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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Aug 17. 2016

라오스에서 시장경제를 배우다.

멋진 산새로 둘러싸인 힌헙의 나봉 쿤반(Cluster)은 남능 강과 남릭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가난한 마을이다. 다리가 없어서 아직도 바지선을 이용해 강을 건넌다. 비포장 길은 비가 내리면 진흙탕이 되어 접근이 어렵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화전과 채집에 의존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비엔티안 주에서도 가난한 소수민족 마을로 남아있다.


힌헙에 가려면 남릭강을 건너는 바지선을 타야 한다.


이곳 사람들의 표정은 참 밝다.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우리도 예전엔 이러지 않았을까? 점심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먼길을 돌아 밥 먹으로 집으로 간다.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하고 걸어서 가기도 한다.



경치만 보면 방비엥 못지않은 곳이지만, 결정적으로 물이 귀하다.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물이 귀하다니 이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건기가 되면 산에서 끌어오는 공동 수도도 말라버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물을 길러 오는 게 큰 일이된다.


점심 시간이면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이런 마을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누구나가 마찬가지 일 게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막상 현장에 가보면 따뜻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느 한 부분을 개선한다고 지속되지도 않는다. 정부의 개입이 없다 보니 모든 게 시장의 기능에 맡겨야 한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더 시장 중심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상상보다 현실은 훨씬 더 열악하다.


요즈음 ODA에서 가장 핫(hot)한 단어는 가치사슬(value chain)이라는 용어이다. 공정한 가치도 좋고 생태적 지속가능성도 좋지만 일단은 시장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이다. 그러려면,


1. 시장이 관심을 가질 만한 규모를 만들어야 하고,

2. 그러려니 농민을 생산자 그룹으로 묶어야 하고,

3. 묶으려면 기술적인 표준화가 필요하니 교육과 리더십이 필요하고,

4. 여기서도 마케팅은 필수다. 때로는 없는 시장을 만들거나 또는 해외 수출시장과 연계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농촌개발 사업이란 게 ODA 사업 중 가장 하기 어렵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기술적인 접근으로는 반짝 효과밖에 기대할 게 없다.


모두들 산에서 채취한 나물을 동여메고 있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시장의 문제는 그리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시장의 주체들이 있었기 때문에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농협, 지역농협, 가락동 시장, 이마트 등 사장은 어디에나 있었다. 가격이 문제이지 팔지 못할 걱정은 최소한 없다. 여기 힌헙은 좀 많이 다르다. 아무 것도 없다. 마을마다 한 명 정도 있는 중간수집상이 전부이다.


여기 있는 국제 NGO 기관들도 사업 제목에 가치사슬이라는 용어를 빈번히 사용한다. 농민을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가치사슬 후방의 주체를 지원하는 간접지원이 주류를 이룬다. 직접 지원도 가치사슬을 움직일 수 있도록 사업방향을 정한다. 아주 오랫동안 겪었던 실패의 경험에서 나온 방향일 게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개발 NGO들은 직접 지원 방식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때로는 좋은 사진을 찍는데 더 집중하는 것 같기도 했다. 가치사슬과 상관없이 인도주의적인 지원에 집중한다. 봉사를 오는 뜨거운 열정을 가진 젊은 이들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때로는 선진국들이 했던 실패까지 따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끼와 낫이 그려진 붉은 깃발이 아직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라오스에서 시장경제를 제대로 배워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빛이 사라진 곳이라야 별들이 보이는 것처럼 시장경제의 변방에 있는 라오스에 오니 시장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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