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인데 애가 넷
캠핑 짐을 싸느라 정신없던 어느날, 아이들을 데려가 하룻밤 재우고 오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불편한 마음 사이로 아이들이 얼마나 엄마를 보고 싶어했는지 알기에 (이번엔 3주하고 반만에 연락이 왔다) 군말 없이 짐을 풀어 하룻밤 재울 채비를 했다. 아주버님은 눈치를 보시고, 남편은 화가 났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다.
오늘 엄마집에서 가서 잘꺼라는 한마디로 얼굴에 함박 웃음이 피는 아이들을 보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원망,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 서운함 같은건 중요하지 않았다.
"작은엄마, 늦게라도 집에 오고 싶으면 데릴러 오실 수 있어요?"
엄마를 기다리는 중 첫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일 캠핑 준비하느라 늦게까지 못 잘테니 불편하거나 감당 안되는 일이 생기면 언제든 걱정말고 연락하라고 말해줬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대여섯번의 만남에서 아이들의 엄마는 단 한 번도 술을 마시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매번 무슨 이모와 삼촌들이 함께하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 첫째는 엄마랑 저녁만 먹고 집에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었다. 여러가지 중재안을 내보았지만, 아이들의 엄마는 2주에 한번 자신의 권리이니 상관말라는 식이었다.
일주일에 한번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첫째의 의견은 수렴되지 못했고, 아이들을 데려갈 때 누구랑 어디를 갈껀지 알려달라는 아주버님의 읜견은 번번이 무시 당했다. 법은 너무나도 한정적이고, 공정을 핑계로 자격이 부족한 사람에게마저 너그러웠다. 그 사이 죄 없는 아이들만 상처 받고 불편을 감수해야했다.
바라는 건 그저 단 하나,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엄마와 살부비며 하룻밤을 자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길. 지인들과 부딪치는 술잔 대신 아이들과 눈 마주쳐주길, 늦은 밤까지 거리를 배회하지말고, 아이들을 꼭 안고 잠들어주길 바래 본다.
#딩크인데애가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