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의 드라마틱한 인생이야기.
옥주는 시어머니가 싫었다. 담배에 찌든 냄새,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 마귀할멈같은 얼굴. 그래도 옥주는 시어머니에게 싫은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모시고 사는 것이 아니라 얹혀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떄문이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식구은 죄인이라 생각했다. 마귀할멈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아이들과 남편, 자신을 지옥불에 던져버릴것 같았다. 옥주에게 지옥불은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21살에 결혼한 옥주는 사회생활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친정은 4명의 오빠와 2명의 언니, 2명의 동생이 있는 대가족이었다. 옥주까지 합이 아홉인 식구가 사는 집안의 형편이 좋기란 어렵지만 그래도 옥주의 아버지는 큰 과자공장을 하고 있어 자식들을 궁핍하지 않게 먹여살렸다. 옥주가 열여덜살이 될때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겨둔 재산은 오빠들의 사업자금으로 모조리 빠져나갔고 가세는 점점 기울어졌다. 21살 꽃다운 나이에 선을 보고 상대가 마음에 들든 안들든 결혼을 하게 된 것도 그 어떤 선택지가 없었기때문이다. 사실, 옥주는 자신의 인생에서 선택이란 걸 할 수 있는 문항들을 만들지도 못했다. 언니들에겐 치였고 오빠들에겐 무시당했으며 동생을 돌보는 것만이 옥주의 몫이였다. 불행히도 여덜이나 되는 형제자매중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저식구들 챙겨먹일 정도 또는 자기 한 몸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로 살았다.
옥주가 선을 볼때, 남편의 집안 형편은 꽤 넉넉했다.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많은 재산을 남겨뒀고 자식이 아닌 시어머니가 그 돈을 가지고 있으며 마음에 드는 자식들에게만 봉투를 열었다. 4남매중 둘째 아들인 남편은 어머니를 모셔야한다고 했다. 시어머니는 장남인 첫째 아들과는 생사도 모르고 산다고. 죽은 지애비 돈을 싹 가져다 말아먹으려해서 눈에 띄이면 발모가지를 잘라 버릴거라고 엄포를 놓았단다. 그래서 착하고 뚝심있는 둘째아들만이 자식이며 결혼해선 꼭 함께 살 것을 원했다. 선택지가 없는 옥주는 그 결정에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