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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Together Mar 18. 2021

옥주이모는 행복할까?

이모의 드라마틱한 인생이야기.

옥주는 꼬장꼬장한 시어머니, 노처녀 시누이 둘과 함께 살았다.

지금의 남편과는 선을 보고 결혼했다. 180센티가 훌쩍 넘는 키에 호리호리한 몸을 가진 남편은 배관공일을 했다. 말을 더듬는 남편은 말수가 적었지만 술을 자주 마셨고 고약한 술버릇이 있었다. 평소엔 남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샌님이면서 술만 취하면 아무에게나 큰소리를 치고 해코지를 했다. 그래도 옥주나 자식을 때리거나 가족에게만은 험한꼴을 보이지 않았다. 남편의 타깃은 오롯이 타인이었다. 옥주는 그런 남편과 싸운다거나 말리는 행동들은 하지 않았다. 술에 취한 남편이 동네방네 행패를 부리고 다닐떈 미친듯이 집안일에 몰입했다. 그녀의 집중력을 최고치로 올릴 수 있는 일감은 빨래였다. 이불과 아이들 옷을 산더미처럼 쌓아서 큼지막한 다라이에 넣고 북북 밟았다. 아이가 울면 들처업고 씩씩하게 스텝을 밟았다. 그러면 아이도 잠들었고 한바탕 난동을 부리고 온 남편도 골아떨어졌다. 오밤중에 빨래를 하는 옥주에게 시어머니는 혀를 차며 힐난했다. "대낮에 뭐하고 한밤중에 요란을 떤다냐! 미련퉁이야, 어여 애들 데리고 들어가 자라. 내 속이 터져분다!"

옥주는 시어머니가 싫었다. 담배에 찌든 냄새,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 마귀할멈같은 얼굴. 그래도 옥주는 시어머니에게 싫은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모시고 사는 것이 아니라 얹혀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떄문이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식구은 죄인이라 생각했다. 마귀할멈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아이들과 남편, 자신을 지옥불에 던져버릴것 같았다. 옥주에게 지옥불은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21살에 결혼한 옥주는 사회생활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친정은 4명의 오빠와 2명의 언니, 2명의 동생이 있는 대가족이었다. 옥주까지 합이 아홉인 식구가 사는 집안의 형편이 좋기란 어렵지만 그래도 옥주의 아버지는 큰 과자공장을 하고 있어 자식들을 궁핍하지 않게 먹여살렸다. 옥주가 열여덜살이 될때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겨둔 재산은 오빠들의 사업자금으로 모조리 빠져나갔고 가세는 점점 기울어졌다. 21살 꽃다운 나이에 선을 보고 상대가 마음에 들든 안들든 결혼을 하게 된 것도 그 어떤 선택지가 없었기때문이다. 사실, 옥주는 자신의 인생에서 선택이란 걸 할 수 있는 문항들을 만들지도 못했다. 언니들에겐 치였고 오빠들에겐 무시당했으며 동생을 돌보는 것만이 옥주의 몫이였다. 불행히도 여덜이나 되는 형제자매중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저식구들 챙겨먹일 정도 또는 자기 한 몸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로 살았다. 

옥주가 선을 볼때, 남편의 집안 형편은 꽤 넉넉했다.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많은 재산을 남겨뒀고 자식이 아닌 시어머니가 그 돈을 가지고 있으며 마음에 드는 자식들에게만 봉투를 열었다. 4남매중 둘째 아들인 남편은 어머니를 모셔야한다고 했다. 시어머니는 장남인 첫째 아들과는 생사도 모르고 산다고. 죽은 지애비 돈을 싹 가져다 말아먹으려해서 눈에 띄이면 발모가지를 잘라 버릴거라고 엄포를 놓았단다. 그래서 착하고 뚝심있는 둘째아들만이 자식이며 결혼해선 꼭 함께 살 것을 원했다. 선택지가 없는 옥주는 그 결정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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