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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Aug 03. 2020

분실물

Lost and Found



동네야구 리그 결승 시즌인 요즈음 야구연습장이 무척 바쁘다. 리틀리그부터 아마추어 어른 야구 리그까지 시합에 대비하여 연습들을 오는 것이다. 단체 팀에 코치와 학부모들까지 와서 함성을 지르고 음식을 나누니 매일이 운동회 날 같다. 우리 연습장에선 음식을 팔지 않는다. 전엔 게임 아케이드와 간이식당도 있었다던데, 우리가 인수하면서부터 그 건물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마당 한쪽에 스낵과 음료수의 vending 기계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어린선수들의 간식용으로 피자나 햄버거 치킨 등을 엄마들이 단체로 주문해 가져온다.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하는 것이 연습을 위해 모이기보단 축제를 위한 마당 같다. 단체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쓰레기통이 장난이 아니게 넘친다. 음식쓰레기는 먹은 것보다 남은 것이 더 많고 음료수도 절반 정도 마시고 버린 것이 대부분이다. 음료는 컵에 따라 마시 거나하고 남은 음식도 갈무리해서 가져가면 좋을 텐데 마구 버린다.  

덕분에 들 고양이의 집합소처럼 되어 문 닫은 어두운 연습장엔 몇 마리가 드나들고 있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갈매기도 날아와 쓰레기통을 공략하고 선수들이 마당에 뱉은 해바라기 씨를 먹으려 온갖 새가 날아든다. 사람이 버리면 그 남은 것을 먹고사는 동물이 있으니 공양의 의미가 있긴 하다. 무숙자도 와서 캔이나 플라스틱을 모아서 하루치 일용할 양식을 구입하기도 하니 공생의 의미도 보태어지는 것이다. 그들의 공존 사이에 야구연습장 주인은 일거리만 많아진다. 쓰레기와 함께 새들의 오물까지 다 털어내야만 하니 말이다.

신경 써야 할 것은 쓰레기뿐이 아니다. 벤치마다 의자마다 벗어 두고 간 옷이며 모자 등이 무척 많다. 보통 3개월 정도 모아두었다가 처리하곤 하는 데 와서 찾아가는 이는 아주 드물다. 새 옷도 있고 브랜드 네임의 옷도 있고 선수의 사인을 받은 기념품 모자도 있으나 한번 버리면 그뿐이다.

주차장에 분실물 습득 박스를 두고 옷걸이도 비치하고 ‘Lost & Found'라고 써 붙여두었건만 별 소용이 없다. 그저 ’Lost‘일 뿐이다. 심지어 반지 시계 선글라스 등을 벗어두고 가는 이도 많다. 이것도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도 안 찾아가면 멕시코의 선교지로 보낸다. 이걸 상생이나 선교라고 할 수 있을까?

예전에 미군부대에서 나온 옷은 대부분 컸기 때문에 제일 작은 '스몰 사이즈'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구에 겨우 맞았는데 그게 그냥 옷 이름이 되어 미군 군복을 '스모르'라고 불렀다고 한다. ‘새벽어둠을 뚫고 스모르를 입은 아버지는 어깨를 웅크린 채 일터로 가시고 사발시계가 양재기 깨지는 소리로 울려대면 아이들은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했다.’ 가수이자 연기도 하고 글도 잘 쓰는 김창완 씨의 글에서 읽은 한토막이다.


이와 비슷한 시절을 겪은 내게 ‘Lost &  Found'박스 안의 남겨진 옷들은 불가사의하다. 부족했던 시절엔 새 옷을 잃어버렸다거나 우산을 잃어버리면 큰 치도곤 감이었는데 말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못 먹었지 반찬 투정을 하고 깨작대면 먹던 밥그릇을 압수당하는 벌도 받았는데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즈음엔 다이어트를 하느라 일부러 굶기도 하고, 냉장고 속 재료 가운데 버려지는 식재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옷도 옷장에 넘쳐나니 하나 정도 잃어버린 건 대수롭지도 않은 일인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Lost'가 돈으로 살 수 있는 property의 분실이라면, 그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사서 보충하여 입거나 쓰면 될 테니 말이다.

마음속 보이지 않는 상자 안에 ‘배려심이나 정의로움, 따스한 사랑, 예의, 도덕성’등등이 lost 된 것이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가끔씩 마음 깊은 곳의 상자를 열어 lost를 헤아려봐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생각하기에 마땅히 받을 칭찬을 못 받는다고 불평하는 이를 가끔 본다. 인간관계에서 기대만큼 보상이 없다고 실망하는 이들이다. 이유가 있다면, 눈에 안 보이는 것을 소홀히 하고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lost and found' 인생의 화두이기도 하다.


이정아


08032020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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