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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독백 May 05. 2024

빈 마음으로 서 있기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을

골라보라고 하신다면...

(안물안궁 하지 마시고요~ㅎㅎ)

저는 '타는 것'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창가에 앉아 자연이 그리는 수채화를

넋 놓고 보게 되는 기차도 좋고요,

장시간 쪼그리고서

언제 나타날지 모를 제트기류를 기다리는

비행기도 환영입니다.

몸에 닿는 것(몸을 의지할 곳이라고 해도 되는 것)

하나 없이 바람을 타는

번지점프의 짜릿함도 굉장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도로의 굴곡을 느끼면서 내가 달리는 듯

자연과 함께 '나 잡아봐라'를 하는

운전만큼은 아닙니다.


오늘은 이 행복한 김기사가

부산 바다로 향했습니다.

차에 타면 곧 잠이 드는 가족들이

예쁘고 고맙습니다.

저만의 시간을 갖도록

배려해 주는 것만 같거든요.


오늘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바다를 보았노라 했습니다.

수평선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늘이 바다를 닮았습니다.


바닷가를 거닐다가

문득 마음속 시끄럽던 소리가

사라진 걸 깨달았습니다.

어디 간 거지?

바보 같은 물음입니다.

세상 모든 짐을 진 듯한 자도

사랑하는 자 앞에서는

가벼워지지 않습니까.

자기 안에 차오르는 사랑 또한

끊임없이 전해지니

행복한 빈털터리가 될 수밖에요.


그래서 오늘

바다 앞에

빈 마음으로 있다 왔습니다.

파도의 이야기 들으면서요.


언젠가

마음속 잡동사니들이 덜그럭거릴 때

또 자연을 만나러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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