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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진 Nov 04. 2024

그때 왜 “가을밤” 같은 그림이 나왔을까

2009년의 어느 날

<위로> 라는 제목의 연작들. 지금은 다 흩어져있다.
아버지가 마지막 작업을 하셨던 모습 그대로 찍었던 작업실
가을밤 작품 사진

2009년은 아버지가 처음 갑상선암 발병이 되기 전이었다. 그래서 독하게 슬프기에는 아직 그런 때가 아니었다. 오히려 2007년쯤 학교에서 퇴직하시고 모처럼의 여유와 평생 원하셨던 전업화가의 삶의 기쁨을 느끼신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일 텐데.

혼자 이루 추론할 수 없어 언니에게 2009년에 왜 이런 <가을밤> 같은 슬픈 그림이 그려진 건지 모르겠다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때는 우리가 모두 같이 살았을 때이다. 하남시 집을 팔고 강동구로 와서 몇 년 흘렀을 때이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 이야기해 주고 싶던 위로였는지, 가장의 삶의 무게였는지 추측해 보았다.

오래 짊어진 생계의 짐. 마음껏 그리고 마음껏 전시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가족의 생활이 저 어깨의 짐이었을 것 같아서 우리는 미안해졌다.

오래, 사회 초년생이 되기 위해 애쓰고 그렇게 사회의 일원, 4대 보험을 받고 명함이 있는 사람들이 되었지만, 아직 아는 것 없고 줄 댄 곳 없는 사회초년생들로서 긴 회사의 먹이사슬 가장 바닥맛을 보고 있던 우리였다.

지친 우리를 위로함이었거나, 또는 아버지 스스로의 짐을 떠올림이었을 것 같다.

언제나처럼 아버지스럽게 밝게, 어떻게든 감사와 희망을 찾아내보려 온갖 새와 빛을 동원해 하얗고 파랗게 그려내셨던 거라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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