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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그 다음의 한 걸음

에너지를 얻었다면 조금만 변해보아요.

때때로 우리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에 맑은 하늘이 드러나듯,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순간도 있어야 한다.

위로는 마치 휴식처와 같다. 지친 여행자가 잠시 몸을 누이는 곳. 그곳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길을 나서야 한다. 위로 그 자체가 목적지가 아니라, 다음 걸음을 내딛기 위한 발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한 것은 그 위로를 갈구하고 받는 것에만 만족하는 것이다. 위로의 따뜻함에 안주하다 보면, 우리는 문제를 직면하지 않게 된다. 마치 겨울에 두꺼운 이불 속에 숨어 바깥의 추위를 외면하는 것과 같다. 일시적으론 편안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이불 밖으로 나가야 한다.


위로를 통해 에너지가 회복되었다면, 이제 그 에너지로 나를 힘들게 했던 상황을 해결해야 할 차례다. 해결 방법은 다양하다. 반드시 정면으로 맞서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회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든,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김주환 교수의 회복탄력성 개념처럼, 시련을 통해 더 강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리한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180도 완전히 달라지려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좌절을 가져올 수 있다. 2-3도만이라도 방향을 바꿔보자. 작은 변화도 시간이 지나면 큰 차이를 만든다.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작은 변화들이 모여 우리 삶의 물줄기를 바꾼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어느새 우리를 전혀 다른 곳으로 인도한다.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위로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위로를 발판 삼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람. 그리고 우리 아이도, 당신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위로의 손길이 닿아 마음이 치유되었다면, 이제 그 따스함을 간직한 채 다시 일어서는 사람.

위로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위로에서 그치지 말고, 위로 그 다음의 한 걸음을 내딛자. 그 한 걸음이 비록 작더라도, 그것이 바로 진정한 회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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