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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

인생수업

by 안상현

가끔 누군가 묻는다.

“20대로 돌아가면 어떻겠어요?”

나는 잠시 웃고는 이렇게 답한다.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 시절엔 열정과 불안이 늘 함께였다. 세상은 넓고 나는 작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섞여 늘 조급했다. 그때의 나는 늘 과거와 미래를 보느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했다.


이제는 다르다. 나는 50대가 되었고, 나를 닮아가는 아내가 있고, 귀엽고 발랄한 열 살 딸아이가 있다. 우리는 따로 또 같이 걷는다. 딸은 앞서 달리고, 나와 아내는 뒤에서 걸음을 맞춘다.


그렇게 걷다 보면 깨닫는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사랑은 매일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제야 비로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딸과 함께 걷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 아쉬운 게 있다면, 그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자주 표현하지 못한 어제의 나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유라야, 아빠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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