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 Design Day에 다녀온 이후
지난주 목요일, 회사 동료들과 함께 토스 메이커스 컨퍼런스 25에 다녀왔습니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리서처,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군이 연사로 참여해, 폭넓은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는데요. 제가 참석한 Design Day의 세션 중 '이건 꼭 공유하고 싶다'고 느꼈던 3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컨퍼런스 영상이 곧 올라오겠지만, 그전에 핵심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고 싶으신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공유해봅니다.
본 아티클은 '토스 메이커스 컨퍼런스 25'에서 발표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내용은 연사의 표현을 최대한 존중하여 정리했으며, 모든 내용의 저작권은 토스에 있습니다.
대다수의 유저가 광고를 싫어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토스 역시 광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목표와 유저 경험 사이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기존 혜택은 줄어들고, 광고 구좌는 늘어났으며, 퀄리티를 보장하기 어려운 외부 광고가 들어오기 시작했죠.
'광고가 너무 많다', '초심을 잃은 것 같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졌고, 토스는 고민 끝에 '광고를 없앨 수 없다면, 경험의 퀄리티 하락만이라도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게 됩니다.
유저 인터뷰를 통해, 토스는 유저의 동선을 방해하거나, 예상치 못하게 등장하는 광고가 문제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통장 내역 사이에 리스트형 광고가 끼어 있었는데요. UI가 실제 통장 내역과 비슷하다 보니 '나와 상관없는 내역이 있다'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만보기에서 떨어진 복권을 받기 위해 버튼을 누르면 갑작스럽게 광고가 등장하는 경험도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광고가 나오니 중간에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고, 덩달아 지표도 함께 떨어졌죠.
경험의 퀄리티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광고 위치와 표현을 조정해야 했습니다.
중요한 정보 사이에 광고를 끼워넣기보다, 정보 바깥으로 배치했더니 오히려 지표가 좋아졌다고 해요. 기존에는 정보 때문에 광고가 가려져서, 애당초 광고에 대한 주목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죠.
갑작스러운 광고 또한, '10초 광고 보고 N원 받기'와 같은 문구를 넣어, 유저가 미리 광고가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개선했습니다. '이렇게 개선하게 되면 광고를 보는 사람만 보게 되어 지표가 떨어지는 것 아닐까?'라는 우려와 달리, 지표에는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지표에 큰 영향이 없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대다수의 유저가 광고를 싫어한다는 전제가 참인지 다시 살펴봐야 할 차례입니다. 유저 대상으로 설문을 해봤더니 생각보다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고 해요.
토스도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니까 당연히 광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광고라면 괜찮다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광고가 있어도 상관없다
물론 부정적인 피드백도 많았지만, 광고에 크게 불만 없는 유저는 보통 피드백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인 피드백이 실제보다 훨씬 부각되어 보이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경험의 퀄리티 하락을 막아내는 미션을 성공시킨 뒤, 이제는 퀄리티 상승을 꾀하는 미션만이 남았습니다. 어떤 광고가 퀄리티 상승에 도움이 될까 생각해보니, 다음의 3가지가 나왔다고 합니다.
첫째는 유저에게 필요한 광고. 이는 자동차 보험 만기, 생필품 구입, 혜택 좋은 카드 등 유저의 다양한 니즈를 적절한 타이밍에 충족시킬 수 있는 광고일 것이고요.
둘째는 재미있는 광고. 이는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동영상・클릭 광고 포맷을 벗어나, 반응형・퀴즈형 등의 새로운 포맷으로 재미를 주는 광고를 뜻합니다.
마지막은 도움이 되는 광고. 이는 유저가 보상을 위해 기꺼이 광고를 볼 수 있게 하는 경험인데요.
이러한 광고를 만들기 위해, 토스에서는 광고주가 직접 광고를 올릴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거나(유저의 다양한 니즈에 발맞추려면 광고수부터 많아져야 하기 때문에), 정기 광고 아이데이션을 개최하거나, 적절한 보상의 정도를 찾기 위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근성의 코멘트]
현재 광고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가장 와닿았던 세션이었습니다.
비즈니스 목표와 유저 경험 사이의 충돌은 광고뿐 아니라 거의 모든 서비스에 따라오는 숙명적인 문제인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파고든 점, 큰 문제를 여러 질문으로 쪼개 하나씩 해결하려 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따금 '이런 광고 패턴은 유저들도 익숙할 거야', '이 정도의 사용성은 비즈니스 목표를 위해 약간 포기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를 돌아보고 개선할 기회가 된 것 같아 좋았습니다.
구글에서는 채권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부나 기업 등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증권.
채권을 매입하여 채권 발행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받는 투자 상품.
쉽게 말해, 돈이 필요한 기관이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서.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유저는 위와 같은 설명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안정적인 투자 상품이라는 말을 들어도, 아직 낯설고 어려운 개념이기에 선뜻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죠.
그렇다면 채권이 낯선 유저를 어떻게 투자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까요?
기존 금융 서비스에서는 위의 구글 사례처럼, 전문 용어를 사용해 채권의 정확한 뜻을 전달하고자 하고 있었습니다. 토스에서는 바로 이 점이 채권 투자의 허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얼마를 넣으면, 얼마를 받는다는 핵심만 남기고, 복잡한 수익 구조와 어려운 용어를 모두 빼버렸죠.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유저가 기존보다 쉽게 채권에 접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여전히 투자를 꺼리고 있었던 겁니다.
예상 수익이 보이는 건 좋은데, 어떻게 수익이 생기는 건지 모르겠어서 불안하다는 피드백을 받고서야, 정보를 빼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정보를 빼지 않고, 더 쉽게 설명해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온보딩 페이지를 넣어 채권의 개념을 설명하고, 화면 곳곳에 툴팁을 달아 보조 설명을 제공했죠.
하지만 투자로 이어지는 유저는 여전히 적었습니다. 아직도 채권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과 함께요.
채권을 구매한 유저를 대상으로 설문해보니, 놀랍게도 그들 또한 채권의 구조를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예금보다 이자를 많이 주니까 투자했을 뿐이었죠. 진짜 원인은 채권에 대한 낯설음이지, 이해가 아니었던 겁니다.
채권은 구조적으로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받는 예금과 비슷한데요. 유저 인터뷰를 통해, 채권을 예금 구조에 빗대 설명하면 훨씬 쉽게 이해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에 토스는 예금과 유사한 흐름으로 채권 구매 화면을 재구성했고, 전환율 21% 상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근성의 코멘트]
화면에 물음표 아이콘 하나쯤 달아본 경험, 모두 있으실 겁니다.
저 또한 금융 도메인에 있으면서 '어디까지 설명해주어야 할까'가 늘 골치 아픈 숙제였는데요.
진짜 심플함은 정보의 많고 적음이 아닌, 유저에게 익숙한 구조에 대입해 본능적으로 와닿게 하는 경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뜻 깊은 세션이었습니다.
현재 토스에는 200개가 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유저 입장에서는 '무슨 서비스가 있는지'보다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가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토스는 최근까지도 '홈'과 '전체' 화면을 개선하며, 탐색이 더 쉬워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면을 바꾸는 과정에는, 제품을 만드는 비용과 유저가 새로 익히는 학습 비용이 모두 커진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토스에서는 개선 전 항상 유저 인터뷰를 진행하는데요. 1명당 인터뷰 시간을 30분으로 한정해도, 200개의 서비스에 대해 총 400시간, 약 50일이 소요됩니다. 이 정도면 개선에 드는 비용이 너무 크죠.
게다가 기존의 유저 인터뷰 방식은 모든 서비스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토스는 특정 서비스의 진입점을 찾는 미션을 주는 방식, 즉 EVR을 도입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설문에 이미지를 넣어 보여주고, 유저가 이미지에서 어디를 클릭했는지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그 결과, 혜택 탭을 통해 만보기를 찾은 유저가 38%, 전체 탭을 통해 찾은 유저가 17%였습니다. 진입 성공률은 55%였고요. 하지만 이 55%는 사람에 따라 높게도, 낮게도 볼 수 있는 애매한 수치였습니다.
게다가 미리 정해진 경로 외에는 탐색할 수 없어 유저가 실제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었죠.
EVR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것이 바로 TNS였습니다. 유저가 실제 앱 내에서 자유롭게 탐색하며, 진입점 미션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TNS를 통해 유저의 탐색 경로를 추적하고 점수로 수치화할 수 있으므로, 유저 인터뷰에 드는 시간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또, 오답 유저의 탐색 경로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죠.
현재 토스 전체의 평균 TNS는 54점이며, 서비스별로 나눠 보면 이렇습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서비스는 송금 (90점)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서비스는 만들 수 있는 신용카드 한도보기 (20점)
[한근성의 코멘트]
정량적인 지표에 비해 정성적인 지표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간과하기 쉽고, 팀원을 설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요소로 인식되고는 했습니다.
'사용성도 분명 중요한 요소인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가 늘 고민이었는데, 토스가 기존에 없었던 TNS라는 도구를 발명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탐색 경험 전반을 개선해나가려 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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