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팔로 쓰는 앎Arm
Sep 12. 2019
대개 인터뷰란 것은, 매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그냥 전화해서 약속 띡 잡고 찾아가는 게 아니다. 언제 가능하십니까, 어디를 원하십니까, 이런 저런 꼭지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진은 어떻게 찍을 겁니다, 누가 갈 겁니다, 질문은 이런 겁니다 등등 사전 일들을 처리한다. 이마저도 부족해 인터뷰이가 책을 썼다면 그걸 읽고 논문이라면 그걸 찾아 읽으며 방송 출연했다면 찾아본다. 때론 신선함을 위해 방송을 안 보는 경우도 있지만, 필요한 정보가 있다 치면 다 본다. 관련 분야 다큐멘터리도 미리 보면 좋다. 그러니 내가 잠이 없지. 어쨌든, 인터뷰란 그런 것이다. 시간을 빼서 응해주는 이에 대한 존중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대학 시절, 학교에 강의오셨던 분을 인턴하는 회사서 갑자기 뵈었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그 분이 나온 방송들, 기사들, 정보 따위의 것을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훑고 가서 앉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배려는 당연한 거다. 뭐, 유별난 게 아니라, 서로 만나는 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고, 게다가 나를 위해 인터뷰까지 해주시는데 (물론 혹자는 인터뷰 응해주는 이가 고마워 해야 한다는 헛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나는 정말 그건 헛소리라고 본다) 예의를 갖추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디 가서 말하기도 애매하고, 그냥 내 일기니 도닥이자면, 학생들이 직업에 대해 묻는답시고 내게 연락을 해 만나거나, 뭐 기타 등등의 인터뷰를 제안해올 때가 있는데, 매번 망설이다가도 간곡한 말투의 후배들을 거절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내가 뭐 별 거라고, 묻겠다는데, 그 용기를 낸 것만으로도 칭찬하고 싶어서 (평가하겠다는 게 아니고 고맙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데는 잘 응하고,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한다.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니고, 때론 조심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내가 불편한 사람일 수 있을 테니, 가급적 치고 빠지려고 한다. 묻는 말엔 성실하게 대답해주고.
근데 말이다. 최근 들어 아무 것도 모른 체 와서는, 인사도 않고 사람을 무작정 기다리게 하거나 그저 삐딱하게, 굉장히 센 척을 해대면서, '작금의 언론 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둥 '기자라서 뻗대는 것도 있느냐'는둥 예의는 밥에 말아먹고 뭔가를 크게 착각한 치들이 와서는, 나는 굉장히 당황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이 속칭 '요즘 아이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성실한 이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호도하면 미안한 일이고, 뭐랄까. 각종 커뮤니티 등의 발달, 댓글창 등의 발달로, 지나치게 격해지거나 자신의 사명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이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강약약강인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혐오스럽고, 저러는 치들이 자신을 정의로 치장하고 당연한 예의들을 차리지 않는 큰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나는 황당한 것이다. 게다가 인터뷰 장소를 자기들 약속 근처로 정한 후 거기에서 우연히 만났다는 이가 또 인터뷰에 낀다는둥, 그래서 결국 정보 하나 없는 이가 목소리를 담는다는둥, 그런데 자기들이 노느라 인터뷰 시간은 또 적고 나중에 다시 인터뷰를 해도 되냐는둥. 엄청난 결례들에 나는 크게 당황하는 것이다. '요즘 애들' 이름 뒤에 숨지 말아라. 그건 '요즘 애들'이 아니라 니들이 예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꽤 두려운 일이기도 한데, 물론 이런 일들 몇 번으로 모두를 재단하지는 않겠지만, 혹시 어디서든 세상의 부당함 혹은 세상 질서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저 따위 논리로 일을 타개해나가고 있다면, 그것은 꽤나 걱정이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기자놀이를 하고 싶다면, 기자가 되고, 기자이기 전에 사람이 되고, 진짜 기자 일을 배워보고 싶다면 학내 언론사라도 들어가라. 당신들을 가르치는 선배들은 그냥 존재하는 이들이 아니다. 학내 언론사에서 학교 선배들에게라도 예의를 배워라.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하고, 그가 당신에게 시간을 내 후배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며, 그 역시 사람이라 당신을 만나면서 마냥 강하지 않으며, 당신이 질문을 던질 대상이 누구이고 어디인지를 좀 잘 파악하란 말이다. 당연한 것도 말해줘야 하는 대상들이 있다는 건, 꽤나 슬프고 피곤한 일이며, 대개 이 대상들은 말한다고 들어먹거나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