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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Sep 18. 2016

부유하지만 가난한 삶을 사는 사람들

2015년 2월 19일,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니 양이 뛰어나와 등(燈)을 들이받고 있었다. 구글이 Chinese New Year를 맞아 특별히 준비한 두들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설날이기도 했지만, 중국에 들어가지도 못한 구글은 중국의 설날만 쳉기는 듯 했다.



그믐날 밤, 잠을 설쳤다. 어릴 때처럼 다가오는 설이 설레어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중국인들이 터뜨리는 요란한 폭죽 소리때문이었다. 구정이 다가오기 몇 주 전부터 비엔티안의 길거리에는 중국풍의 빨간 옷을 파는 노점들이 들어선다. 그때부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설날 기분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모두가 화끈한 중국인들 덕분이다.


2015년 2월 19일(청양의 해)의 구글의 두들


사실 잠을 설친 게 꼭 폭죽 소리때문만은 아니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멋없이 살아가나, 아쉬움이 뒤섞인 분노가 마음 속에 일어난 것도 작용했다.


"좀 더 신나게 살아도 될 텐데.... 우리가 열심히 사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근래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라오스를 참 많이 찾는다. 비엔티안 시내를 걷다보면 패셔너블한 조끼를 입은 봉사팀도 수시로 마주친다. 라오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라오스가 참 좋았다고. 어떤 이는 방문했던 나라 중에 라오스가 가장 좋았다고도 말한다.


사람들은 여기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정말 궁금했다. 오는 사람들 마다 붙잡고 물었다. 메콩강변에서 비어라오를 같이 한잔 하면서.


"라오스 사람들은 여유가 있어서 참 좋았어요. 가진 것은 부족했지만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대개는 이런 말을 한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었다. 라오스 사람에게도 있는 여유가 풍요로운 우리에게는 왜 없는 것일까.  라오스 사람들이게는 있는 행복이 우리에게는 왜 희귀한 멸종위기종이 되었을까.


라오스와 비교하면 우리는 참 많이 가졌다. 가져도 너무 많이 가졌다. 중국과 비교해도 그렇다. 그런데 참 허무하게 산다. 타지에 사는 사람들끼리 그믐날 밤에 맥주 한잔 할 여유도 없는 듯 하다.


라오스를 다녀 간 사람들은 라오스에서 발견한 행복을 우리나라에서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행복을 위해 또 다른 라오스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스스로를 의미 없이 혹사시키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여유를 즐길 땐 좀 즐겨도 되지 않을까. 그런 일에 좀 눈치 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비엔티안 탓루앙 광장의 유기농 시장, 토요일 마다 장이선다.

이곳 라오스에 주재한 한국의 공공기관은 크리스마스날도, 추석도, 설날도 출근해서 정상 근무한다. 해외근무 규정에 현지 공휴일과 우리나라의 공휴일 중 국경일(3.1절, 광복절, 한글날 등)만 쉬는 규정 때문이다. 설날과 추석 등은 국경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라오스는 공식적인 휴일은 며칠 되지 않는다.  불과 4-5일에 불과하다. 아직 비공식적인 휴일이 많은 나라이다. 때로는 라오스 사람들은 놀아도 우리는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 과 베트남 사람들이 쉬는 설날에도 우리는 출근해야 한다. 일이 잘될리는 없다.


비록 라오스에 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근무하는 곳이면 중국인들처럼 설날은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폭죽을 터뜨리며 좀 화끈하게 새해를 맞을 수는 없는 것일까.



이때 만큼은 내가 살고있는 비엔티안이 중국처럼 느껴졌다. 그믐날 밤, 오랫동안 뒤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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