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P_unbuilt project
" 평지에서 무언가 신기한 일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면 뒤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앞사람보다 높은 위치에 서려고 애쓴다. 의자 위에 올라서거나 술통을 굴려 오고 마차를 끌고 오는 사람도 있고 널판을 여기저기 걸쳐놓고 올라서거나 근처 동산에 올라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그 자리는 금세 하나의 분화구 같은 모양이 되어버린다.
구경거리가 같은 장소에서 자주 벌어지게 되면 요금을 낼 용의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좌석이 마련된다. 돈을 못내는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재주껏 구경을 하려고 한다. 이러한 일반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건축가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건축가가 그 분화구 같은 것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원형 극장이다."
< p89, 이탈리아 기행_괴테 >
학부 졸업설계를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하고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불안함으로 대학원 진학을 했다.
여전히 막막하고 현학적인 글과 이야기들 중 몇 안되는 단단한 바닥같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무엇을 기반으로 일해야 할지 유일하게 믿고 발 디딜수 있는 생각을 발견했다.
아직도, 아마도 앞으로도 크게 보면 같은 관점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건축가는 집 짓는 일을 넘어 글도, 가구도 짓는 일에 분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과 마음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