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손에 쥐여준 쪽지를 펼쳐 보았다.
거기엔 '제일 빛나는 사람'
이라고 적혀 있었다.
쓰레기를 준 건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글씨체 같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누군가 오고 있었다.
슈트를 말끔히 입은 한 남자가
어느새 내 앞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 너 뭐야. 신입인가?
드디어 인원을 충원해 준 건가.
일단 따라와. 할 게 많아.'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안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까 직원에 말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쉴 새 없이 떠드는 남자 덕에
예, 아니오도 대답할 수 없었다.
한참을 말하면서 나를 데려간 곳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유리로 된 온실 같은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일반적인 곳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많았으나 사람들은 함께 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를 데려 오던 말 많은 사람의 말이 떠 올랐다.
사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유독 두 가지가 내 머리를 강타했다.
절대 사람들과 말을 섞지 말 것
희미해지는 사람이 생기면 호출 벨을 누를 것.
일단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건
이들을 감시하는 것이다.
그들을 쳐다보기 싫지만 볼 수밖에 없다.
이곳 사람들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보내려는 것 같기도 하다.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 사람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와
내 앞에 서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순간, 창구 직원이 건넸던 쪽지 내용이 생각났다.
유난히 밝은 빛이 보이는 곳으로 냅다 달렸다.
다행인 건 그 사람은 나를 쫓아오진 않았다.
멈춰 선 곳엔 문이 있었다.
나를 이끌던 빛은 문 너머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지금은 문 밖으로,
빛을 따라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 밖에는 아까 창구에 있던
그 여자가 초조하게 서 있었다.
내가 나와서 다행인 건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뒤를 이어 나를 인도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왜, 어떻게 타야 할 비행기를 타지 않은 거지?!! 미치겠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주변을 살피다 나를 붙잡아 허공으로 던졌다.
그 순간 그 여자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나는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