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셋째의 참관수업 날 유치원을 다녀왔다. 친구들 사이에서 까르르 웃는 아이를 보는 일은 굉장히 행복하고 뿌듯한 일이었다. 엄마나 아빠가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래서 인지 수업이 끝나고 각자의 부모님께 달려가는데, "엄마~"라며 내게 달려왔다. 당황한 기색을 보일 새도 없이 아이를 번쩍 안아 오늘 너무 잘 했다고 폭풍 칭잔을 하는데, 옆에 서있던 아이와 가장 친하다며 그 아이의 엄마와 인사를 시켜주었다. 졸지에 '엄마'가 되어버린 나는 가타부타 말도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친구 엄마와 인사를 나눴다.
아이에게도 사회생활이 있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에게 엄마나 아빠가 있는 순간에, 본인은 엄마 대신 온 작은엄마를 사실대로 선보일 수가 없었나보다.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사실 나보다 아이의 머리가 더 복잡할 것 같아서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고, 오늘은 내가 3호 엄마야 라며 손을 붙잡고 하원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우는 셋째를 끌어안고 거실을 몇 바퀴 돌며 등을 토닥였다. 한쪽 바지를 잡고 자기도 안으라고 땡깡부리던 넷째는 남편이 덜렁 들고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고요한 거실에 등을 토닥이는 소리와 훌쩍이는 소리가 한참이나 채워진 후에 아이가 말했다.
"울어도 엄마 안 오는거 알아요."
엄마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데가 할말은 아니지만, 알아도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네 나이가, 상황이,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사실 나는 가능조차 되지 않는다. 엄마가 곁에 없다는걸 겪어보지 못한 마흔 두살은 그저 아이가 힘들겠거니 생각할 뿐, 고 작은 가슴안에 어떤 폭풍우가 치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폭풍 같은 아이의 힘든 마음이 부디, 미움이나 원망 대신 이해와 배려로 채워져 너른 사람으로 자라주길.
고작 일곱살인 너에게, 엄마가 되어 본 적 없는 어름이 바라는 일.
#딩크인데애가넷