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들이 많다면!! 그냥 들어가세요.
새벽 5시 30분,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
경주행 SRT를 타기 위해서였다.
전날 밤부터 휴대폰을 붙잡고 잠을 설쳤다. 혹시 늦잠을 자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밤새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몸은 움직였지만, 영혼은 여전히 침대에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서는 일련의 동작들은 자동화된 기계처럼 반복될 뿐이었다.
SRT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같은 표정들이 가득했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지금 여기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차창 밖 풍경이 스쳐 지나가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경주역에 도착한 건 아홉 시.
강의장까지는 버스로 한 시간, 택시로는 삼십 분 거리.
우선 눈앞에 보이는 버스를 탔다.
20분쯤 타고 내리면 15분만 택시를 타면 된다는 계산이다. 왜 이렇게 아끼는걸까....
강의는 정오쯤 끝났다.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더욱 공허했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 무작정 경주 중앙시장 쪽으로 버스를 탔다.
이대로 돌아가기엔 어딘가 허전했다.
시장의 분주한 소음 사이로 낯익은 냄새가 풍겨왔다.
노포의 손칼국수집.
가게 안에는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앉아 국수를 말아 먹고 있었다.
바로 그 풍경에 마음이 끌렸다.
손으로 직접 반죽하고 자르시고 펴시는 모습...
먹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여기는 맛있다고.
자리가 없어, 다른 테이블에 합석해서 기다렸다.
드디어 주문한 칼국수가 나왔다.
멸치 국물에 부추 송송, 수제 면발이 넉넉히 담긴 그릇.
곁들여 나온 깍두기의 빛깔까지 완벽했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는 순간, 뜨거운 온기가 목을 타고 내려가며 서서히 내 안의 무언가를 데워주기 시작했다.
바로 이 맛, 이 온도, 이 분위기가 필요했던 거였다.
몸이 먼저 따뜻해지고, 마음이 따라 돌아오는 시간.
소란한 시장 안, 나는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다.
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야 어쩐지 조금 살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도 나는 달렸다.
그러나 이 국수 한 그릇이 그 하루를 정리해주었다.
여러분은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 때, 어디서 위로받으시나요?
나처럼 오래된 국수집에서, 할아버지들 틈에서, 따뜻한 한 그릇으로 마음을 데우신 적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