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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르치러 왔지만, 배우고 돌아갔다

강의실을 나서는 길 발견한 학습자들의 마음속으로 향하는 지름길.

선생님은 참 친절하게 강의하시네요.

Chapter1.

중장년 재무 기초 강의가 끝나고 지하철로 가는 길에 만난 학습자 한 분이 건네신 말이다.

멋쩍게 웃었더니, 그분은 내 손에 들린 커피를 보며 "드셔요"라고 두 번이나 말씀하셨다.

그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졌다.


숫자는 익숙하지 않고 편하지 않아서, 인문학 강의만 들었는데 오늘은 지나다가 빈 자리가 보이기에 양해를 구하고 앉았어요. 재미있게 말해주셔서 좋았어요.


이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평소 어렵게 느껴지는 재무설계 내용을 쉽게 풀어내려 애썼던 노력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할머니는 숫자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 내어 들어온 강의실에서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만났다고 했다. 이 얼마나 값진 칭찬인가.


뒤늦게 알았다.

이 분이 날 서대문역까지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로 안내해주셨다는 것을.

사실 지리적 길이 아니라, 내 강의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마음의 지름길이었다.


Chapter2.

서대문역 입구에 도착하자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강의 때마다 앞자리에서 응원의 눈빛을 보내주시던 할아버지 학생님이었다.


선생님 여기서 만나네요. 우체국에 가려다가 선생님이 보여서 같이 가려고 서대문역으로 들어왔어요.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오늘 강의에서 설명했던 '농협-준조합원-세금우대'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리고 이어 채권에 대한 질문도 하셨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직 내가 덜 친절하다는 것을.


쉽게 설명했다고 생각했지만, 내 설명 속에는 여전히 빈틈이 있었다.

반복한다고 했지만 더 반복했어야 했다.


나의 '친절함'은 '쉽게 알려드리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쉽게'라는 것은 배움을 원하는 분과 나 사이에서 다르게 느껴질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오늘의 강의를 돌아보며 생각했다.

나는 정말 '친절한' 강사일까?

친절함이란 단순히 웃는 얼굴로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지식의 문턱을 낮추는 것임을 다시 깨달았다.


다음 주에는 오늘 배운 내용을 아주 단계별로, 더 쉽게 정리한 교안을 준비해가기로 했다.

나를 향한, 그 다정한 눈빛에 진정으로 답하는 방법은 더 나은 강사가 되는 것이다.


오늘의 커피는 평소보다 더 달콤했다. 할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섞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지름길이 되어준 경험이 있나요?

혹은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지름길이 되어준 적이 있나요?

그 순간을 함께 나누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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