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물류센터 도전기(3)
웰컴데이를 체험하고 다음날로 기억된다.
'채용합격' 소식이 전해졌다.
'합격'이란다.
대입합격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나도 이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구나.
그것도 물류센터의 최일선이자 최대기업인 쿠팡에서...
비록 1년 계약직이지만 여기저기 알아볼때마다 나이에 걸려, 혹은 자격요건에 미달해 미끄러지기 일쑤였는데...
250 안팎의 급여라면 그런대로 이 시기를 견뎌낼수는 있겠다 라는 생각에...
가족에게 기쁨의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건강검진을 여의도에 있는 위탁검진센터에 가서 받았다.
"야간작업 하시려면 혈압관리등 건강에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순서대로 검진을 받는데 한 담당의사가 조언을 해준다.
그렇지..나의 근무시간대는 야간이었지..명목상에는 '오후조'라 표시돼있지만 근무표를 보니 거의 새벽4시에 끝나는 일정이다.
"괜찮아..원래부터 나는 야간 체질이잖아."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하긴 전혀 근거없는 말은 아니었다.
군대 생활을 동해안에서 야간경계근무를 하며 보냈다. (아..그때는 왜 건강검진을 안받았지? 군대라서?)
그리고 대학졸업후 15년 여간 학원생활을 하며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했었다. 입시철 심야과외까지 뛸때는 새벽귀가가 일상이었다.
출근첫날은 현장에 투입되지 않고 안전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그 교육이 전부 온라인 교육이다. 이럴거면 굳이 회사에 와서 받지않고 집에서 체크해도 될텐데?
온라인 안전교육 한 체프터가 끝날때마다 간단한 시험체크가 진행되었다. 대부분 상식적인 것이고 오답이 나왔을땐 다시한번 물어봐서 정답을 맞춤면 다음장으로 넘어간다.
온라인 안전교육은 처음 시작할때만 직원이 들어와서 설명해주고...나머지 시간은 혼자서 모니터를 보면서 체크한다. 화장실 가고싶거나 휴식이 필요하면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라고 한다.
그런데 그 교육시간이 장난 아니다.
늦는 사람은 꼬박 밤을 새워서 들어야 시간이 다 간다.
새벽 한두시경 되었을까? 졸음이 밀려와 잠시 옆 교실에 가서 쉬다가 왔다. 창밖을 보니 새벽 행인 두엇이 길을 터벅 터벅 걸어가고 있다. 세상은 고요하기만 한데 꾸팡의 밤은 뜨거운 땀냄새로 사람들이 뒤엉켜있다는 생각에 여러 감회가 밀려온다.
새벽 4시경이 되었을까?
직원이 들어와서 상황을 체크한다.
나는 그때까지 교육 마감을 하지 못했다.
다음날 출근해서 마저 하면 된다고 한다. 그대로 모니터를 내렸다.
새벽 귀가차량을 탑승하러 가는데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든 사람들이 땀으로 흥건히 젖은 모습이다. 그런데 그 모습들이 어디선가 본 느낌이다.
아 맞다. 군대 제대후 태백에 내려가서 광부취업 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그때 현장견학하던 길에 보았던 광부들의 모습...탄광 막장에서 막 작업을 마치고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다.
음..나도 이제 오늘 밤부터 이 사람들과 같이 일하겠네?
묘한 흥분감이 밀려왔다. ( 이야기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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