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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미안하다고 말하면 안되는 직업(?)

동의못함!

영업은 미안하다는 말을 피해야 한다고들 한다. 영업을 하다보면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수없이 생긴다. 양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그 책임의 경중을 논해야 하지만, 영업 속의 관계는 그 책임의 경중을 매기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누군가 책임진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일부 컨설턴트, 일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죄송하다'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상황에 대해 다른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든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해결책으로 바로 넘어가라고 조언한다.

일부 동의하는 부분은 있다. 비즈니스는 감정이 아닌 결과로 말하는 세계니까.

하지만 기업과 기업이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 사이에 있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이해를 하려면 인정과 공감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나는 생각한다. 죄송함을 인정하지 않고, 미안함을 표현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행동은 내 기준으로 너무 비겁하다고. 그렇게 해서는 그다음 단계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열 번의 성공보다 한 번의 실패가 더 강렬하게 기억되는 것이 인간이다. 고객은 내가 얼마나 멋진 제안을 했는지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

"죄송합니다."

이 한마디가 때로는 가장 강력한 신뢰 구축의 시작점이 된다. 물론 이 말만 하고 끝나면 안 된다. 그 뒤에 "이렇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가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하지만 그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에, 상대방의 불편함과 실망감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영업 현장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죄송합니다'를 말했다. 배송이 지연됐을 때, 제품에 문제가 있었을 때,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못했을 때.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발견했다. 진심 어린 사과 뒤에는 항상 더 깊은 대화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전문가들이 말하는 '약점을 보이지 말라'는 조언과 달리, 때로는 인간적인 취약함을 인정하는 것이 더 강한 신뢰를 만들어내는 역설이 존재한다.

미안하다는 말은 패배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그것은 내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메시지이자, 더 나은 관계를 향한 첫걸음이다.

오늘도 나는 고객에게 말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고.

"정말 죄송합니다.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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