외우고 올바르게 쓰는 일은 복잡하고 힘들었다. 당시에는 내가 왜 서른 넘어 여기 와서 이 고생을 하나…란 생각에 짜증도 많이 났지만, 이 때 배운 독일어를 지금껏 써먹으며 살고 있으니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매일이 독일어로 꽉 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9개월의 대장정 이후 독일 대학 가려고 온 우리반 18살 짜리들과 다 같이 DSH 시험(영어의 토플같은 시험)을 보러 인근 대학교로 갔다. 매달 말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한 시험을 보고 일정 점수가 넘어야 다음 반으로 넘어갈 수 있었고, 마지막 달에는 거의 매일 수능 모의고사 치르듯 이 DSH문제만 죽어라고 풀었기 때문에 시험을 본 이들은 대부분 합격했고, 나도 무난히 DHS-2를 받고 시험을 통과했다.


어학원에서 DSH를 신청해서 연계하여 시험을 보는 경우의 장점은, Mündliche Prüfung을 학원에서 그동안 내가 배우던 반 선생님에게 볼 수 있어 긴장을 덜하고, 주로 수업시간에 다뤘던 주제이기에 대답하고 점수 따기가 수월하다는 점이다. 우리반 모두 웬만해선 말하기 시험은 다 통과했고, 시험 당일에는 Schriftliche Prüfung, 즉 문법, 듣기, 쓰기, 읽기의 시험만 봤다.


DSH의 좋은 점은 토플이나 토익과 달리 유효기간이 없어서 일정 기간 후 다시 보고 갱신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번 따 두면 나중에 독일 살다 생각이 바뀌어 대학을 다시 가든, 취업을 할 때 증빙으로 사용하든 사용을 무궁무진하게 할 수 있기에, 독일어 학원을 수강한 후에는 미래를 위해 반드시 시험으로 증빙을 갖춰두길 추천한다.


나의 경우도 독일 내 대학원 지원을 할 때 이 DSH 자격증을 잘 사용했고, 나중에 비자와 영주권을 받을 때도 필요했으며, 회사에 취업할 때도 필요했다. 따라서 독일에서 앞으로 무얼 하든 간에, 이 시험을 봐두는 것은 두고두고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


즉 유학준비생 이외에도 독일에 주재원으로 오시는 분, 취업해 오시는 분, 결혼 이민으로 오시는 분들 등등 독일에 오래 체류하실 분들은 앞으로 무슨 사회활동을 하든간에 이 어학증명을 따두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고 초기 관문을 뚫는데 매우 요긴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고, 따라서 성적 받아두시기를 강력 추천한다.

내 경험상 이 9개월의 시간을 온전히 투자하고 하라는 숙제만 열심히 하며 따라가면 DSH-3까지는 무리더라도 반드시 2는 딸 수 있다. 중간에 재수강을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하기만 하면 1년 안에는 어학증명서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어학원 비용

한달에 약 400유로를 냈고, 총 9개월이니 3600유로를 독일어 수업에 투자했다.

한국에서 영어를 오랜기간 배우며 투자했던 기간에 비하면, 9개월 후 얻은 독일어 실력과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어학증명서를 받은 것에 비해면 아주 좋은 투자였다고 생각한다.

독일인과 결혼하여 독일 오신 분들은 앞서 언급한대로 Intergrationskurs를 통해 B1까지 무료로 수강이 가능하나, 이 반이 많이 개설되지 않아 대기가 길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시길 바란다.


주거비용

내가 Aachen에 있던 2016년에는 주거비용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아, 55제곱미터 꼭대기집을 한달 600유로도 안되는 가격으로 빌릴 수 있었다. 침실, 거실, 서재, 부엌, 화장실, 복도의 구조였고 방금 레노베이션한 새집이었다.

당시 한국의 주거비용과 비교해도 너무 저렴한 비용이었고, 학생의 경우는 대학내 기숙사를 빌리거나, WG라는 Share house를 이용하면 정말 저렴하게 주거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 참고로 신랑은 결혼 직전 3명의 친구와 WG를 했는데 한명당 200유로를 냈다고 한다.


물가

한국에서 이마트 가서 몇개 고르면 10만원이 넘던 것에 비하면 독일 Aldi 물가는 정말 혜자스럽다. 당시 2명을 위한 장을 보는데 20유로 넘은 적이 거의 없다. 대학 내 학생식당에서는 2~3유로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외부인도 1유로 정도만 더 내면 학생식당 출입이 가능하다.

독일은 전체적으로 한국에 비해 물가가 매우 저렴한 편이라 어학공부를 직접 와서 하시는 걸 강력 추천드린다. 비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Mini Job하시면 주 1일 8시간, 한달 4일만 알바해도 최저시급이 12유로니 384유로를 벌수 있고, 이 돈은 세금도 안떼인다. 언어 연습도 할 겸 옷 SPA 브랜드나 식당에서 알바하는 것도 용돈 벌이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고, 부모님에게 부담도 덜 드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