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글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국악 소녀에서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한 송소희 씨의 자작곡 'Not a dream'을 들어보셨나요? 이 곡의 유튜브 조회수는 두 달 만에 1400만 뷰를 기록하며 한국 인기 뮤직비디오 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국악은 아니요, 대중음악과는 어딘가 다른, 미묘한 그녀의 음악에 저 역시 푹 빠져들어 한동안 반복 재생해 듣기도 했습니다.
송소희 씨가 말하길, 국악은 대중음악과 달리 똑같은 구간에서 똑같은 기교를 해야 잘한다고 평가를 받기 때문에 개성이 크게 돋보이면 안 된다고 합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분장이나 머리 스타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그녀는 제한된 틀 안에서, 본인이 가진 목소리의 장점으로 국악을 표현해 전통을 이어가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국악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냈죠.
어쩌면 회사원도 국악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원들은 회사라는 다소 정형화된 조직 안에서 대단히 큰 개성을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요즘은 복장에 대한 규율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암묵적으로 지켜야 할 선이 존재하고, 본인의 의견은 다르더라도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틀'은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 '족쇄'가 될 수도 있지만 나만의 개성을 만드는 '기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학창 시절, 우리는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었지만, 서로 교복이 바뀌어도 금세 내 것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약간씩 교복의 모양이 달랐습니다. 치마 길이를 줄이는 친구도 있었고, 셔츠를 오버사이즈로 큼직하게 입는 친구도 있었어요. 셔츠 속에 화려한 색깔의 티셔츠를 겹쳐 입기도 했고, 양말로 포인트를 주기도 했죠. 어쩌면 교복이라는 '틀'이 없었다면 학창 시절에 옷에 대해 이토록 많은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교복이라는 '틀'이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나의 개성을 표출해 내려는 의지가 더 강해졌던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회사원들은 모두 '회사원'이라 불리지만 그 안에서 각자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처음 IT기업에 입사했을 때, 개발자들과 기획자들 사이에서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회의에서 주고받는 말들 중에 반의 반도 못 알아듣고 나왔을 때, 퇴사를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저에게 한 동료가 말했습니다.
"수진님은 우리 회사에서 글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이에요. 개발자들이 쓰는 개발 용어를 못 알아듣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러니 낙심할 필요 없어요. 우리 회사에서 수진님만큼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저는 그 후로 회사에서 글을 쓰는 일에 더욱더 최선을 다했습니다. 블로그 글을 하나 쓰더라도 조금이라도 남들과 다르게, 고객 이메일을 보낼 때에는 오픈율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게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나는 이 회사에서 글을 가장 잘 쓰는 사람, 그 타이틀에 맞게 내 역할을 충실히 다해내고 싶었어요. 그 타이틀을 빼앗기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렇게 10년을 살아오니 저는 '글을 잘 쓰는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놓아 이곳에서 날 불러 눈물은 닦고 달려온 나의 저 길을 바라봐
- 송소희, 'Not a dream'중에서
국악인으로서 지켜야 했던 규율들에 의문이 들었던 청소년 시절의 송소희 씨는 혼자 군산 여행을 떠났다가 한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일면식도 없던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순리대로 살라'는 말을 해주었고, 그 말은 그녀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상황에서 벗어나기보다는 인정하고, 흐르는 대로 흘러가 보라는 말씀에, 그녀는 국악의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본인만의 분야를 개척해 낼 수 있었습니다. 국악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녀도 없었을 테죠.
오늘은 나를 가두고 있다고 느껴지는 규율이나 틀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규율에 갇혀 있기만 할 것인가, 그 규율 속에서 나만의 개성을 찾아 나설 것인가,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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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터'입니다. 일글레터는 마케터이자 책 <처음 쓰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특강>,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를 출간한 유수진 작가가 매주 수요일 아침에 무료로 보내드립니다.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