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2023년 9월 10일, 일글레의 첫 번째 레터를 보내고 딱 1년이 흘렀습니다. 1년 전, 방구석에서 문득 이메일 레터 같은 걸 해보면 어떨까 싶어 부랴부랴 이름을 짓고, 로고를 만들고, 스티비 셋팅을 했던 기억이 나요. 과연 누가 구독해줄까, 아무도 구독 안해주면 스리슬쩍 문 닫지 뭐, 하며 큰 부담없이 시작했는데, 구독자 여러분들 덕분에 문 닫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지난 레터를 통해 언급했듯이, 구독자는 생각했던 것만큼 빠르고 가파르게 늘지는 않았어요.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이 대기업의 플랫폼을 등에 업고 글을 쓸 때는 별도로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아도 구독자가 늘었지만, 이메일은 폐쇄된 채널이기 때문에 구독자 한 명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이메일 레터는 처음이기에 부족한 점도 많고, 게으름으로 인해 열심히 홍보 활동을 하지 않은 건 아쉽지만, 앞으로 글을 쓰는 작가이자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의 마음으로 일글레를 더 크게 키워보려 합니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365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가게 문을 연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사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하루 이틀 정도 휴가를 내는 것쯤은 괜찮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분들의 마음을 일글레를 운영하면서 아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엔 휴가를 가거나 너무 힘들 땐 한두 번 정도 빠뜨려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휴가를 떠난 곳에서도, 코로나가 걸려 아무리 아파도 이메일을 쓰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일글레가 유료 레터는 아니지만, 일글레를 운영하는 저의 60%는 사업가였고, 40%는 작가였던 것 같습니다. 브런치에서는 제 이름을 걸고 좋은 글을 쓰기만 하면 됐다면, 일글레를 운영하고부터는 일글레를 어떻게 브랜딩할지, 어떻게 더 많은 구독자를 모을지, 일글레를 바탕으로 또 어떤 일들을 펼쳐 나갈지 좀 더 다양한 각도의 고민들이 필요했어요. 그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꼈겠죠.
직접 해보고 나니 왜 그렇게 다들 사업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지 알게 됐어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다들 사업에 뛰어드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작은 구멍 가게라도 자기만의 사업장을 갖는다는 건 그 어떤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행복이 있다는 걸, 일글레를 운영하면서 깨달았죠.
지난 1년 동안 일글레를 구독했다가 수신거부한 분은 딱 1명이었어요. 구독 취소가 꽤 활발하게(?) 일어나는 브런치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띈 '수신거부'를 보고 마음이 조금 아팠어요(흑흑). 솔직히 저도 눈에 띄는 무료 뉴스레터는 일단 구독했다가, 어느 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구독 취소 버튼을 누르기 때문에 '구독 취소'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사업가의 마음으로 보면 이게 그리 작은 일처럼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10년 동안 함께 한 1명의 단골 손님을 잃는 건, 단 하루 프로모션을 통해 찾아온 100명 혹은 그 이상의 신규 손님을 잃는 것보다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구독자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지금까지 구독해주신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기 위해 앞으로 더 좋은 글을 보내드리기 위해 노력할게요. 어쩌다 보니 일글레의 발송 시간은 매주 수요일 아침 7시 30분으로 고정이 되었는데요. 요즘 들어 더 삭막해진 지하철 출근길에서, 일글레가 자그마한 도피처가 되길 바랍니다. 발행인은 때때로 외롭고 쓸쓸하고 심심합니다. 언제든 친구에게 말 걸듯 답장을 보내주신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읽겠습니다. 1년 동안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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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글레는 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회사원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