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국내는 당근, 해외는 Karrot! 뭐가 다를까?

당근, Karrot 차이점 살펴보기

by 한근성


해외 시장 개척은 제법 큰 규모의 서비스라면 언젠가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과제입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물론 국내에서 얻은 지식이나 경험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만큼 쉽지 않은 과제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서비스는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과감한 도전을 택했습니다. 그중 오늘 살펴볼 서비스가 바로 당근입니다.


당근이 처음 해외 시장에 발을 내딛은 건 무려 2019년의 일입니다. 영국을 시작으로 캐나다(2020년 9월), 미국(2020년 10월), 일본(2021년 2월)에 차례로 진출했는데요. 캐나다의 경우 최근 MAU가 전년 대비 3배 증가하고, 누적 가입자 수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습니다.


한국 당근과 미국 Karrot의 차이를 살피기 전에, 가볍게 앱스토어에 올라온 유저의 긍정/부정 반응을 훑어봤습니다.

유저1 : 월별 및 주별 챌린지가 정말 좋아요. 챌린지들은 제가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사도록 동기를 부여해줘요. 집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I love the monthly, weekly challenges. They motivate me to sell more and buy more. I love that I can meet up with people so close to home.
나 : (아하, Karrot에는 유저가 더 많은 물건을 사고 팔게 해주는 동기부여 챌린지가 있구나!)


유저2 : 단순히 둘러보면서 앱을 계속 사용하고 싶은지 아닌지 고민하고 싶을 때조차도 전화번호와 개인 정보를 요구해요. The app asks for your phone number and personal info even if you want to just explore the app and see if this app is something you would want to use.
나 : (국내 유저는 개인 정보 입력 및 본인 인증에 익숙하고 큰 불만을 가지지 않는 반면, 해외 유저는 그렇지 않을 수 있겠구나!)




이제 두 서비스를 자세히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Karrot은 미국 앱스토어 계정을 이용해 한국에서 설치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부분적으로 한국어와 영어가 섞여 있으며, 영어로 보이는 부분은 번역을 함께 기재했습니다.


Frame 4070.png Karrot
Frame 4071.png 당근


가장 먼저 Karrot은 국가를, 당근은 동네를 선택하도록 합니다. 당근은 국내 서비스라 국가를 선택할 필요가 없는 반면, Karrot은 이후 화면을 유저가 사용하는 언어에 맞춰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국가 선택이 선제되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국가 목록에 '대한민국'이 있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는데요. 앱스토어를 살펴보니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국가 이동이 잦은 유학생 등이 동네 인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예상컨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플로우로 보입니다.


국가 선택 후 Karrot은 어떤 서비스인지 안내하는 온보딩을 보여줍니다. 당근은 별도의 온보딩 없이 바로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약관 동의를 받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누적 가입자수 4,000만에 육박하는 당근에 비하면 Karrot은 인지도가 부족한 편입니다. 더불어 위에서 언급했듯 해외 유저들은 개인정보 입력 등에 민감할 수 있으니, 동의는 정말 필요할 때 받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Frame 4072.png Karrot


온보딩 이후, Karrot은 동네를 선택하도록 합니다. 이때 여러 단계에 걸쳐 유저를 안심시키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1. 인증된 이웃과 소통하려면 위치를 확인해 주세요 (1번 화면)

2. 가까운 친구와 이웃이 파는 물건을 확인하려면 동네를 선택해야 해요 (2번 화면)

3. 이 위치 정보는 주변 물건을 찾는 데만 사용해요.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않아요 (3번 화면)


2번 화면은 1번 화면과 내용이 거의 비슷한만큼 '꼭 필요한 단계인가?'하는 생각이 들지만, Karrot에서는 (depth 증가에 따른) 이탈률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차이점으로는 '동네명 선택'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실제 지명과 동네 사람들이 일컫는 동네명이 상이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화면을 만든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이 동네명은 차후 거래 시 유저간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장치로 사용될 것 같습니다.


Frame 4073.png Karrot
Frame 4074.png 당근


동네를 선택하면 Karrot과 당근 모두 좌상단에 동네명이 노출되며, 클릭하여 동네 범위 재설정 및 동네 추가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내 동네 설정' 화면의 UI에 차이가 있는데요. Karrot은 radio button과 slider를, 당근은 box button과 각 구간이 더 돋보이는 slider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Karrot의 경우 각 요소의 직관성에 더 무게를 둔 느낌입니다.


Karrot 동네명 옆 '3mi' 뱃지는 3마일(mile, 미국에서 사용하는 단위계)을 의미하며, 환산하면 4.8km입니다. 한국은 인구 밀도가 높은 편이라 당근 거래 범위가 7km-10km로 한정되어 있는데, 미국은 반대로 10-20km까지 넓어집니다.


Frame 4075.png Karrot


위에서 Karrot에는 당근과 달리 더 많은 물건을 사고 팔게 해주는 동기부여 챌린지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1. Karrot에서 자체적으로 월별 챌린지를 운영합니다. (챌린지 게시물은 항상 리스트 최상단에 위치합니다.)

2. 유저는 챌린지 기간 동안 무료 나눔을 합니다.

3. 챌린지 게시물에 참여 확인 댓글을 달고, 며칠마다 게시물에 첨부된 이미지를 통해 순위를 확인합니다.

4. 무료 나눔을 많이 한 순서대로 상품을 받습니다. (1등: 아마존 기프트카드 100달러)


챌린지가 게시물 형태이기 때문에 순위를 항상 첨부된 이미지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라면 따로 페이지를 만드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챌린지를 통해 유저가 지속적으로 Karrot을 사용하게 하고, 서비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도록 하는 점은 긍정적이었습니다.


Frame 4076.png


상단 카테고리와 하단 내비게이션 바를 위주로 보면 두 서비스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 보입니다. 우선 Karrot의 경우 과거 당근이 그랬던 것처럼 중고 거래에 포커스한 모습입니다. 당근은 중고 거래를 넘어 알바, 부동산, 동네생활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시킨 상태고요. Karrot 또한 목표치에 도달하면 당근처럼 서비스를 확장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Frame 4077.png Karrot
Frame 4078.png 당근


당근에서는 유저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매너온도'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Karrot에서는 'Karrot Score'를 사용합니다. 자세한 내막은 예전에 당근에서 발행한 아티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티클을 요약하자면 국내 유저들은 36.5도를 보고 단번에 '체온을 뜻하는 거구나!', '36.5도가 기본이고, 위아래로 등락이 있을 수 있겠구나!'를 떠올리는데, 해외 유저들은 체온과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하며, score는 0-100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결국 당근은 '매너온도'를 포기하고 해외 유저에게 익숙한 'Karrot Score'를 개발하게 되었다는데요.


하지만 이 Score 또한 낯설기는 마찬가지여서, 프로필 영역을 크게 할애해 현재 몇 점인지, 어떻게 해야 점수를 올릴 수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근은 이미 매너온도에 익숙해진 유저가 많아서인지 tooltip 외 별다른 설명은 없고요. (단, 재거래희망률과 응답률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유저가 어떤 기능을 잘 사용하지 못하면 추가로 설명을 덧붙이려고 하는데, 처음으로 돌아가 유저에게 이미 익숙한 방식을 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며

한국에서는 정상적으로 휴대폰 인증과 지역 인증을 할 수 없어 아쉽게 스킵한 기능이 많습니다(글쓰기, 채팅 등). 이 부분은 차후 상황이 허락한다면 추가해두도록 하겠습니다.


당근이 해외에 진출한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왜인지 직접 설치해 비교해볼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쓰고 보니 차이점이 굉장히 많네요. 근본적으로는 같은 서비스라도, 해외 진출 시 요소 위치나 플로우 등을 섬세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당근뿐 아니라 다른 서비스도 살펴봐야겠습니다!



+) 아티클은 브런치와 제 개인 블로그에 동시 작성됩니다! 로그로 놀러오세요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실손24, 정말 간편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