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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글레터

유퀴즈 300회 출연자로 저를 추천했습니다

일하고 글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터

by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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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을 하고 있는 이승희 마케터는 연매출 약 2조 원의 미국 청소용품 브랜드 '스크럽대디'의 앰배서더가 되었습니다. 살림 쪽 크리에이터도 아니고, 그녀보다 더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넘쳐나는데 어떻게 그녀가 스크럽대디의 앰배서더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 방법은 바로 '자기 추천'입니다. 그녀가 스스로 스크럽대디의 앰배서더가 되겠다고 지원을 했기 때문이죠. 스크럽대디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녀는 우연한 기회로 건너 건너 아는 지인이 스크럽대디의 마케팅 디렉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DM 한통을 보냈습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불구하고 스크럽대디 측은 열린 마음으로 제안을 검토했고, 그렇게 줌 미팅이 성사가 되었죠.


물론 지원을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을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제안을 보낼 때에는 수락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메시지를 보내야겠죠. 핵심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기회를 만드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창 시절, 여러분은 스스로 손을 드는 학생이었나요? 운동회가 열리면 각 반에서 계주에 나갈 4명을 선발했어요. 계주는 운동회의 꽃. 전교생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경기라 다들 욕심을 냈지요. 그런데 막상 선생님께서 "계주 뛰고 싶은 사람 손 들어"라고 하시면 스스로 손을 드는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옆에서 친구들이 부추기거나 "OOO 추천요!"라고 말해줘야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었죠. 그러다 가끔 자원을 하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잘 뛰나 보자'라는 이상한 생각을 했습니다. 자원을 했다가 잘 달리지 못하면 친구들로부터 원망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그것이 무서워서 점점 자원하는 친구들이 사라졌던 것 같아요.


때로 창피함이란 우리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 스티브 심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중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내가 원치 않아도 스스로 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어요. 회사에 이력서를 넣는 일도 자기 추천 중 하나인데요. '어차피 안 될 것 같아서' 이력서도 넣지 못하고 포기한 회사가 참 많습니다. 그러다 한 번은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오르지 못할 것 같은 나무에 지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회사에 합격했던 경험은 제 인생을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손을 드는 경험만으로도 성장을 하게 된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출판사에 투고를 해 출간한 일, 신간 북토크를 열어보자고 북카페에 제안한 것들 모두, 스스로 자원을 했기 때문에 성사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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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이 300회를 맞아 출연자를 추천 받는다는 글을 보았어요. TV에 출연할 정도면 시청률을 높일만한 놀라운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어야겠고, 꽤 외향적인 사람이어야 할 텐데, 누구를 추천할까 하다가 그와 정반대인 사람, 저를 셀프 추천했습니다. 엄청난 확률을 뚫고 당첨이 된다고한들 사실 TV에 출연할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에만 둘러싸여 사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기회의 씨앗을 뿌리며 살아야 인생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록 이번엔 당첨되지 못했지만 누가 아나요, 언젠가는 제가 유퀴즈에 출연할지도(?).



이 콘텐츠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터'입니다. 일글레터는 마케터이자 책 <처음 쓰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특강>,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를 출간한 유수진 작가가 매주 수요일 아침에 무료로 보내드립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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