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운전 시작, 네 바퀴가 가져다준 시간적 자유
그냥, 해볼 것. 어떨까 생각만 하지말고.
운전면허를 딴지는 오래됐다. 대학생때니까..거진 20년 된듯.
한국에서 출퇴근시 자차로 매일 한강대교를 건너기도 했고, 친구만나러 강남도 차로 여러번 출동하고...서울바닥을 내 집같이 누볐던게 벌써 13년 전이네.
그때 이 차가 가져다주는 기동력이란게 어마어마하다는 걸 깨달았었다. 그런데 이사를 한 후 차가 필요없어져서 정리한 후, 운전을 안한지가 정말 10년이 넘은것 같다.
그리고 아이엄마가 되어 독일에 사는 지금, 회사도 유치원도 차 없이 가면 각 40분씩 걸리게 된 상황이라 운전을 안할 수가 없어 시작했다.
예전에 했었으니 지금도 쉽게 되겠지 했는데 수동인 우리차로 트램이 가득하고 비보호 좌회전이 많은 독일에서 운전하는게 너무 겁이 났다.
남편이 몇번 연수해주더니 그냥 돈 주고 배우라고 해서 운전연수 독일어로 몇번 받으면서 몇백유로 썼다. 그런데도 수동이라그런지 내 마음의 장벽이 문제인지 안되더라.
회사를 계속 다니고 아이 등하원하고 이걸 미련하게 계속 하다가 도저히 이젠 못버티겠어서 그냥 차를 자동으로 바꿨다. 시간적 체력적으로 도저히 안되겠더라.
차를 보러간 당일에 바로 계약서 썼고, 차량 인도 후 바로 출퇴근과 등하원을 차로 시작했다. 처음 1주정도 신랑과 같이 다니다가, 어느날 결혼식에 초대받았던 날 신랑은 밤새 논다고 해서 나와 아이만 먼저 집으로 출발했는데, 그날의 밤운전이 근 13년만에 나의 첫 솔로운전이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에 땀이 나더라.
아이는 달리는 동안 이미 잠들었고, 미리 지도를 보며 머리속에 로드맵을 수없이 그린 후, 내비도 켜고 달려온 집에서 주차에만 20분이 걸렸다.
하지만 해냈다.
이후 키타 등하원시 주차공간이 협소해 다른 부모들 차 다 막고 주차에 오랜시간도 쓰고, 뒤에서 빵도 한번 하고...
키타에서 주차시 내 뒤로 줄이 길어지면 그게 얼마나 스트레스던지 정말 주차때문에 운전하기 싫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그 시간을 다 지나고, 이제는 등하원과 출퇴근은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된지 불과 2달 남짓되었다는게 이상하다. 아직도 아우토반이나 새로운 길 가면 긴장하지만, 1년정도 지나면 많이 좋아지겠지.
올해 버킷 리스트 중 1개가 바로 이 운전 시작하기였기에, 나 자신이 대견하고 칭찬한다.
운전 덕에 나에게는 하루에 1시간 반 가량이 덤으로 생겼다. 기동력으로 생긴 여유다. 그 시간에 일도 더 할수있고, 집안일도 더 할 수 있고, 요리도 할수있다. 워킹맘에게 1시간 반이면 얼마나 큰 시간인지.
이제 하나더 해냈으니 올해 또 새로운 도전을 해야지.
좀 재밌게 효율적으로 자신있게 살고싶다.
불평하지말고 일단 하자. 운전을 그렇게 했듯.
어떻게 해? 무서워. 긴장돼. 어려워.
할때 답은 결국 그냥 '하면돼'였다.
그래서, 8월 즈음 나에게 운전이 도대체 어떻게 해,무서워 의 대상인데 이제는 아닌것처럼,
지금 내가 하려는 '어떻게 하지?'싶은 일도 그냥 해보려한다.
그럼 올해말이나 내년 초에는 그 새로운 일도 당연한 일상이 되겠지. 그렇게 30대를 갓 넘긴 지금도 뭔가 발전하고 나아지고 재밌게 사는 그런 인생을 만들어가봐야지.
해보자,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