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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Sep 21. 2024

자잘스토리 8 - 037 - 별장 같은 안방






1


자다가 숨이 막혀서 깼다.


눈을 뜨고 살피니, 은근히 더운 기운과 

습한 공기가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농담 아니라 정말 자다가 호흡이 가빠서,

답답해서 깨어난 것이다.




2


안방으로 직행했다. 

아버지는 등산 가시고 어머니는 옥상에 계시고,

아무도 없는 안방에 무혈입성(?) 하여 

에어컨 희망온도를 26도로 설정하고 드러누웠다.

곧 잠들었고 그제야 솔솔 숙면, 깨지 않고 푹 잤다.




3


일어나 보니 비가 한껏 내려서, 온 공기가 습하고

8월의 무더위까지는 아니더라도, 못지않게 끈적한 더위로

당최 내 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졌다.

안방에서 내가 잠드는 바람에 방을 잃으신 부모님은 거실에서 소일하시고,

내가 일어난 걸 보시고도 '이쯤의 더위는 별거 아니지.'하는 정신으로

더위와 덥냐 안 덥냐를 밀당하듯 가늠하며 계속 거실에서 즐기시고(?) 계시다.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시는 어머니는 그렇다 해도,

아버지는 열이 많은 체질이셔서 에어컨 바람이 간절할 듯 싶은데

자꾸 드잡이를 하신다, 더위랑.




4


아무튼 올여름은 내 집 같은 내 방과, 별장 같은 안방을 오가느라 번거로웠다.

좌탁과 노트북, 텀블러 등등 한 짐을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안방을 진정한 별장처럼(?) 사용하려면 필요한 짐 들이었다.

가끔은 아부지가 좌탁을 옮겨다 주시는데,

주로 안방으로 올 때는 내가 가져오고,

내방으로 돌아갈 때는 아버지가 얼른 들어다 옮겨주시는 모습이시라서,

다분히 '얼른 가라~!'라는 뉘앙스가 팍팍 느껴지는 바람에 웃고 만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나도 심통이 상해서 좌탁 놓아두고 가시는

아버지의 뒤통수에다 "흥!"이라고 응수하면 

거실을 건너시며 껄껄 웃으시는 소리가 들려온다.




5


한가위 전에 생크림을 겨우 구매해서 판나코타를 만들었다.

디저트 같은 거라, 하루에 1컵 섭취를 염두에 두었는데,

우리 오빠가 맛있다고, 이틀에 4컵을 섭취했다.

식구 수 대로의 분배가 애매해져서 조금 난감했지만,

오빠가 그렇게 맛있다고 해주니, 즐겁더라.

새언니가, 


"저렇게 좋아하니, 만드는 걸 나도 배워야 하나 싶어요."


...라고 해서 한 번 더 기분이 좋았다.

저번에 오빠가 용돈 쥐여주고 갔는데,

후~ 생크림을 구할 수가 없어서 오빠가 맛있다고 했던 것들 중에

아무것도 만들어 놓지 못했었다.

물론 나는 기본적으로 오빠를 사랑하지만,

용돈 쥐여주는 오빠가 조금 더 다정하게 느껴지고,

자본주의적 관점에서도, 입금이 있으면 응당 대응하여 

받은 만큼 내놓을 수 있는, 오빠가 좋아하는 간식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게 맞지 않겠나.


다행히 올 추석엔 오빠와 새언니에게 대접할 수 있어서 기뻤다.




6


별장이 시원하니 이제야 추석을 되돌아보게 되네.

쉴 만큼 쉬었다. 슬슬 안방을 부모님께 돌려드려야겠다.


이제 곧 쌀쌀해진다 하니, 징그럽게 더운 여름이었는데,

또 그것 참, 섭섭하니.... 난 좀 이상한가 봐.




7


그나저나, 생크림은 왜 이렇게 구하기가 어려운 거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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