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your own dog food
직원이라면 자기 회사의 상품을 사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구매하기 어려운 B2B 상품을 파는 회사나, 제약이나 교육처럼 특별한 상황에 있는 사람만 필요한 상품/서비스를 파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자기 상품/서비스를 사용해 봐야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경쟁사 대비 어떤 점이 다른지 알 수도 있습니다. (Eat your own dog food) 그럼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 영업이 아닌 사람들은 자기 상품/서비스를 안 써도 되는가... 그래도 자기 의견을 회사 내에서 전달할 수도 있고, 이런 실질적인 이유를 떠나서 자기 월급 주는 조직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면 자사 상품을 사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자기 회사 상품을 사면 좋다, 꼭 자사 상품'만' 쓰라는 게 아니라 이왕이면 자사 상품'도' 써라,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너무 당당하게 '나는 우리 회사 상품이 안 맞는다', '뭘 살지는 내 자유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좀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꼰대라서 그런가 봅니다)
백번 양보해서 정말 자사 상품이 경쟁사 대비해서 마음에 안 든다면, 그 회사를 왜 다닐까요? 직원도 안 사고 싶은 상품을 만드는 회사가 고객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까요? 그런 회사에 자기 미래를 거는 게 맞을까요?
조직문화는 두 가지 가치에 기반합니다. '열정', '전문성', '혁신'처럼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가치와, 그 회사 상품/서비스가 고객에게 주는 가치입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가치는 서로 얼라인 되어 있습니다. 우리 회사 상품을 나라면 사기 싫다, 고객들은 이걸 왜 사는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회사 일에 열정이 있을까요? 전문성을 가지고 주어진 일을 파고들어 혁신을 해낼 수 있을까요?
정말 우리 회사 상품을 사기 싫다면, 자기가 사고 싶은 상품을 파는 회사로 이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면 여러 군데 지원했는데 붙은 데가 여기밖에 없다거나, 회사에서는 마음이 떠났지만 연봉과 복리후생과 업무강도가 그럭저럭 마음에 들어 다니는 거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채용면접에서도 대부분의 면접관들은 우리 회사/상품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실제로 사용하는지 물어봅니다. 그때 거짓말로 답했던 게 아니라면, 회사를 다니면서 이 회사 상품을 쓰기 싫어진 걸까요?
물론 이건 직원들의 입장에서의 이야기이고, 회사가 직원들에게 강매를 시키거나, 경쟁사 상품을 산 직원에게 직간접적인 페널티를 주는 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합니다. 예전에 소문으로 들었던 이야기지만 모 자동차 회사는 주차장에 다른 회사 자동차는 주차를 못한다고 듣기도 했고(팩트체크는 안 됐지만 심지어 방문객들도 그 회사 차가 아니면 못 댄다고 들었던 것 같음), 거의 10년 전 제가 SDS 다닐 때는 회사 이메일 앱이 안드로이드 버전 밖에 없고 아이폰이 지원이 안 됐던 것 같습니다. (역시 기억이 가물가물: 사실 삼성과 갤럭시는 좀 애매한 게, 삼성전자 직원들도 아이폰 안에 부품 상당 수가 삼성 부품이라는 핑계이유로 아이폰 쓰는 사람이 많았음)
자사 상품을 쓰는 것에 대해, 또는 회사가 경쟁사 상품을 쓰는 직원에게 페널티를 주는 것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