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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Jan 16. 2017

캐나다 설국열차? 눈꽃열차?
환상의 겨울여행 속으로

서부 횡단 열차 스키나 Skeena 편

여행 제목 : 환상적인 눈꽃 열차 ‘스키나’를 만나다 in Canada

이동구간 : 프린스 루퍼트~재스퍼까지 1박 2일을 달리다 (중간 경유지 호텔 1박 함)




   


그 숙소를 찾아가려면 공항에서 어떻게 가야 하나요? 배 타고 오세요. 

아니 비행기로 도착하는데 어떻게 배를 타고 가요?     


처음엔 내 영어가 짧아서 못 알아들은 줄 알았다. 그러나 숙소 주인은 다시 정확한 발음으로 ferry를 타고 오라고 말한다. 아니 그럼 공항이 섬인 거야 도시가 섬인 거야. 그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밴쿠버도 섬인 것처럼 눈꽃열차를 타기 위해 지금 찾아가는 프린스 루퍼트 공항 역시 섬이었다.   



어두운 하늘에서 사뿐하게 도착한 공항은 시골 터미널처럼 작다. 짐을 찾기도 전에 밖으로 나가 도대체 어디서 배를 타라는 것인지 주변을 둘러본다. 바다내음이 심하게 나지 않아 섬인지 육지인지 분간이 안된다. 그러나 공항에서 배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나뿐이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짐을 찾아 출구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바로 출구 앞에 서 있는 몇 대의 버스들. 알고 보니 이 버스가 페리 터미널을 거쳐 시내로 가는 셔틀버스란다. 


그래서인지 작은 비행기로 내린 손님들이 모두 버스에 타자 어디로 간다는 안내방송도 없이 홀연히 공항을 떠나는 버스. 숙소에 전화를 했을 때 대뜸 배를 타고 오라는 말에 버스 안에서도 계속 황당해하는 사람은 나고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공항에서 출발한 버스와 함께 페리에 실려 바다를 건너고 있다.   


프린스루퍼트의 집들은 영화세트장 같은 이쁘고 아담한 편...


그렇게 배 타고 도착한 곳이 바로 브리티쉬 콜럼비아 주의 북쪽 최대 항구도시인 프린스 루퍼트다. 이 도시에서 앨버타주의 재스퍼까지 1박 2일 동안 달리는 환상적인 눈꽃열차 ‘스키나’를 타기 위해 태평양을 날아와서 드디어 지금 진짜 태평양 바다를 배로 건너고 있는 것이다.     



열차가 오전 8시에 출발하므로 적어도 하루 전에는 도착을 해야 하는데 해가 짧은 겨울이라 금방 어두워져 시작부터 당황스럽게 도착한 도시. 결국 아침이 되자 택시를 타고 - 기차역이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힘들고 도보로 가기엔 거리가 멀다 – 비아레일 기차역으로 갔다. 힘들게 찾아온 역치고 너무 작아 약간은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철로를 따라 바다 같은 수평선이 펼쳐져 있어 첫인상만은 잊을 수가 없다.     



정시에 출발하는 기차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 시작 그러나 겨울 비수기라 그런지 승객이 많지 않아 마치 기차 한 칸을 모두 전세 낸 기분으로 좌석 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눈 좀 부쳐볼까 생각하며 짐 정리를 하는데 기차 이름과 똑같은 스키나 강이 진행방향 우측으로 펼쳐지면서 뜻밖의 겨울 풍경을 만나는 바람에 비몽사몽 한 정신에도 카메라를 꺼내 정신없이 셔트를 눌렀다. 조용한 기차에서 카메라 셔트 소리만 요란하게 들리는 아침.     


창문 너머에는 하얀 설경과 함께 강물 위를 떠 다니는 빙하 같은 큰 얼음덩어리가 중간중간 보여 정말 내가 대자연 캐나다를 만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런 강물을 한 시간 넘게 보면서 사진을 찍고 있지만 찍어도 찍어도 지겹지가 않다. 


호수가 눈으로 덮혀있어 물인지 길인지 도로인지 분간이 안되는 완벽한 화이트 풍경 속으로....


와~ 하며 그렇게 2시간 넘게 숨 가쁘게 풍경을 담아내고 나니 급 졸음이 쏟아진다. 그리고 출발 후 첫 정차역인 Terrace라는 안내방송에 잠시 잠이 깼다. 다시 밖을 보니 강물보다는 초록의 울창한 침엽수림이 하얗게 변해있다. 두껍지 않은 나무에 쌓이고 또 쌓인 눈 때문에 쓰러질 것 같은 나무들의 행렬이 계속되었지만 이 또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캐나다의 설경이다.     



잠시 해가 나오는가 싶더니 눈밭 위에 갑자기 뜬 무지개… 우와~ 하며 핸드폰을 꺼내 얼른 찍어 한국으로 날려 보내야지 했는데 이런 안테나조차 잡히지 않는 지역이다. 아~ 그랬다 우리의 대자연은 작은 기계에 방정 떨지 말고 보이는 풍경 그대로 내 마음에 담으라고 말한다.     



1330분쯤 되자 배꼽시계도 밥을 찾는다. 순간 기차에서 파는 2불짜리 중국산 사발면을 먹을까 아니면 가방에 있는 한국산 사발면을 꺼내 먹을까 고민을 한다. 바로 그때 들려오는 반가운 안내방송. 잠시 후 도착하는 역에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으니 각자 식사를 하란다. 


어쩜 배고픈 시간까지 알고 이렇게 적당한 시간에 정차를 하는지. 막상 내려 플랫폼을 둘러보니 식당 한 개 있고 아무것도 없다. 문에는 3-5 closed라고 적혀있는 거 보니 열차 승객들이 점심을 먹고 떠나면 오늘 하루 장사는 끝난 셈이다. 기막히게 점심 타이밍을 잘 맞춘 고마운 간이역이기도 하지만 왠지 열차여행에 필요한 요소요소가 잘 짜인 듯한 느낌이다. 



메뉴는 역시 서양식인데 RICE라는 단어가 있어 호기심에 ‘rice & beans’로 주문했다. 아무리 여행 중이라도 역시 밥알을 씹어줘야 뭔가 먹은 기분이 든다. 막상 건네준 take out을 보니 일반 도시락이 아니라 우리가 커피잔으로 사용하는 그냥 일회용 컵이다. 흐메~이런 종이컵도 여기서는 밥공기로 쓰이는구나.     



1600 경이되자 오전 내내 보이던 침엽수림은 여전히 보이고 간간히 나타나는 호수 또한 셀 수 없이 많이 지나간다. 스키나 열차가 운행하는 동안 정차하는 도시가 제한적이거나 예약 상황에 따라 정차역이 정해져 있는지 그냥 지나치는 역도 많다. 그래도 철로와 마을도로가 교차하는 부분에서는 미리 반복적으로 울려대는 경적소리에 소리만 듣고도 어떤 마을이 있구나 알게 된다. 



그렇게 또 한 시간이 지난 1700시경. 시간이라는 숫자와 무관하게 해가 짧은 겨울이라 벌써 밖은 어둑어둑하다. 1800시경이 되자 좌측으로 Fraser lake라는 호수가 펼쳐졌지만 이미 어두워서 카메라는 아무것도 담아내지 못한다. 중간중간 나오는 안내방송만으로 무슨 호수인지 메모만 할 뿐이다.     



20시경이 되자 갑자기 차장이 콜택시가 필요한지 묻는다. 지금 기차 타고 잘 가고 있는데 웬 택시? 

차장한테 씩씩하게 No라고 대답하며 우아하게 라운지에 올라가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와인을 음미한다. 


어두운 하늘은 엄청난 별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오히려 조명처럼 느껴진다. 정말 이렇게 하늘의 별을 세며 열차여행을 하게 될 줄이야. 아! 행복해 라며 혼자 감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기차가 정차를 한다고 한다. 



이럴 수가! 알고 보니 이 기차는 1박 2일을 계속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 도시인 ‘프린스 조지’에서 각자 1박을 하고 내일 오전에 다시 출발한다는 것이다. 헉~ 그래서 차장이 택시가 필요한지 물어봤구나. 


오 마이 갓! 그럼 난 오늘 어디서 자지, 혹시라도 오늘 잘 곳을 구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역에서 노숙이라도 해야 하나 …. 전망 열차칸에서 별을 세며 행복해하던 마음을 어디로 가고 갑자기 앞이 캄캄해진다  



0800 프린스 루퍼트(Prince Rupert) 출발 - 프린스 조지(Prince George) 도착 20:29 (12시간 30분 소요)  

0945 프린스 조지 (Prince George) 출발 – 재스퍼(Jasper) 18:30 도착 (7시간 45분 소요)    



이 구간 열차여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가겠다고 아침부터 서둘러 나와 역 주변을 살피고 있다. 사실 어제 일은 여행 좀 다닌 나로서도 황당한 경우였다. 중간에 일박한다는 정보도 없이 덜컥 기차를 타고 왔으니. 더 이상 우스운 여행자 꼴이 되지 않으려고 긴장을 하고 시작한 아침이다. 그러나 너무 이른 시간이라 여행안내 소문은 닫혀있다. 대신 건너편에서 두 명의 비아레일 여직원이 굿모닝 인사를 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매서운 찬바람을 맞아가며 어제 급하게 구한 숙소에서 새우잠을 자고 다시 짐을 끌고 나온지라 사실 마음도 표정도 밤새 굳어버렸다. 훈훈한 열기가 도는 기차역에 들어서자마자 몸은 풀리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대기실에서 메모를 하며 여행자의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향기로운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어머~건너편에 가지런히 놓인 커피와 차, 코코아. 사실 아침에 물 한잔도 못 마시고 씩씩거리며 나왔는데 이렇게 준비된 무료 서비스에 기분 좋은 여행자 모드로 변신하다니… 역시 멋진 나라 캐나다!     

   


아래는 스키나 열차의 내부 사진


  

다시 기차는 출발을 하고 이번에는 진행방향 좌측의 풍경이 좋아 보여 어제 위치에서 자리를 옮겼다. 사실 어제부터 계속되는 이런 설경이 이쯤 되면 지루할 때도 되었는데 중간중간 펼쳐지는 눈 덮인 하얀 호수들은 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얀 호수에 모든 눈이 걷히고 초록의 여름이 오면 이 곳은 또 어떤 풍경으로 바뀔까 괜한 상상을 해보며 지금 눈에 보이는 한 폭의 겨울 수채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담기 위해 셔트만 바쁘게 돌아간다.     



 

갑자기 내리는 양이 많아진 엄청난 폭설에 달리고 있는 철로마저 덮이면 어떡하나 걱정되는 시간은 1130분. 하얀 눈발이 너무나 두꺼워서 마치 자욱한 안갯속을 뚫고 달리는 듯하다. 모든 세상이 눈으로 덮였지만 지금 달리고 있는 철로만 오직 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마치 하얀 도화지에 나란히 검은색 두줄만 그린듯한 그림.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나무뿐만 아니라 파란 물도 강도 모두 하얗게 덮여있어 이 곳에서의 시간은 모두 하얀색만 존재하고 움직이는 열차만 제시간대로 달리고 있다. 이번에 캐나다 겨울여행을 준비하면서도 꼭 이 코스의 열차를 타고 싶었던 이유는 다른 구간에 비해 풍경이 생각만큼 지루하지 않고 숲과 호수가 많아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자다 일어나도 여전히 내리는 눈과 호수 그리고 숲의 조화로운 설경 때문에 이틀간의 열차여행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은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물론 눈 무게로 인해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심하게 휘어져 있어 하얀 눈에 망가진 나무를 보는 건 안타깝지만 이런 폭설 속에서도 정시운행을 하고 있는 비아레일 기차를 보니 여행 선진국 캐나다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어느덧 1230. 기차가 멈추는 느낌에 잠이 깼다. 반대편 철로에서 빨간 색깔의 CN 열차가 오고 있다. 기차에서 다른 기차를 찍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를 꺼내 들었지만 차량이 너무 길어 고개를 들어 폭설 같은 눈을 보며 잠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겨울에는 여행하지 말라고? 그건 여행자의 지나친 걱정이 아닐는지. 그동안 개인적으로 겨울여행을 자제해 왔는데 이번 스키나 열차를 통해 제대로 된 겨울여행의 매력을 보았다고나 할까? 이렇게 아름다운 설경을 겨울에 직접 만나지 않는다면 언제 느껴볼 것인가! 비록 기차는 회색 매연을 뿜어대며 달리고 있지만 그 매연은 보이기만 할 뿐 대자연속에서 직접적으로 마실 일은 없다. 


겨울이라 하얀 설경위로 눈부시게 피어오른 무지개. 폭설이 와도 오색 무지개를 만난다는 사실. 상상이 되시나요?


그렇게 철로를 떠난 연기는 하얀 눈과 함께 하늘로 사라지고 사람 발자국보다 동물 발자국이 더 많이 보이는 산골을 달려가지만 달려도 달려도 지루하지 않고 보아도 보아도 지치지 않는 자연의 매력은 어쩔 수 없다. 어쩌면 나는 이곳에서 겨울의 진짜 매력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중간 체류지에서 당황스러운 일박을 보내긴 했지만 열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내가 가진 욕망의 찌꺼기를 배설하고 세상에 목마른 갈증을 적시며 혼돈의 머리를 하얗게 비워낼 수 있었다. 어느 항구에서 강물을 따라 출발한 열차는 산과 호수, 평야와 산맥을 지나 드디어 1박 2일의 긴 여행을 멈추었지만 마음으로 달린 열차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눈은 여전히 오고 있고 이미 많이 왔고 앞으로도 올 것이지만 과거의 눈과 현재의 눈이 같지 않고 현재의 눈과 미래의 눈 또한 다르니 이번 겨울여행은 나에게도 눈처럼 솔직담백 한 여행자로 돌아갈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을 주었으니 이것 만으로도 나는 자주 겨울 배낭을 꾸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수채화 같은 촬영을 하는 행운까지 얻은 겨울 눈꽃열차 여행...오래 오래 추억하며  캐나다의 겨울을 사랑합니다



야생 순록이 뛰어노는 겨울의 설경 자체가 동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캐나다의 겨울... 


    

작은 마을의 기차역은 따로 건물도 없이 그냥 철로 옆에 내려 주기도 한다



<캐나다 비아레일 여행 중 느낀 점 그래서 다음에 참고하시면 도움될 정보>

  


(1) 제대로 된 기차 역조 차 간이 정차하는 산간마을에서는 도로 사정상 운전이 불가해 개썰매를 타고 주말에 놀러 온 딸을 픽업한다. 터널을 지난 기차가 생뚱맞은 곳에 기차가 서는 가 싶더니 개썰매를 끌고 철도 옆에서 기다리던 가족  



(2) 호수 위에 아무 발자국 없이 고요만이 하얗게 바로 이것이 내가 바라보고 싶었던 그 설경이다  

마치 어두운 그린에 하얀색으로 유화를 그린 듯 연속되는 풍경    



(3) 캐나다에서 가장 작은 우체국으로 기차가 정차하여 가지고 온 메일 박스는 전달 주고 기존의 우편물을 다시 기차에 싣고 출발함    



(4) 최소 3일 전에는 예약이 완료되어야 한다고 해서 왜 그런가 했더니 이렇게 미리 예약한 사람이 있는 기차역에만 정차를 하기 때문이다, 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타고 내릴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중간에 아무렇게나 기차가 정차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 구간은 로키와 가까워서일까? 산과 어우러진 더 멋진 설경에 감탄사를 금치 못하고 있다. 로키 최고의 산 롭슨마운틴의 만년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차장이 짧은 안내방송과 함께 촬영을 위해 서행하는 센스도 발휘.  



(5) 이런 폭설? 아니 이 엄청난 무게의 눈 풍경은 살면서 자주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여행 중인 객의 눈에는 그저 부럽고 아름답기만 하던, 그래서 겨울이라는 계절에 대한 경외심마저 들던 행복한 겨울의 캐나다 열차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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