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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특집] 대학원 LIFE 2편, 권준희 한의사

by 대신만나드립니다


지난 11월 초, 임상과 MBA를 모두 경험하신 권준희 한의사님을 찾아뵈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MBA에서의 날들과 그 이후의 삶까지, 권준희 한의사님께서 전해주신 생생한 이야기를 낙타가 대신 전해드립니다.


약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졸업

(전) 경희로운한의원 진료원장

(전) 태온한방병원 진료원장

(현) 윤빛한의원 진료원장









INTRO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경희대 졸업 후 봉직의 생활을 하다가, 1년간 서울대학교 MBA를 다니고 다시 올해 9월부터 로컬에서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요즘 하루 일과나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주중에 4일, 주말에 하루 이렇게 주 5일 근무하고 있는데 근무 시간이 짧진 않아요. 주중에는 10시부터 9시까지, 주말에는 5시까지 근무하는데 경우에 따라 조금 일찍 끝나기도 해요. 휴무일에는 그냥 개인적으로 친구들 만나거나 여느 페이닥터와 다르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오늘같이 추가적으로 피부미용 스터디가 있는 날도 있어요.



Q. 한의대생 시절 어떤 학생이셨는지, 그리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질문지를 받고 이 질문을 보면서 요 며칠 제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생각해 봤거든요. 제가 무엇을 하는 학생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저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귀도 얇은 학생이었어요. 누가 “이거 하자” 하면 많이 따라갔어요. 이건 누가 하자고 해서 한 건 아닌데, 밴드 동아리를 하고 싶어서 예과 때 한창 즐겁게 했던 것 같아요. 학생회도 했는데, 처음에는 주변 권유로 어쩌다 시작했는데 본과 때도 계속하고 재밌었어요. 덕분에 사람도 많이 남았고요.


한 선배님이 칵테일 자격증을 따셨는데, 동기가 같이 따자고 해서 그걸 딴 적도 있었어요. MBA와 연결되는 게 있다면,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경제시험들이 몇 개 있거든요. 매경 TEST도 있고 한경 TESAT도 있는데 그것도 선배님이 “책 있는데 가져갈래?” 하고 많이 도와주셔서 시험을 보기 시작했죠. 한경은 잘 못 봤는데 매경은 좀 잘 봐서 당시에 상위 0.9% 정도 나왔어요. 그때부터 좀 경제, 경영 공부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경제 시험 공부를 하면서 좀 관심이 더 생기셨나요?

관심이 있어서 공부했고, 하다 보니까 관심이 생기기도 했어요. 결과가 잘 나오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래서 ‘적성에 맞나?’ 생각도 들고 그랬던 것 같아요.


Q. 학생 시절 또 특별히 더 관심이 있었거나, 방학 때 하신 활동이 있으셨나요?

약간 시기마다 달랐던 것 같아요. 예과 때는 밴드에 다 쏟고, 본1은 학생회 했었는데, 그리고서 코로나가 왔죠. 본3, 본4 때는 진짜 공부 외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저도 학교 공부가 엄청 적성에 맞지는 않아서, 다들 (유급 안 당하고) 생존하고자 많은 시간을 투자하듯이 (저도)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특별히 뭔가를 엄청나게 하기보다는 다른 것들에 많이 기웃기웃하고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Q. 한의대 시절 해 보신 활동 중에 좀 더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으신가요?

돌아보았을 때는 오히려 되게 소소한 게 기억이 나요. 예를 들면 학생회를 할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축제 때 주점에서 하루 종일 곱창 데우고 있었던 게 기억나고요. 또 밤새워서 친구들과 학교에서 시험 전날에 공부했던 것들이나, 그때는 조금 힘들었지만 그런 소소한 것들이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본3, 본4 때, 졸업하고 나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겠다, 하고 생각하신 게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계획까지는 아니더라도요.

본3은 당시 코로나 시기여서 학교도 안 갔어요. 시험만 보러 갔거든요. 그냥 하루하루 너무 벅찼고, 저는 되게 외향적인 사람인데 코로나 시기가 정말 힘들었거든요. 본4는 실습하고 공부 좀 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처음에는 (병원) 수련을 생각했다가, 로컬 부원장으로 가려고 했다가, ‘아예 다른 거 할래’, 하는 게 반복이었어요. 그런데 다른 걸 하고 싶어도 뭐가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몰랐고요.


그래서 돈이라도 벌어봐야, 사회의 톱니바퀴라도 되어봐야 뭐라도 나오겠지 하는 생각에 결국에는 임상으로 갔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졸업하고 임상을 다시 시작한 걸 절대 후회하지 않고, 대학원 후에 다시 임상을 시작하게 된 것도 지금 너무 좋은데, 사실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Q. 일단은 임상에 나가야겠다고 결정하신 게 언제쯤이었나요?


그냥 본과 4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고민하고 계신다고 하니까 얘기하는 건데, 진료를 시작한다고 영원히 임상 진료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때는 그걸 너무 무겁게 생각했어요. 사실 저도 아직 어린데 돈 벌면서 생각해도 되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MBA를 준비하며


Q. 그럼, 졸업 후 한의원에서 1년 동안 근무하신 거죠? 그때 일하시면서 좀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해요. 예상하셨던 대로였나요?

막상 임상에 나가니까, 본4까지 학교에서 모든 걸 다 알려주고 임상에 나갈 것 같지만 처음엔 정말 낯설고 어려웠어요. 일단 처음에는 건강보험 청구부터 할 줄 모르거든요. 처음에는 그냥 1인분 하는 게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오히려 별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Q. MBA에 도전하기로 결심하신 계기와, 서울대학교를 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어도,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저는 재수해서 20대 초반에 한의대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정말 다른 데 있다가, 다른 거 하시다가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은 확실히 인사이트가 달랐을 것 같은데, 저는 아니거든요. 저는 바로 입학해서 20대를 한의대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뭘 할 수 있는지 잘 몰라서, 그래서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생각해 보자는 마음이 있었어요.


한의계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의료계 자체가 폐쇄적이긴 한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맨날 저희끼리만 보게 되는 구조니까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MBA를 하기로 했어요.


서울대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서울대만 1년이에요. 대부분은 1년 반인데, 야간 수업만 있는 MBA도 있고 주말 수업만 있는 MBA들도 있어요. 그러면 기간이 늘어나요. 임상을 하는 한의사는 재택근무라는 개념도 없고, 야간 수업을 듣는다고 해도 진료를 쉬게 되겠더라고요. 왜냐하면 야간 수업이라는 게 수업이 저녁 6시, 7시에 시작될 텐데, 진료 끝나고 가기에는 빠듯하거든요.


1년이라는 게 되게 중요했어요. 1년을 쉬는 것과 1년 반을 쉬는 것의 기회비용 차이가 크니까요.



Q. 그런데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도 여러 방법이 있는데 MBA여야 했던 이유가 있으셨나요? 아니면 원래 좀 마음에 두고 계셨나요?

일단 주변의 추천이 좀 있었고, 다양한 방법들을 알았다면 좋겠지만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모르겠어서 가게 됐어요. 그리고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원래 경영·경제 쪽 공부들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게 컸던 것 같아요.


Q. MBA 준비 기간이 어느 정도 걸리셨는지 그리고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월에 1차 서류 제출이 있어서 1~2월에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준비했습니다. 서울대는 추천서가 2개가 필요해요. 그리고 4월쯤 1차 발표가 나오면 그때부터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5월 초에 면접이 있는데 서울대는 항상 5월 1일쯤 보는 것 같아요.

추천서를 받는 게 저는 좀 민망했어요. 저는 한 부는 한의대 교수님께 부탁드렸고, 한 부는 제가 있던 병원의 병원장님이 써주셨어요. 이미 졸업한 학생이고, 퇴사하고 가는 대학원인데도 두 분 다 너무 감사하게도 흔쾌히 써주시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지원 시 영어 시험 점수가 필요해요. 커트라인만 넘으면 되는데, 저는 영어를 잘 못하거든요. 영어 잘하시는 다른 분들은 괜찮으실 텐데 제게는 커트라인이 조금 높아서 10월부터 준비했어요. 커트라인이 높은 것도 그렇지만, 일하면서 준비하는 분들은 또 시험을 보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일단 한의사분들은 대부분 영어 성적이 별 필요 없으셨을 거라 갖고 계신 분이 드물어서 보통은 새로 시험을 보셔야 할 텐데요. 영어 시험이 보통 주말에 열리니까, 근무 일정 때문에라도 좀 미리 해두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저는 일요일 근무여서 시험 볼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없었거든요. 저는 영어가 제일 어려웠고요. 준비 기간은 영어 합쳐 한 6개월 안 돼요.



Q. 일이랑 병행하시는 게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일이랑 병행하는 건, 다들 그렇게 다 준비하는 거 같아요. 꼭 한의사가 아니어도요.



MBA 과정


Q. MBA 과정의 전반적인 커리큘럼과 당시 일주일 일과는 어떤 식이었나요?


서울대 MBA는 커리큘럼이 좀 특이한데, MBA 과정을 1년 반에서 1년으로 줄이면서 방학 없이 학기를 붙여버렸어요. 그래서 4개 학기를 방학 없이 하는데, 가끔씩 해외 연수 기간에 방학이 1주 있거나 특이하게 겨울방학이 2주 있었어요.


한 학기도 모듈이라는 단위로 쪼개요. 1, 2학기는 한 학기를 4주씩 세 번의 모듈로 쪼개서 4주 동안 2과목씩 들어서 한 학기 6과목을 들었습니다. 3, 4학기는 4주씩 두 개 모듈로 쪼개서 4주 동안 2과목씩 수업을 들었어요. 한마디로, 4주마다 시간표가 바뀌는 거예요. 월화수목 이렇게 정규수업이 있고, 금요일에는 과정 초반에는 강연, 나중에는 조금 특별한 수업들을 들었어요. 마지막에 졸업 레포트가 있는데, 수업은 없지만 1개 모듈의 과정으로 인정됩니다. 그렇게 8월 중순부터 다음 해 7월 초까지 다니고, 저는 수업을 좀 미리 들어서 6월 중순에 모든 수업은 마무리했습니다.


일주일 일과는, 놀기도 많이 놀았어요. 월화수목 수업 듣고, 마지막 주에 시험 보고, 그 중간중간 과제 내고요. 그리고 네트워킹이라는 명분하에 술도 마시고, 사람도 만나고요. 또 마케팅 관련 공모전도 했었고, 스타트업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스타트업 창업도 해봤어요. 이런저런 학교 내·외부의 활동으로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학교 커리큘럼에 있는 꼭 들어야 하는 수업 자체는 많지 않아요. 본과생에 비하면 엄청 적죠. 수업 외의 활동들을 하면 좀 바빠집니다.


Q. MBA 과정 중에서 좀 많이 도움이 된 프로그램이나 강의 같은 게 있으셨나요?

저는 ‘실전 스타트업’이라는 스타트업 강의가 되게 좋았는데, 학부생들이랑 같이 팀을 짜서 할 수 있었거든요. 창업팀을 꾸려서 진짜로 한번 해 보는 거예요. 저는 그런 (창업 기회들에) 관심이 있었는데, 학생 때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때는 바쁘기도 하고 눈앞에 있는 일들만으로도 힘들었어요. 이후에는 저도 안정적인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뭔가 시도해 볼 용기가 항상 없었거든요. 그런데 상당히 열정 있는 친구들과 함께하면, 누가 딱 스타트 버튼을 누르잖아요? 그러면 어떻게든 돌아가요. 용기도 많이 받고, 힘도 많이 받았어요. 한동안 저의 주말과 방과 후의 시간들이 다 거기에 쓰였는데, 배우는 게 많았어요.

저희의 테마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K-뷰티를 수출하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이었어요. 업체와 컨택해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서 좋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제가 뷰티 업계에 다시 발을 들일지는 모르겠지만 그쪽에 대한 이해도가 좀 높아졌어요. 실제로 저는 다시 현업에 복귀했지만 같이 했던 친구들은 아이디어를 피봇팅해서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 저희가 협업했던 뷰티 브랜드가 꽤 이름이 있었는데, 저는 학교의 이름을 빌려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서울대의 이름값을 빌려준다는 게 뭔가 시도해 보기 참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 같아요. 또 교수님이 봐주시니까 무척 마음이 편해요. 꼭 엄청난 것을 해주지 않으셔도 중간중간 확인해 주시면 마음이 편안하죠.



Q. 다양한 배경의 분들이 많이 오셨을 텐데 그분들과 네트워킹하면서 좀 새롭게 느끼신 것들이 있으셨나요?

제일 처음에 조금 충격받은 게, 저희 학교만 분위기가 그럴 수도 있지만, 학부생 때 “이거 할 줄 아는 사람?” 물어보면 다들 “나 못해, 나 할 줄 몰라.” 했거든요. 아니면 “나 할 줄 몰라, 나 대충 조금 배운 거야.” 하는 식이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의료 외의 분야에서 뭔가를 잘했을 때 그에 대한 가치를 좀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또 추가적인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커리어에 도움이 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일만 늘어났었어요. 그래서 뭔가를 잘한다고 했을 때, 겸손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고, “아니야, 나 잘 못해” 하는 게 너무 익숙해져 있던 거예요.


그런데 막상 MBA에 가보니, 사실 잘하는 건 잘한다고 어필해야 기회가 생기거든요. “나 이거 할 수 있어, 내가 할게, 내가 해 볼게”라고 어필을 해야 되는데, 저는 누가 잘한다고 칭찬하면 “아니에요.” 처음에는 이러고 있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하면 되는데요. MBA에는 본인 사업하시는 분들 그리고 직장에서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취업이나 사업 기회를 가져오는 것부터가 “저 잘할 수 있습니다”를 어필해서 시작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어필해서 기회를 따내는 게 되게 당연했다는 걸 저는 MBA 초반에 엄청 많이 깨달았어요. 그래서 대만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도 ‘내가 무슨 인터뷰를 해’ 싶었는데, 제가 대만드 수달이랑 좀 친하거든요. “괜히 인터뷰했다가 실망하면 어떡해, 괜찮을까?” 했는데 실망해도 그것도 얻는 게 있는 거라고 말해줘서 용기를 냈습니다.


진짜 다양한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그분들 보기에도 제가 되게 특이했나 봐요. 여담이지만 헬스케어 인더스트리 모임이 있거든요. 100명 중 5명 있고요. 임상도 아니고 헬스케어 인더스트리 전체 모임이에요. 거기 가면 한의사는 제가 하나 있고, 간호사분이 한 분 계세요. 그런데 그분조차 병원에서 일하시는 게 아니라 화이자에 다니셔요. 또 제약회사 마케팅팀도 계시고요. 그런 식이에요. 의료 계열이 드물어서 모아도 5명밖에 안 되는 거죠. 그분들 입장에서는 제가 되게 특이했고, 저는 다양한 사람들 만나면서 얻어듣는 것도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저 자신도 좀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어요. 나는 뭐에 강점이 있는지 나와 보니 조금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할 수 있는지 안에서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나와 보니까 저도 저를 조금 돌아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되게 막내였어요. 제가 한의사 중에서도 되게 어린 편인데 MBA에는 기업에서 오신 분들이 꽤 돼요. 그분들은 기업에서 보내주는 거니까 연차가 십수 년 차예요. 그냥 오시는 분들도 한 5~6년 차 되시고요. MBA에는 한 30대 중반 정도가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인생 선배님들한테 얻는 인사이트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Q. 조금 막연한 질문이긴 하지만, MBA 과정을 통해 산업에 대한 어떤 시각 같은 게 조금 생겼다고 느껴지시나요?

이 질문은 제가 감히 얘기해도 되나 싶기는 합니다. 저는 마케팅이 세부 전공이었어요. 그런데 마케팅 시간에 교수님이 첫 시간에 하셨던 얘기가, 생산자 베이스로 가격을 책정하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고객이 뭘 원하는지 니즈를 파악해서 고객 중심으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거였죠. 그런데 제가 일을 했을 때 느낀 것은 내가 너무 환자가 뭘 원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뭘 할 수 있는가를 어필하고 싶어 하지 않았나,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우리의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를 입장 바꿔서 생각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아직은 멀었고 앞으로 실천해 가야죠.


Q. 걱정되거나 하지는 않으신가요?

걱정이요? 걱정은 항상 됩니다. 항상 돼요. 항상.



MBA 이후의 삶


Q. 졸업 후에도 MBA에서 만나신 분들과 계속 네트워킹하고 계신가요?

그런데 네트워킹이 거창한 게 아니에요. 한의대도 끝나면 남남처럼 갈 길 가는 게 아니거든요. MBA도 똑같아요. 네트워킹이라는 게 거창하게 하는 게 아니라, 청첩장 모임 한다고 하니 만나서 식사하고, 근처에 와서 밥이나 먹자 해서 보고요. 그런 식이에요. 다 똑같아요. 다만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서로 선뜻 알아봐 주거나 도움을 주려고 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근데 사실 한의대 동기들도 많이들 그렇지 않나요?



Q. MBA에서 배우신 내용을 지금 일하시면서 써먹으시거나, 또는 일하다가 생각나거나 하시는지 궁금해요.

페이닥터 수준에서 써먹을 건 아직 없는 것 같고요. 그래도 보는 시각은 좀 바뀐 것 같아요. 앞으로는 도움을 받지 않을까요?



Q. MBA를 고민 중이신 한의사나 한의대 분들께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가요?

생각보다 입학하기 쉬워요. 제가 블로그를 하는데 한의사 분들도 가끔 댓글로 여쭤보시거든요. 학교 입장에서는 좀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뽑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근데 MBA에서는 의료계 자체가 엄청 드물어요. 한의계가 아니라 의료계 전체적으로요. 의료 산업이 꽤 큰데도 업계 사람들이 MBA에는 잘 안 들어와서 입학하면 좀 특이한 편에 속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두드리면 문이 열립니다. 어렵게 생각하실 건 없고 그냥 학교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잘 써서 제출하면 돼요.


다만 MBA에서 뭘 얻어가고 싶은지를 조금 명확하게 가져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솔직히 그리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좀 더 명확했으면 좋았겠다 싶은데, 일단 저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갔거든요. 왜 명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냐면, 수업은 짧아요. 그러니까 수업에서 얻는 것보다 따로 교수님들께 컨택해서 얻는 게 많았어요. MBA 자체 프로그램이나 서울대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거기서 얻어갈 수 있는 인맥들도 있어요. 소개받을 수도 있고요. MBA라는 이름으로 만났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이나 정보를 소개해 주는 데 있어서 되게 적극적이시고요.


그래서 그렇게 부가적으로 얻어갈 수 있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학생 신분을 이용해서 창업팀을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목적이 확실하면 조금 더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심도 있게 얻어갈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조금 더 명확하게, 마음속에 있는 목적이나 의문을 정하고 오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해요. 제가 아쉬웠던 부분이에요.



OUTRO


Q.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UP) & 가장 힘들었던 순간(DOWN)과 그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제가 대만드 인터뷰를 꽤 많이 봤거든요. 이게 제 나이에 답해도 되는 질문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조금 했는데, 그래도 얘기해 볼게요.


제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돌아보면 나쁘지 않다 싶을 때가 있어요. 그때가 좀 뿌듯했던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본과 3학년이요. 너무 힘든 것 같아요. 본과 3학년은 되게 고생하는데 결과가 안 보였어요. 다른 상황은 보통 고생을 하면 어쨌든 뭔가를 올려서 결과물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본과 3학년은 열심히 한다고 학점이 잘 나오지도 않고, 결과가 안 보여서 힘들었어요.


극복 방법은, 그냥 버티기? 저는 생각하는 게, 비 올 때 우산을 챙겨 가는 사람도 있지만 ‘비 오면 좀 맞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래서 항상 부담스러우면 부담을 견디자는 식으로 생각했어요. MBA 다닐 때도 처음에 학비와 제가 포기한 일, 일을 쉬지 않았으면 생겼을 수입들을 생각하면 되게 부담이 됐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부담을 가질 필요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부담을 가지기로 했죠. 네, 그래서 극복 방법이 없어요. 없었던 것 같은데, 이대로가 꼭 답은 아닌 것 같아서 앞으로는 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아보려고요.


Q. 앞으로의 장기/단기 목표가 궁금합니다.

단기 목표는, 어쨌든 임상으로 돌아왔으니 제가 진료를 조금 더 능숙하게 잘했으면 좋겠어요. 어딜 가든 한의사라는 정체성으로 기억되더라고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진료를 잘해야겠다 싶었어요.


장기 목표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개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요. 좀 더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원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나중에 제가 정말 너무 잘 되면 10년 후에 또 다른 분이 인터뷰하러 오시겠죠? 그때 답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어요.



Q.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은 분이 있을까요?


김은기 박사님을 만나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 어머니세요. 부인과 박사 받으시고 임상을 몇십 년 하셨는데, 지금 동국대 불교대학 선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계세요. 서울국제명상엑스포에서 ‘전통한의학과 명상’이라는 주제로 뇌파 기기를 사용해서 2년 정도 행사를 진행하셨어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MBA 과정을 진행하며 느끼고 경험하신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졸업 후 경험할 수 있는 분야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소중한 시간을 내어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해 주신 권준희 한의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Interviewer & Editor.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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