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스마트폰을 볼 때 나도 모르게 손을 길게 내밀고 머리를 뒤로 쭉 뺍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노안입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가까이 책을 읽기도 합니다. 안 보이지만요. 스마트폰이나 책은 잘 안 보여도 대강 읽을 수 있지만 작은 물건을 만들 때는 정말 보이지 않아요. 작은 걸 조물조물 만드는 걸 좋아하는 저에겐 퍽 슬픈 일입니다.
그렇게 슬픈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확대경이 달린 안경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LED도 켜집니다. 확대경 덕에 가까이도 잘 보이는데 불까지 켜지니 정말 심청이의 인당수에서 다이빙을 하고 나온 듯 눈이 맑아집니다.
처음에는 너무 즐겁게 사용했는데 계속 사용하다 보니 전에 없던 불편함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무겁습니다. 108g이나 됩니다. 고개를 숙이면 앞으로 쏟아질 거 같아요.
LED를 위해 AAA 건전지가 3개나 들어가거든요. LED가 없어도 확대경만으로 잘 보였기 때문에 건전지를 빼고 사용했지요. 어느 날 문득 드론 배터리가 생각났습니다.
드론은 가벼워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도 성능에 비해 가볍거든요. AAA 건전지 3개를 직렬로 연결해서 4.5V를 사용하는데 드론용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4.2V까지 충전해서 쓸 수 있으니 바꿔볼만합니다. 다 사용하면 다시 충전할 수도 있고요. 조금은 억지지만 환경보호의 효과도 있다니까요.
아이의 장난감 통에서 오래된 시마 드론을 찾았습니다. 안정적으로 호버링이 되는 드론이 이렇게 저렴할 수 있을까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으로 드론에 입문했습니다. 완구 수준이지만 카메라로 촬영도 되는 재미있는 제품이었죠.
사실 필요한 건 이 커넥터였어요. 고작 이걸 쓰려고 드론을 분해할 필요가 있었을까 비난받을 수 있지만 이 드론 이후 제겐 수없이 많은 드론이 쌓여 있습니다.
드론 배터리가 들어가기에는 공간이 부족해서 건전지를 잡아주는 부분을 제거했습니다. 그래도 필요하면 건전지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내부를 최대한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이젠 드론 배터리를 넣고도 잘 닫힙니다.
옆에 뚜껑을 열면 건전지에서 배터리로 연결되는 전선이 보입니다. 드론에서 꺼낸 커넥터를 여기 연결하기 위해 구멍을 만듭니다.
드론 커넥터를 안쪽 전선에 병렬로 연결합니다. LED는 극성을 반대로 연결하면 켜지지 않습니다. 다행히 색이 반대로 되어 있지 않네요. 중국 제품 중에는 빨강과 검정이 반대로 되어 있는 경우도 가끔 있거든요.
뚜껑을 덮고 배터리를 연결합니다.
배터리 뚜껑까지 덮고 나면
아이 눈부셔~
89g입니다. 건전지보다 19g이나 편해졌습니다.
이제 이렇게 보이던 모형도 LED를 켜면
이렇게 눈앞이 환해집니다. 마음도 함께 환해집니다.
사실 USB 충전 모듈을 넣고 싶었는데 여기저기 사용해서 남은 모듈이 없더라고요. 다음에 사게 되면 다시 한번 개조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