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기 파리채 그리고 소화기를 위한 와인 코르크 트레이

MAtt's Toy Workshop

by Matthew Min 민연기

신기하게 와인 코르크 마개는 끝없이 증식합니다. 나는 마신 기억이 없는데... 아니, 기억을 잃어버렸는데... 코르크 마개가 끝없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한 아내의 의견은 내가 안 버려서랍니다.


IMG_4273.jpg?type=w773


그래서 이 넘치는 코르크 마개를 뭐에 쓸까 고민하다. 냄비 받침이 좋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src=%22https%3A%2F%2Fblogthumb.pstatic.net%2FMjAyMjAyMDdfMjA2%2FMDAxNjQ0MjM1NzEyOTUw.vV9MUl_VGcORNRMtzFkMfsRR-JHDHdzYqdnWl56aCBsg.EYKvlmYDhGyzMtXWSwfxox99m8sDRnnDudVY1U86QT0g.JPEG.smoke2000%2FIMG_5269.jpg%3Ftype%3Dw2%22&type=ff500_300

https://brunch.co.kr/@matthewmin/228


이보다 더 큰 받침을 몇 개나 만들었는데도 코르크 마개는 계속 증식을 했습니다.


IMG_4296.jpg?type=w773


그러던 어느 날 주방 구석에 전기 파리채와 소화기를 놓은 곳이 왜인지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다 용도가 비슷하지도 않은 이 물건들이 이 자리에 있었나 의심이 생기면서 여기 있어서는 안 될 물건들이 한참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 옮겨 놓자니 소화기 같은 물건은 쓰지 않더라도 익숙한 자리에 놓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IMG_4274.jpg?type=w773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코르크를 깎고 있었습니다. 방금 새로 증식한 신선한 코르크입니다.


IMG_4275.jpg?type=w386
IMG_4276.jpg?type=w386


이번엔 받침이 아니라 트레이입니다. 있던 물건이 놓일 장소를 구분할 목적입니다. 정사각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이 될 예정입니다.


IMG_4278.jpg?type=w773


3개씩 나란히 있으면 심심하기도 하고 튼튼하지도 않아서 지그재그로 엮이도록 배열합니다.


IMG_4279.jpg?type=w773


꼬치 나무 막대를 쓸 생각이었는데 마침 집에 없더라고요. 언젠간 쓸 일이 있지 않을까 잘라둔 우산대가 생각났습니다. 맞아요 저는 잘 못 버립니다. 미니멀 라이프 따위 관계없이 카본은 가볍고 튼튼해서 그냥 버리기 아까웠거든요.


IMG_4280.jpg?type=w773


적당한 위치에 구멍을 뚫어 카본 막대로 연결합니다.


IMG_4281.jpg?type=w773


코르크가 너무 많아 고정 드릴로 구멍을 냅니다.


IMG_4282.jpg?type=w773


카본을 다룰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기억했습니다. 카본은 카본 섬유를 수지로 고정해서 만듭니다. 강철만큼 단단하지만 깨질 때 아주 작은 카본 조각으로 부서집니다. 이게 아주 가늘어서 피부에 쉽게 박혀요. 보이지도 않는데 손가락이 따끔거리죠. 생각 없이 자르다가 깨진 조각이 손가락에 박힌 모양입니다.


IMG_4283.jpg?type=w386
IMG_4284.jpg?type=w386


받침이 아니라 트레이를 만들고 있으니 외곽 프레임을 나무로 만들어 줍니다. 안 그러면 직사각형 받침이 될 테니까요. 물론 저 나무도 와인 상자에서 나온 나무입니다. 소재는 같은 곳에서 나온 것으로만 만들면 질감에 통일성이 생깁니다. 우산대는... 속에 들어가 안 보이니까 무시합니다.


IMG_4285.jpg?type=w386
IMG_4286.jpg?type=w386
IMG_4287.jpg?type=w386


나무판이 얇아 나사못이 들어갈 자리에 구멍을 냅니다. 안 그러면 나사못을 박을 때 쪼개지거든요.


IMG_4288.jpg?type=w773


이렇게 튀어나온 막대를 나무 프레임 안에 고정시킵니다.


IMG_4289.jpg?type=w773


옆에도 같은 방법으로 고정하고요.


IMG_4290.jpg?type=w386
IMG_4291.jpg?type=w386


막대를 같은 길이로 자르고 들어갈 구멍을 냅니다.


IMG_4292.jpg?type=w773


프레임을 끼우고


IMG_4294.jpg?type=w773


목재용 나사못으로 고정합니다.


IMG_4295.jpg?type=w773


완성했다는 증거로 싸인도 남기고요.


IMG_4296.jpg?type=w386
IMG_4297.jpg?type=w386


완성한 와인 코르크 트레이를 전기 파리채와 소화기 자리에 슬쩍 밀어 놓습니다.


IMG_4272.jpg?type=w773


이렇게요.

https://youtu.be/aC7R8AtAXFo


이렇게 두꺼운 트레이가 필요한가?

얼기 설기 연결된 코르크 사이로 바닥이 훤히 보이는데 이게 무슨 트레이 인가?

나무 트레이가 필요했다면 그냥 다이소에 가면 해결된 문제가 아니었는가?


이런 문제들은 이미 왜 전기 파리채와 소화기가 함께 있었을까 하는 문제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확대경 LED에 드론 배터리 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