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어두운 방에서 창을 향해 볼록 렌즈를 가져가면 벽에 창문 풍경이 반대로 투영되는 걸 본 적 있나요? 옛날에는 렌즈 대신 작은 바늘구멍을 이용해서 상을 투영시켰는데 검은 방이라는 뜻의 '카메라 옵스큐라'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광학 실험 장치에서 미술도구로 그리고 카메라로 발전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현대적인 카메라 옵스큐라를 만들어 볼 겁니다. 상이 고정되는 스크린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포로 문질러 뽀얗게 만들어줍니다.
고르게 불투명한 판을 만들기 위해 투명한 판에 무광 투명 락카를 뿌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무광 도로는 표면에 아주 작은 요철을 만들어 빛을 산란시키거든요.
엉성한 사포질로 만드는 것보다 상이 깨끗하게 투영됩니다.
현대 카메라 렌즈는 빛을 필름이나 센서 위에 투영합니다. 그 자리를 불투명한 판으로 대신하는 거죠. 카메라에는 동그라미를 가로지르는 막대 표시가 있는데 그 위치가 딱 필름이 있는 곳입니다.
같은 거리에 스크린을 놓으면 유리 표면에서 빛나는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렌즈는 세상의 빛을 모으는 장치입니다. 투영된 상은 위아래 좌우가 반대입니다. 그래서 거울을 이용하면 위아래는 원래대로 볼 수 있죠. 렌즈는 50mm F1.8입니다. 참 좋은 렌즈인데 이상하게 홀대받는 렌즈죠.
렌즈를 통과해서 거울을 지나 스크린까지 거리는 원래 카메라의 렌즈에서 필름까지 거리와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크게 볼까 클로즈업 렌즈를 스크린 위에 두기로 합니다.
대략 이런 모양입니다.
렌즈를 단단히 고정하기 위해 원래 있던 렌즈 캡을 사용합니다. 가운데 구멍을 내고
빠지지 않게 나사로 고정합니다.
이런저런 것을 만들다 남은 자투리 플라스틱 거울을 최대한 넉넉하게 자릅니다. 상처가 많이 나고 작아서 나중에 큰 거울로 바꿔야겠습니다.
투명 무광 락카 스프레이를 뿌려 만든 스크린을 넣어주고
클로즈업 렌즈를 끼워줍니다. 그럼 이렇게 손에 들고 다니는 현대적인 카메라 옵스큐라가 됩니다.
이렇게 완성하면 참 좋을 텐데 한 번에 끝나는 설계는 거의 없죠. 상이 선명하지 않아 살펴보니 설계가 측정한 초점 거리와 다르더라고요. 왜 처음부터 이런 실수는 보이지 않는 걸까요?
한 번에 완성되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2번이나 더 설계를 반복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카메라 옵스큐라입니다. 초점거리가 넉넉하지 못해서 거울이 이상한 곳에서 끝나 버렸지만
잠시 카메라 뷰 파인더로 세상을 바라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cWUUlBgPAPk?si=0WxIRNgyrwfiPsuD
카메라 옵스큐라에 대한 긴 설명을 들은 아내는 그래서 이게 필요한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우리가 잘 모르는 방법 중에 하나야."라는 이야기에 아내는
"내가 사실은 T였구나."라며 읽던 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