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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글레터

내가 만난 부자들의 특징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터

by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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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ophie._.lovely (해당 사진은 출처자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경주 한화리조트의 커피 매장에서 일한 분의 SNS글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화리조트에 방문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에게 커피를 건넸다가 5만 원을 받은 이야기인데요. 사진엔 이재용 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과 엉거주춤한 자세로 5만 원을 건네고 있는 뒷모습이 담겨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은 댓글을 통해 "이게 로또다", "부자에게 받은 돈은 쓰지 말고 지갑에 넣어야 합니다"라며 부러움을 표했고, 여러 언론사에서도 기사화하며 크게 관심을 가졌죠. 사람들은 왜 이토록 '부자에게 5만 원을 받은 이야기'에 열광하는 걸까요?


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부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뜨거운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은 후 노동은 고생, 자산은 지혜라는 인식이 커졌고, 막연히 부자를 부러워하거나 미워하기보다는 '나도 저 사람처럼 자산을 키우고 관리하고 싶다'는 학습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에 발행한 김승호 짐킴홀딩스 회장의 <돈의 속성>은 400쇄 이상을 찍었고, 돈 버는 법을 현실적으로 설명한 <세이노의 가르침>은 정확한 신상이 알려진 작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그야말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죠.


저 역시 살면서 부자들을 만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은, 제가 회사에서 기획·운영하던 교육 프로그램에 강사로 섭외하며 인연을 맺게 된 분이었는데요. 당시 직장인이었던 그분은 얼마 후 회사를 설립해 대표가 되셨고,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업에 회사가 인수되며 갑자기 큰 부자가 되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접한 대표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대표님의 회사에서 북토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신 겁니다. 제 책을 전 직원 수만큼 구매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저에게 고급 중식당에서 점심을 대접해 주셨고, 레스토랑 기프티콘까지 선물해 주셨어요. 왜 저에게 이렇게 큰 기회와 선물을 주셨을까 생각해 보니, 대표님은 직장인이셨을 때에도 미팅을 할 때마다 항상 저와 동료들이 먹을 커피나 빵을 준비해 오셨어요. 대표님은 그 어떤 것이든, 받은 것에 대한 답례를 잊지 않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아마도 누군가로부터 받은 기회를, 저에게 돌려주신 게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KB금융그룹의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공식적인 부자의 기준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10억을 버는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제가 만난 부자들은 자신이 받은 것을 당연시 여기지 않고, 곱절로 보답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기브앤테이크' 방식을 넘어, 운이 좋게 얻은 기회로 부를 얻은 만큼 세상에 기부를 하기도 하고, 꼭 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시간을 들여 또다른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커피 선물을 받고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기어코 5만 원을 꺼내어 건넨 이재용 회장의 마음. 액수를 떠나 그 마음이야말로 저는 부자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그의 주머니에 현금이 들어있던 것도 단순히 우연만은 아니었을지도.



이 콘텐츠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터'입니다. 일글레터는 마케터이자 책 <처음 쓰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특강>,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를 출간한 유수진 작가가 보내드립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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