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조물조물 만드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 꿈의 도구가 있습니다. 에어브러시와 스프레이 부스입니다. 붓으로 칠하는 것으로는 따라 할 수 없는 품질에 도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둘 다 상당히 비싼 물건인데다 설치할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이케아에서 파는 종이 상자에 필터를 달아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어요.
https://brunch.co.kr/@matthewmin/184
제법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 스프레이 부스는 문제가 많습니다. 팬이 크지 않아서 페인트 섞인 공기를 잘 빨아드리지 못하는 데다 필터까지 달았으니 스프레이 부스로 성능이 의심스러웠죠. 필터도 바꾸지 않고 몇 년을 계속해서 사용했으니 언제고 바람을 밖으로 뺄 덕트를 만들어야지 맘을 먹고 있었어요. 요즘에는 모처럼 구하기 힘든 건프라를 만들고 있어 스프레이 부스를 더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더는 미룰 수 없었어요.
이번에는 그동안 아쉬웠던 부분을 업그레이드할 생각입니다.
- 일단 가장 문제가 되었던 공기 배출구를 창문 밖으로 빼기로 했고요.
- 초록색도 그럴듯하지만 주변이 초록이니 색깔을 구별하기 힘들었어요. 새집처럼 하얀 벽지를 발라주고요.
- LED 조명도 너무 어두웠어요. 인테리어에 시작은 조명이죠.
창문에 연결할 덕트를 설계합니다.
간단한 구조지만 넓은 평면은 휠 수 있습니다. 구부러지지 않도록 꼼꼼히 디자인합니다.
디자인만 하면 일은 3D 프린터가 다하죠.
스프레이 부스에 필터 대신 바람을 배출할 부품입니다.
크기가 제법 큰데도 용케 한 번에 출력되었습니다.
하지만 얇고 길어서 그런 건지 레이어가 갈라졌습니다. 새로 뽑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갈라진 부분을 접착제로 잘 붙여 주었습니다. 스프레이 부스 뒤쪽이니까 잘 안 보일 거예요.
이제 필터 대신 끼우면 이렇게 팬 토출부 중심과 꼭 맞습니다.
덕트를 연결합니다.
창문 밖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게 방충망을 붙여 주었습니다. 여기로 바람이 나가니까 벌레가 쉬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호기심 많은 녀석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창틀에 끼워집니다. 이제 창문 위에 열린 부분을 막아줍니다.
긴 플라스틱 판으로 만들까 했는데 무거울 거 같더라고요. 창이 1미터가 넘거든요. 다이소로 달려가서 전선 몰딩을 사 왔습니다. 가볍고 튼튼한 데다 자르기도 쉽거든요.
길쭉한 모양이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반으로 접을 수 있게 만듭니다. 경첩을 만들까 싶었는데 플라스틱 판을 반으로 접었습니다. 폴리프로필렌 필름은 접어 늘리면 힌지처럼 질겨집니다. 그래도 깨질지 모르니 패브릭 스티커를 덧대었습니다. 패브릭도 제가 좋아하는 힌지 재료입니다.
길게 폈을 때 서로 단단히 붙도록 벨크로 테이프를 붙였습니다. 접으면 이 벨크로 테이프가 떨어집니다.
밖으로 연결되는 부분을 붙이고
전선 몰딩을 뼈대로 얇은 플라스틱 필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양면 접착제로는 부족해서 볼트와 너트로 단단히 보강하고요.
길게 펴서 창문 틀에 끼우고 덕트 파이프를 끼웁니다.
페인트를 창문 밖으로 막 보내도 되나 싶지만 아크릴 페인트는 사실 냄새가 거의 나지는 않아요. 이 창문 옆으로 계속 우리 집 창문이기도 하고요.
에어브러시를 뿜어주면 가운데 구멍으로 슉 빨려 나갑니다. 아주 성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훨씬 잘됩니다. 나중에는 드론 모터로 개조해 볼까 생각 중이에요.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이렇게 반으로 접으면 뒵니다. 아내가 발견하기 전에 금방 치울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하다가 남은 하얀색 시트지를 적당히 잘라서 안쪽에 붙이고
포토 부스용으로 사용하던 LED 전구를 위에 붙여 줍니다.
부스 안이 환해졌어요. 마음도 환해졌습니다.
시트지가 영 깔끔하게 붙지 않았지만 나중에 좀 더 그럴듯하게 만들 때까지 적당히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조금 어두워졌습니다.
그래도 이제 좀 더 부담 없이 장난감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프레이 부스를 베란다로 옮기면서 밖으로 덕트를 빼볼까 생각한 거지만
여름이 되니 여기 너무 더워요. 겨울엔 너무 춥겠죠?
스프레이 부스는 업그레이드가 되었지만 제 놀이 공간은 다운 그레이드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