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3D 프린터로 이런저런 이게 정말 필요한 물건인가 싶은 것들을 출력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입니다.
아기 천사가 나온 엘레강스한 물건이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나머지 천사 그림을 부조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조에 손쉽게 액자로 만드는 방법도 찾았습니다.
이렇게요. 하지만 정확하게는 뒷면에 구멍이 있는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stl 파일은 껍데기 정보밖에 없기 때문에 형상을 더하거나 빼는 게 번거롭지만 대강 속을 파냈습니다.
이제 출력만 하면 그만입니다. 그전에 이 디자인을 어떤 방향으로 출력하는 게 좋을지 AI에게 확인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출력 시간이나 출력 중에 형상을 지지할 서포트를 만드는 것까지 고려하면 가로로 눕혀 출력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AI는 45도 정도 눕혀서 출력하라고 합니다. 천사가 그려질 출력 면의 품질이 중요하다면 말이죠. 훗~ 저는 말이죠. AI가 세상에 빛을 보기 이전부터 3D 프린터를 사용했습니다.
그 도전, 받아주마. 둘 다 뽑아서 비교해 보기로 합니다.
수직으로 새워서 출력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서포트가 천사가 나와야 하는 면까지 꼼꼼히 생성되는데다 필요한 부분만 서포트가 생기도록 수정을 하는 건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출력 품질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이렇게 5개 서로 다른 출력물이 나왔습니다. 3D 프린터의 영향도 있을 수 있으니 RAISE3D Pro3+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뱀부랩의 P1S입니다. RAISE3D 수평, RAISE3D 사선, P1S 사선, P1S 수평, 그리고 P1S 수평 고품질을 하나 더 출력했습니다.
옆면을 보면 벌써 울퉁불퉁한 출력물이 보입니다. P1S 수평 출력입니다. 왜 이 녀석만 품질이 떨어질까 살짝 고민이 되었지만 옆면은 보지 않기로 했으니 넘어갑니다.
원래 제 계획이었던 RAISE3D 수평 출력입니다. 부조면에 등고선이 도드라져 형상이 이상해 보입니다.
RAISE3D는 쓴 지 오래된 프린터니까 그런 거야 하고 사선으로 출력합니다. 결과는 좋습니다. 3D 프린터 특유의 결은 남아 있지만 형상을 잘 표현합니다. AI 말이 맞았던 거죠.
최신 3D 프린터인 P1S 사선 출력은 더 뛰어납니다. 결조차 거슬리지 않습니다.
그래 이건 그냥 프린터의 문제였던 거야 하고 오기가 생겨 P1S로 수평 출력을 했습니다. 결과는 RAISE3D 수평보다 아주 조금 더 좋은 정도입니다. 이게 천사가 맞기는 할까 싶은 결과입니다. AI에게 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AI에게 질 수는 없어 P1S 수평에 고품질로 출력을 했습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거봐 나쁘지 않잖아. AI가 다 아는 건 아니라니까. 심지어 고품질로 출력하는데 4시간 6분이 걸렸지만 일반 품질로 사선 출력은 6시간 1분이나 걸립니다. 서포트를 위한 필라멘트도 적게 들었고요.
물론 고품질 수평 출력 후에 안쪽 부분에 서포트를 떼어내는 게 여간 고생이 아니었지만 말이죠. AI에게 아주 진건 아니라니까요.
그나저나 안쪽에 구멍이 난 이 천사 부조를 만든 목적은 이것 때문이었어요. 오래된 아파트에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를 무언가로 가리고 싶었거든요.
이렇게 말이죠.
아내는 인테리어에 어울리지 않게 왜 천사냐고 묻습니다.
부잣집은 원래 천사로 장식하는 거라고 답했습니다.
우리가 부자냐고 다시 묻습니다.
...
그런데 P1S 사선 고품질로 출력했으면 이보다 품질이 더 좋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