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수비드 스테이크를 즐겨 만드는 데도 저는 진공포장기가 없습니다. 그냥 지퍼백에 고기를 넣고 물에 넣어 공기를 빼는 방법으로도 수비드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거든요. 어차피 따뜻한 물에 넣어야 하기도 하고요.
요즘은 진공포장기가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하나 살까 하다가도 좀처럼 사지 못했던 이유는 수년 전에 개념만 생각했던 이 지퍼백 진공기 때문입니다.
책상용 진공청소기에 들어있던 이 팁이랑 마시고 남은 와인에 공기를 빼는 이 진공 펌프가 꼭 맞더라고요.
공기가 세지 않게 하려면 끝을 잘라 주어야 하긴 했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지퍼백을 살짝 열고 진공 펌프를 켜면 공기가 빨려 나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여기서 시작되었던 거죠.
지퍼백에 맞도록 마름모 모양의 스펀지 쿠션을 만들어 끼워주었습니다.
이렇게 스펀지 쿠션 끝을 잡고 있으면 공기가 빨려 나옵니다. 손으로 억지로 누르는 것보다 편합니다.
팁과 스펀지 쿠션을 양면테이프로 고정하고 팁이 앞으로 튀어나오도록 바꿔주었습니다. 쿠션과 딱 맞으니까 공기와 함께 비닐이 딸려와서 흡입 구멍을 막아 버리더라고요.
공기를 다 빼면 이렇게 됩니다. 정말 진공 포장기 같아요. 하지만 이 진공기를 지퍼백에서 빼는 순간 공기가 들어가서 진공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적당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만
진행하던 프로젝트도 바빠지고,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는 계속 나오고, 짬이 날 때마다 밀린 게임을 하느라 이 아이디어는 뒤로 뒤로 밀리고 밀렸습니다.
큰 프로젝트 하나가 끝이 나고 어금니 깊은 곳에 시금치처럼 남아 있던 지퍼백 진공기를 설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생각해둔 디자인이 있어 그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퍼백을 잡는 집게가 있고 공기를 빼고 진공 펌프를 뒤로 빼도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바깥 집게가 있는 구조입니다.
3D 프린터로 냉큼 출력했습니다.
바깥 집게는 잡을 때는 꽉 물고 있어야 하지만 폈을 때는 별다른 힘이 없어야 합니다. 가까이 있을 때만 서로 당기도록 자석을 이용했습니다.
안쪽 클립은 공기를 빼는 동안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니 스프링 구조가 필요했어요. 다른 부품을 만들어 넣기 싫어서 일체형 플라스틱 스프링 구조를 넣었는데 그만 똑하고 부러져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스프링은 쉽지 않을 거 같아 톱니바퀴 구조를 넣어 주었습니다. 톱니바퀴를 그리는 건 상당히 번거로운 일입니다. 계산해야 하는 게 많아서 계산을 대신해 주는 툴도 있거든요. 어떻게 하면 쉽게 그릴까 찾다가 원형 기어 그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간단한 설계에 계속 써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습니다.
냉큼 3D 프린터로 출력하고
설계했던 데로 동작할 때가 두 번째로 즐거울 때였어요. 놓친 부분을 발견했을 때 그 즐거움이 눈 녹듯 사라지긴 했지만요.
스프링 구조를 쓰지 않는 대신 이번에도 자석으로 꽉 물어주는 구조를 넣었습니다. 자석은 기원전 7세기 경에 처음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자석의 용도는 지금도 계속 발견되는 거 같아요.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붙이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년 전이니까요.
바깥 집게에 폼을 붙여주고 아쉬운 설계를 고쳐줍니다.
냉큼 다시 출력합니다. 3D 프린터 출력 속도가 정말 빨라졌어요. 새 설계를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쪽 집게는 생각했던 데로 잘 움직입니다.
바깥 집게도 기어 구조를 넣었는데 기어를 고정하는 판이 너무 앏아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응력이 생길 곳이라면 과감하게 설계하라고 잔소리를 하곤 했는데 제 옛 잔소리가 내 귀로 돌아와 앉습니다.
다시 출력했습니다. 3D 프린터가 생기기 전에는 이 정도 시험 품을 만들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비용도 엄청나게 많이 들었어요.
며칠 만에 동작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항상 3D 프린터를 사용하는데도 여전히 신기합니다.
이제 충전을 하고요.
지퍼백을 안쪽 집게로 물고 펌프를 동작시킵니다.
공기가 다 빠져나가면 바깥 집게로 물어줍니다. 펌프를 끄고 안쪽 집게를 열어줍니다.
펌프를 뒤로 빼고 공기를 빼느라 열었던 지퍼백을 마저 닫아줍니다. 그동안 바깥쪽 집게가 물고 있어 공기가 들어가지 않죠.
이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되면 어떻까 고민을 하다가
이미 있는 진공포장기 보다 훨씬 복잡하고 비싼 구조가 될게 뻔해서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이러다 어느 날 뭔가 초간단하지만 확실한 구조가 떠오르면 다시 돌아올 생각입니다.
이 지퍼백 진공 포장기를 만드는 동안 진공포장기를 구했습니다. 이제 이걸 어디에 써야 할지도 생각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