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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을 연습하는 시간

by Pearl K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지나가고 어느덧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6월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후루룩 흘러가 버렸다. 방학도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시점이다 보니 주변의 동료들은 1학기 마지막 시험문제 출제를 마무리하고, 학생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느라 매일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나는 늘 그렇듯 도서관 행사와 또 다른 행사 사이에 놓여 공문처리와 다음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2주 전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남편은 이번 주 초, 무사히 퇴원했다. 걱정했던 고혈압도 아슬아슬하던 혈당수치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집에서 치료해도 괜찮겠다는 의사의 판단 덕분이었다. 전반적인 상태는 안정되었지만, 몸에는 조금 불편한 후유증이 남았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어서 앞으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에서 1년까지 재활과 꾸준한 운동, 식이조절이 필요한 상태다.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혼자서는 감이 안 잡혀 챗GPT의 도움을 요청해 보았다. 내가 질문을 구체적으로 할수록 더욱 훌륭한 답을 내놓았고, 검증을 위해 포털 사이트에 유사한 내용을 검색해 봤더니 90%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정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번 상황에서 나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던 것이 바로 인공지능 AI인 챗GPT였다. 놀랍게도 챗GPT를 통해 입원 중의 진단과 투약 정보에 따른 치료 방법 안내, 같은 연령대의 평균적인 입원 일자나 회복 시기 등의 통계 수치를 비롯하여 퇴원 후의 운동 방법, 생활 관리, 식단관리에 대한 부분까지 제공받을 수 있어 전반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꽤 오랜 시간 신경 써서 관리를 해야 하는 첫 시작이라 부담이 안 되었다면 거짓말인데, AI와의 소통을 통해 어느 정도의 방향과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잘 먹지 않던 아침 대신 바쁘더라도 오트밀과 바나나 둥 건강한 식단으로 챙기고, 저녁은 나트륨과 당분, 지방을 최대한 제외하고 식단을 짠다. 저녁 시간에는 식사 후 30분 이상 산책을 꼭 하고, 식사는 수면 대비 최소 3시간 전까지는 완료하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정했다. 잠들기 1시간 전부터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지양하고, 함께 말씀도 읽고 기도하며 하루를 돌아보는 가정예배도 회복했다.


복잡하고 신경 쓸 것 많았던 삶이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단순하고 심플하게 바뀌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충분히 움직이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멀리하며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 사실 이제까지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지만 별로 와닿지 않았었는데, 짝꿍이 아프고 나니 지금부터 이렇게 살아가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해야 하나.


한 번 뇌경색이 발병하고 난 이후에 제대로 된 생활 관리와 식단관리 등 삶의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2~3년 내로 또 다른 뇌혈관이 터져서 내원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 앞으로 우리 생명의 남은 날 수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고, 우리가 가진 삶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일이 닥쳐올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가까운 비극은 막아야 하니까. 앞으로는 꾸준히 조금 더 단순하고 건강에 유익한 삶의 습관들을 연습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아프고 힘들더라도 가끔은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덕분에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배웠다. 그동안 내가 신경 쓰고 있던 감정이나 상황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무기력함과 번아웃에 지쳐 사그라져 가고 있던 삶의 의지도 오히려 되살아났다. 내가 지켜내야 할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더 선명해졌다.


주어진 역경 앞에서 오히려 더 침착하고 강해지는 나의 강점을 잘 발휘해서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해져 있는 짝꿍이 다시 힘을 내도록 단단한 지지대가 되어주고 싶다. 물론 나도 연약한 사람이라 가끔 털어놓을 곳은 필요할 테니, 그런 나에게 글쓰기가 좋은 창구가 되어주리라고 믿는다. 다시 힘을 내봐야지. 괴로울지라도 삶은 계속 이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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