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행위 아동복지법 위반인지?
지난 주 목요일은 44번째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일이 2년여 전에 있었고, 이후 순직으로 처리가 되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이 있습니다.
백승아 국회의원에 의하면, 작년 교단을 떠난 선생님은 9194명으로 역대 최다라고 합니다. 2020년 6512명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출처, 뉴시스 2025. 5. 15.자 기사, 쓸쓸한 스승의 날 지난 해 교단 떠난 선생님 9194명 역대 최다, 용윤신 기자) .
저를 비롯한 40대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릴 적 잘못을 한 경우, 선생님으로부터 회초리를 맞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이러한 훈육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과거 과도했을 수도 있는 훈육 방식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교사의 훈육에 대해 아동복지법에 규정된 아동학대라는 이유로 형사 고소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교사가 아동인 학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하였다면,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 위반으로 형사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이 되는 것일까요?
아동복지법
제17조(금지행위)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제71조(벌칙) ① 제17조를 위반한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2. 제3호부터 제8호까지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1도13926 판결은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법령과 학칙이 구체적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모든 경우에 걸쳐 망라하여 규정할 수 없고, 고정된 규정만으로 다양한 실제의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고(교육기본법 제14조 제1항, 교육공무원법 제43조 제1항),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률이 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하므로(구 초·중등교육법 제21조 제2항), 교사는 지도행위에 관하여 일정한 재량을 가진다. 따라서 교사의 아동인 학생에 대한 지도행위가 법령과 학칙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된다면 여전히 법령에 따른 교육행위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고, 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에 따라 금지되는 체벌에 해당하지 않는 한 지도행위에 다소의 유형력이 수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시행령 제31조 제8항은 “학교의 장은 법 제18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지도를 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이 대법원 판례에서 문제가 된 사건은, 초등학교 담임교사인 피고인이 교실에서 피해아동이 율동시간에 율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야 일어나.”라며 소리를 지르고 피해아동의 팔을 위로 세게 잡아 일으키려 하여,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이 사건의 1심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면서 교사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심도 항소를 기각하면서 유죄 취지를 유지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는 “피해자와 같은 반이었던 학생들 중 공소외 1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팔을 잡아당겨 피해자가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가 되었다’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이 피해자의 팔을 잡아당긴 강도가 약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와 같은 반이었던 학생들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 아동의 팔을 잡아당긴 상황은 피해아동이 수업시간 중 율동에 참여하지 않거나 급식실에 가지 아니하던 상황이었는바, 그와 같은 상황이 대화, 비신체적인 제재 등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훈육이 불가능하여 피해자에게 신체적 유형력을 통한 지도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위 대법원에서는 항소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에서는 “이 사건 조치는 피해아동에게 필수적인 교육활동 참여를 독려한다는 목적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교사의 학생에 대한 지도행위에 해당한다.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체벌하거나 신체적 고통을 가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태양이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치가 구 초 ·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에 따라 금지된다고 보기 어렵다.
○○초등학교 학칙이 제출되어 있지 아니하나, 피고인은 당시 상황에 비추어 구두 지시 등 신체적 접촉을 배제한 수단만으로는 이러한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교사로서 가지는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안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지도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이므로, 교육 관계 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조치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교육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
원심 판단에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가 정한 '신체적 학대행위', '법령에 따른 교육행위와 학대행위의 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저는 지금은 변호사의 일을 하고 있지만, 과거 경찰관으로 근무를 하였습니다. 그 중 지구대, 강력팀 등에서 근무하면서 112신고를 받고 출동하여야 할 때,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현장의 특수성이 정말 고난이도의 업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현재 초등학교를 비롯한 학교 교사의 교육 현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사건의 원심에서는 “대화, 비신체적인 제재 등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훈육이 불가능하여 피해자에게 신체적 유형력을 통한 지도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교사는 지도행위에 관하여 일정한 재량을 가진다.”라면서 원심과 달리 판단을 하였습니다.
교실에는 1명의 학생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실에는 교사가 지도해야 할 수십 명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교실에는 사건이 일어나는 그 당시의 상황만이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교사는 아이들을 수 개월 이상 지켜보면서 지도를 하여 왔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여러 상황들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원심의 판단은 존재하기 어려운 완벽한 교사상이 있는데,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교사상대로 행동한 것이 아니라면 형사 처벌을 하겠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사건 발생 이후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 까지, 해당 교사는 경찰 조사, 1심 법정 출석, 2심 법정 출석이라는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거쳐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은 본인은 물론 이를 지켜본 주변 동료들, 주변 동료들로부터 전해 들은 다른 동료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형벌은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이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육 현장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너무 쉽게 형사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위 대법원 판결의 판단에 동의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