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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립 May 19. 2016

동네서점의 향기가 그리울 때

소소한 에세이 ▒ 누구나 있을 법한 개인적 동네서점의 추억


어릴 적 우리 동네에는 쌍벽을 이루는 동네 서점이 있었습니다. 삼익서점과 대동서점.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어느 한 곳을 단골가게로 정하지 않고 두 군데를 번갈아 다녔습니다.


 그럴  밖에 없었던 것이 삼익서점은 책을 살 때 마다 과자를 사먹으라고 주인아저씨가 꼭 200원 혹은 300원씩 깎아줬고, 대동서점 주인아저씨는 책을 사면 사탕이나 남은 잡지 부록을 무심하게 하나씩 끼워 넣어주기도 했습니다.


 그 엄청난 판촉 전략은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 초등학생 고객의 마음을 갈대처럼 흔들어 놓았던 것이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서점 아저씨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매달 나오는 순정만화 잡지였던 윙크를 사러 갈 때면 “이게 마지막인데 운이 좋았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하셨고, 또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서가를 살펴보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권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저도 새로운 책을 기다리는 몇분의 시간이 싫지 않았죠. 안도현 작가의 ‘연어’가 서점 아저씨가 추천해준 첫 번째 책으로 기억됩니다.


이렇게 그 당시 책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비밀의 상자였고, 동네 서점 아저씨는 그 책을 안내해주는 인도자였습니다. 그런데 내게 많은 책, 세상 이야기를 해줬던 서점 아저씨는 다 어디로 갔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서점 아저씨에게 처음 추천받았던 책 <연어 >

지난 주 취재차 만난 서울 이태원 골목에서 시집 책방을 운영하는 다시 서점 주인도 “어릴 적 외삼촌이 동네에 꽤 유명한 동네서점을 하시다가 잘 되지 않아 사업을 접으셨다”며 “그래서 다시, 동네 서점이 마을 곳곳에 부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방을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어느샌가 일에, 생활에 바빠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요즘, 그 때 동네 서점의 향기가 무척 그립습니다.


다시, 마을 곳곳에 크고 작은 서점에 활기가 띄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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