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코타운 Jan 04. 2020

딸이 아홉이라야 맛볼 수 있는 가을 냉이

대부분 사람들은 냉이는 봄에 먹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냉이는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나물이니까요.


사나운 겨울 추위가 누그려 뜨러 지고 찬바람도 뒷심이 약해진다고 느낄 때쯤이면  들에서 냉이들이 드문드문 나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밭뚝이나 밭이랑의 볕이 잘 드는 곳을 보면 어김없이 냉이가 보입니다. 추운 이 겨울이 지나가면 따사로운 봄과 함께 냉이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죠. 특히나 늙으신 부모님이 자식 생각하면 따서 보낸 냉이를 집에서 받아 볼 때면 눈시울마저 붉어집니다. 그냥 고이 먹기가 쉽지만은 않죠.


그렇지만 사람들이 가을 냉이는  모르는 듯합니다. 사실 가을에도 냉이를 먹느냐고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왜냐하면 봄이 무르익으면 냉이 꽃들은 잡초 취급을 받으며 성가신 존재가 되어 버리니깐요. 그리고 다른 채소들이 많이 나기 시작하면서 봄의 전령사 냉이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납니다. 하지만 냉이는 기온이 떨어지면 다시 자랍니다.  들판을 가득 매우죠. 평소에는 풀숲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약간의 틈만 있으면 뿌리를 내립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가을 냉이 모릅니다.

  


아마도 가을 냉이가 자라는 시기는 추수 때와 겹쳐서 사람들이 나물을 뜯을 여유가 없어서 일수도 있겠죠. 그래서 "가을 냉이는  아홉이 있는 집이라야 맛볼  있다" 합니다. 지천에 널려 있어도 거둬들일 틈이 없는 것이죠. 딸이 아홉 있는  정도나 돼야 뜯을  있다니, 우리 어르신들  재미있게 만들어냅니다.

  


가을 냉이가 봄 냉이와 다른 점은 뿌리가 가늘고 작다는 것입니다. 가을 냉이로 나물을 무쳐 놓으면 봄에 먹는 그 맛과는 또 다릅니다. 사실 모양도 봄 냉이와는 조금 다르죠. 더 진한 녹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봄냉이 보다 더 질깁니다. 봄의 향도 사라지고 맛은 좀 더 무덤덤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을 냉이를 먹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생이는 경상도에서는 냉이를 부르는 말입니다. 여전히 이렇게 불리고 있습니다. 나머지 먹지 못하는 풀들은 퉁쳐서 지심이라고 불리죠. 냉이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으로 황새냉이라는 녀석도 있는데  녀석은 먹을 수는 있지만 너무 억새서 대부분은  먹지 않습니다. 아마도  옛날 배가 고팠던 시절에는  풀도 먹었겠죠.


나생이를 캐다 보면 주변에 민들레들도 많이 보입니다. 이 놈들은 꽃을 피워서 제떼에 홀씨를 날려 보낼 수 있을까요? 걱정도 됩니다. 민들레는 김치를 담아 먹기도 하고 쌈채소로도 쓰이죠. 건강에 좋다고 찾는 사람들이 많다네요. 또한 이 계절에 좋은 나물로는 역시 가을 도라지를 빼놓을 수 없지요. 겨울을 날려고 양분을 축적하고 있어서 맛이 일품입니다.

  


이 계절에는 배추와 상추도 또 다른 맛을 냅니다. 농촌에 살면 이런 것의 차이를 느끼며 살 수 있죠. 그게 새로 나온 영화를 3D로 볼까 4D로 볼까 고민하는 것보다 의미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또한 계절이 변함에 따라 변해가는 자연의 색채를 보는 것도 더할 나위 없는 감동입니다. 물론 느낄 수만 있다면요. 그게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는 것보다 어렵지도 않습니다. 우리 모든 생물들은 그렇게 창조되었으깐요. 인간적일 때가 좋기도 하지만 자연적일 때라고 못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농촌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많습니다. 아니 지방도시로 이주하는 것도 걱정합니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도시적인 것들을 잃어버리게 될까 봐요. 하지만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알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일부 직원들이 사직을 하거나 이직을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는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가 단지 서울에 살지 못해서라면, 그들은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를 놓치는 겁니다. 시골스러울수록 매력적인 것이 정말 많습니다. 자연에 귀를 기울이고 부모님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면요.


요즈음 은퇴자들이 농촌으로 많이들 들어오십니다. 지금의 60대는 대부분 농촌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죠. 그들은 농촌이 싫어서 떠났지만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곤 새로운 인생을 발견하기도 하죠. 우리가 보지 못했던 가치들을 비로소 인식합니다. 앞으로도 농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겁니다. 벌써 땅값이 조금씩 오르고 있죠. 제 고향 청송 마저도요. 그 오지까지도.


왜일까요?



배고팠던 시절에는 고깃국이 그렇게 부러웠죠.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채소를 더 선호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채소는 농촌에서는 쉬운 수고로움으로도 얻을 수 있죠. 세상에 얼마니 많은 채소가 있는지 알고 나면 놀라게 됩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다양한 나물의 보고이죠. 그걸 맛보지 못하고 지나간다면 인생의 한 부분을 놓치는 겁니다. 멋진 경험을 그냥 날려 버리는 것이죠. 소가 풀을 좋아하는 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이 가을 색채의 변화를 느껴보세요. 내장산 등 단풍이 유명한 관광지만 아니라 수수하지만 찬바람을 느낄 수 있는 농촌으로 떠나보세요. 부모나 친척이 없으시다면 친구라도 만들어보세요. 마음이 넓은 사람들을 알게 되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질 겁니다.



인생 뭐 별거 있나요.


(2013년에 티스토리에 섰는데 다시 이곳 브런치로 옮겼습니다. 철 지난 이야기도 있을 테지만 이해를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지털 시대, 새로운 취약계층의 비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